건강칼럼 靑松 건강칼럼 (872)... 하루 2000보를 더 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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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2-10-16 18:27본문
걷기 운동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The Jesus Times 논설고문)
‘2022 서울 걷자 페스티벌’이 지난 9월 2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출발해 흥인지문(興仁之門, 동대문)을 거쳐 종묘(宗廟)와 창덕궁(昌德宮) 사이를 잇는 율곡터널을 지나 광화문(光化門)광장에 도착하는 4.4km 코스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열린 걷기 행사에 오세훈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등이 시민 5천여 명과 함께 걸었다.
본 페스티벌(festival)은 ‘걷는 도시, 서울’ 구현을 위한 시민의 공감대 확산과 시민참여 보행문화(步行文化)의 정착을 위해 마련되었다. 주요 퍼레이드(parade) 행사로 도심 명소에 대한 역사, 이야기를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서울길 스토리’ 체험, 고궁을 잇는 율곡(栗谷, 李珥, 1536-1584) 터널에서는 화려한 레이저 쇼, 해치(獬豸, 해태)가 등장하는 캐릭터 퍼레이드가 열렸다. 도착지인 광화문 광장에는 무대공연, 시민 참여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되었다.
자신을 ‘현역 중의 현역’이라고 말하는 올해 88세인 ‘국민의사’ 이시형(李時炯) 박사(사회정신의학, 예일대)는 “40년간 감기 몸살 한번 없었다”고 한다. 건강관리는 소식(小食), 걷기 등의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을 꼽고 있다.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는 스트레스가 오면 ‘그 정도는 있을 수 있지’하고 받아들인다고 한다. 2007년 국내 최초의 웰니스마을 ‘힐리언스 선마을’을, 2009년에는 ‘세로토닌(Serotonin)문화원’을 건립하여 뇌과학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이시형 박사는 건강관리를 위하여 매일 걷기운동을 한다. 걷기는 가장 단순하고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운동 방법이다. 최근 미국의사협회지 ‘내과(內科)편에 걷기운동과 사망률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는 40-79세 영국인 7만8500명을 대상으로 팔목에 보행 측정기를 채우고, 하루의 걸음 수와 강도를 측정한 후, 평균 7년을 추적 관찰하면서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질환, 암 사망률도 조사했다.
연구 결과 하루 약 1만보까지는 걸으면 걸을수록 모든 사망률 지표를 낮출 수 있었다. 다만 하루 1만보 이상을 걸었을 때 부가 효과는 이번 연구로 입증되지 않았다. 하루 보행 수가 2000보 늘어날수록 전체 사망률은 8%,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은 10%, 암 사망률은 11% 낮출 수 있었다. 보행 강도도 각종 질환에 따른 사망률을 낮추었는데, 분당 75보가 가장 효과적이었다. 보폭은 70-80cm라고 했을 때 대략 시속 4km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에서 규칙적인 뛰기와 걷기운동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뛰기 운동은 고혈압 발병 위험율을 4.2%, 고지혈증 4.3%, 당뇨병 12.1%, 심혈관질환 4.5%를 낮췄다. 한편 걷기 운동은 각각 7.2%, 7%, 12.3%, 9.3%를 낮췄다. 비슷한 다른 연구들에서도 대체로 걷기가 뛰기보다 1.5-2배 정도 건강 위험율을 낮추었다.
장수(長壽)의학자들은 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60세 전후 걸음걸이를 보면 80대 건강이 보인다고 말한다. 즉, 보행 능력이 전신 건강 척도이기 때문에 걸음으로 노년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아산병원 손기영 교수(가정의학과)가 66세 노인 8만1473명을 대상으로 평균 4.1년에 걸쳐 비교한 결과 보행 속도가 느려지면 치매(癡呆), 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
일반 성인은 1초당 1.3-1.5m를 걷는데, 속도가 점차 줄어 1초당 1m 이하로 떨어지면 허약 상태로 보며, 1초당 0.5m 정도로 떨어지면 낙상(落傷) 위험이 커진다. 의자에서 일어나 왕복 6m를 걷고 다시 의자에 앉기까지 10초 이상 걸리는 노인은 신체나 뇌, 시각, 청각, 언어, 정신 등에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노인의 보행 특징은 속도가 느려지며, 몸통이 앞으로 기울어지면서 걷는다. 몸이 위로 뜨듯 박차는 동작이 사라지고, 몸이 좌우로 흔들리면서 걷기 시작한다. 점점 팔자(八字)걸음이 되고, 오래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옆에서 봤을 때 양 다리 관절 각도가 좁아진다. 보폭이 줄고, 앞 발끝 높이가 낮아지고 뒤꿈치 쳐들기가 어려워진다.
