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靑松 건강칼럼 (766)... 트윈데믹(twinde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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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20-10-12 22:59본문
코로나(COVID-19)와 독감(毒感)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준비대응 담당 사무차장 마이클 라이언 박사는 지난 10월 5일 개최된 WHO 이사회 COVID-19 대책 회의에서 “세계 인구 중 대략 10%가 COVID-19에 걸렸을 수 있으며, 나머지 90%도 여전히 코로나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라이언 차장의 추정이 맞는다면 전 세계 인구 추산치 76억명 중 7억6000만명이 감염됐을 것이라는 계산이므로,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치인 전 세계 누적 확진자 3522만여명의 20배가 넘는 수치다.
미국 여론조사 업체 퓨리서처센터(Pew Research Center)는 감염병 확산, 기후변화, 테러, 해외 사이버 공격, 빈곤 등 9개 항목에 대해 각국 국민이 얼마나 큰 위협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매년 조사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6월 10일-8월 3일 우리나라와 미국ㆍ영국ㆍ독일ㆍ일본 등 14국 18세 이상 성인 1만427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에서 한국인의 89%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을 중대한 위협(major threat)으로 꼽아 14국 중 가장 높았다.
지난 10월 2일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의 COVID-19 확진 이후 미국인들이 다시 긴장 상태에 빠졌다. 워싱턴포스트와 NBC 방송은 3일 “6개월 넘은 코로나 방역 피로감에 느슨해졌던 미국인들에게 ‘트럼프 확진 쇼크’가 큰 경각심(警覺心)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또한 미국에서 본격적인 독감 유행철이 시작되지도 않은 10월 초에 4만명 넘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는 것을 위험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COVID-19) 양성 판정(positive diagnosis)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네티즌과 국영 언론들은 고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네티즌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부당하고 불합리한 압력을 가하다가 천벌(天罰)을 받았다고 조롱하며 쾌재(快哉)를 불렀다고 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월트리드군병원(軍病院)에 3일 동안 입원하고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주치의(主治醫) 숀 콘리 박사는 “아직 숲(코로나)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했으며, 치료에 참여한 브라이언 가리발디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백악관으로 돌아간 후 당일 저녁에 4회 차 렘데시비르(Remdesivir)를 투여하고 다음날 5차 이자 마지막 렘데시비르 치료를 할 계획이며, 덱사메타손(Dexamethasone)도 계속 맞을 것”이라고 했다. 통상 중증 코로나 환자에게만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와 스테로이드제 덱사메타손을 동시에 사용한다.
올 가을과 겨울 최악의 시나리오는 코로나19와 독감, 이들 두 바이러스 감염병(感染病)이 동시에 유행하는 쌍둥이 팬데믹인 트윈데믹(twindemicㆍ두 개의 대유행)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들 두 감염병(infectious disease)은 증상이 비슷해 헷갈릴 수도 있으나, 고열과 기침이 나타나는 순서가 다르다. 코로나19는 고열(高熱)로 시작되고 기침 증상이 뒤를 잇는데 비해 독감은 기침이 먼저 나오고 고열이 나중에 발생한다. 코로나19는 고열로 시작하여 기침, 욕지기(토할 듯 메스꺼운 느낌)와 구토, 설사, 그리고 미각(味