팔자걸음(out-toed gait)은 안짱걸음, 회전걸음 등과 함께 대표적인 ’잘못된 걸음‘의 형태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약간의 보행각(3도-5도)을 가지고 있어서, 아주 약간의 팔자걸음 형태를 띄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행각이 15도 보다 크면 팔자걸음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팔자걸음을 걸으면 발꿈치 뒤쪽 부분에 비정상적으로 큰 압력이 가해지므로 허리와 골반이 뒤틀려져서 퇴행성관절염, 허리 디스크 등이 생길 수 있다.
보행 기능을 향상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평소보다 보폭(步幅)을 10cm 정도 넓게 딛는 것이다. 보폭이 넓어지면 자연스럽게 보행 속도가 올라가고 다리가 받는 압력이 증가하므로 다리 근육도 더 활성화되므로 하체 근력 강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보폭을 갑자기 늘려 걸으면 피로할 수 있으므로 보폭을 넓게 걷다가 평소대로 걷다가, 다시 넓게 걷는 식으로 번갈아 가면서 걷는 것도 좋다.
보행 기능이 떨어진 7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1회 1시간, 1주일에 2회, 3개월간 보행기능과 관련이 많은 대퇴사두근(넙다리네갈래근), 하퇴삼두근(장단지세갈래근), 장요근(腸腰筋, 엉덩이허리근)을 강화하기 위한 운동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보행 속도가 빨라지고 보폭이 6cm 넓어졌다. 이는 보행 능력은 나이 들어도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장수과학진흥재단이 권장하는 올바른 걷기 자세는 시선을 정면으로 향하고, 팔꿈치는 가볍게 구부리고 뒤로 힘차게 당기며, 배에 힘을 주고, 발뒤꿈치가 먼저 땅을 밟고 발바닥을 굴려서 발가락 전체에 힘을 주면서 치고 나가는 걸음이다. 허벅지 앞 대퇴부 사두근 강화에 도움이 되는 스쿼트(squat), 런지(lunge) 등의 하체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면 보행 능력이 좋아진다. 스쿼트를 하체운동의 아버지, 런지를 하체운동의 어머니라고 부른다.
‘스쿼트’는 가장 기본적인 하체 운동으로 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섰다 하는 동작이다. ‘린지’는 두 발을 골반너비로 벌리고 허리에 손을 대고 오른발을 앞으로 70-100cm 정도 벌려 내민다. 왼발의 뒤꿈치를 세우고 등과 허리를 똑바로 편 상태에서 오른 쪽 무릎을 90도로 구부리고 왼쪽 무릎은 바닥에 닿은 느낌으로 몸을 내린다. 하체의 힘을 이용하여 천천히 처음 자세로 돌아온다. 반대쪽도 같은 방법으로 반복한다. 15개씩 3세트를 한다.
최근에 공동저자 간병인 한상진(77)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와 투병인 심영희(75) 한양대 법학과 명예교수 부부가 ‘기능성 이상운동 증후군’ 극복기를 책(근육이 마구 떨리는데 마음의 병이라니!)으로 펴냈다. 기능성 이상운동증후군이란 뇌(腦)에 구조적인 변화는 없으면서 비정상적이고 자발적이지 않은 움직임이나 떨림이 나오고, 이상한 신체 자세가 형성될 때를 말한다.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어서, 심인성(心因性) 운동장애라고도 한다.
심영희 교수가 5년 전 머리 뒤쪽이 떨리기 시작했다. 팔의 감각도 떨어지는 듯했다. 뇌졸중(腦卒中)인가 해서 뇌 MRI를 찍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증세는 갈수록 심해졌다. 목이 뒤틀릴 정도의 경련이 오고, 팔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서울대학병원 신경과 전범석 교수가 기능성 이상운동증후군(Functional Movement Disorders)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는 뇌에 구조적인 문제는 없으나, 신경 신호 문제로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나오는 질환이다.
2019년부터 본격적인 투병과 간병이 시작됐다. 뚜렷한 치료약이나 치료법이 없기에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미국서 온 운동치료사에게 마음을 진정하는 호흡법을 익혔다. 노 젓기 동작이 팔근육 경직과 마비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을 터득했다. 아주 조금씩 천천히 좋아지자 집 주변 공원 걷기에 나셨다. 하루 세 번 밖으로 나가 지칠 때까지 걷고 또 걸어서 하루 3만보를 걸었다. 처음에는 부축해서 걷다가 수개월 후에는 혼자서도 걸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1년 2년이 지나자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늘어나고 경련도 줄어들었다.
아내의 투병(鬪病) 의지, 남편과 자녀의 극진한 간병(看病)이 작은 기적을 이뤄낸 것이다. 이들 부부는 기능성 이상운동 증후군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환우회(患友會)를 만들 계획이다. 한상진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가족의 지지가 이상운동 증후군을 극복해 나가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가족 간병이 잘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상과 호흡, 스트레칭 등이 결합된 복합적인 심신 수련 방법인 요가(yoga)에서 사용되는 4-7-8 호흡법은 스트레스와 불안증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다. 4-7-8 호흡법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몸속의 숨을 내보낸다고 생각하면서 입으로 숨을 완전히 내뿜는다. 속으로 넷(4)을 세면서 코로 숨을 천천히 들이마신다. 숨을 들이마신 상태에서 호흡을 멈추고 일곱(7)을 센다. 호흡을 멈춘 상태에서 일곱을 센 다음, 여덟(8)을 세면서 천천히 입으로 숨을 내쉰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70여년을 산다면 사람은 일생 동안 20여만km를 걷는다. 이는 지구 다섯 바퀴에 맞먹는 거리이다. 사람의 발은 26개의 뼈와 19개의 근육과 107개의 인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 있거나 걸을 때 몸을 지탱해주고, 이동 시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한다. 발은 적절한 관리를 하면 장거리를 걸을 수 있으나, 혹사하면 큰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 발(foot)은 정상적인 발, 안쪽으로 기운 발, 바깥쪽으로 기운 발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차이점은 땅바닥에 발이 닿는 방법이다. 정상적인 발은 발꿈치가 종아리와 일직선으로 땅에 닿는 경우 장심(掌心, 발바닥의 한가운데)이 적절하게 늘어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발이 안쪽으로 기운 경우는 장심이 너무 평평하여 발이 약간 안쪽으로 기울게 되므로 장심지지대나 신발에 깔창을 깔아 균형을 잡도록 한다. 바깥쪽으로 이울러진 경우는 발목이 불안정하여 염좌(捻挫) 혹은 통증을 느낄 수 있다.
발을 망치는 잘못된 습관에는 ▲신발을 오래 신고 있다, ▲폭이 좁은 신발을 신는다, ▲맞지 않는 신발을 길들인다, ▲바닥이 부드러운 신발, ▲발목을 삐었을 때 곧 치료하지 않는다, ▲몸무게를 점점 불린다, ▲낡은 운동화를 계속 신는다, ▲잘못된 운동화를 고른다, ▲아킬레스건(Achilles’ tendon) 경직 등이 있다. 이에 잘못된 습관은 교정해야 한다.
허준(許浚, 1546-1615)이 1610년에 저술한 의학서적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약을 복용하여 몸을 보하는 약보(藥補)보다 좋은 음식으로 원기를 보충하는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는 걷는 행보(行補)가 낫다고 기록되어 있다. 보생와사(步生臥死) 즉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말도 있다. 유산소 운동인 걷기가 천혜의 불로초이며, 보약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걷기의 운동효과는 하루 정도 지속되므로 매일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사진> 2022 서울 걷자 페스티벌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건강칼럼(872) 202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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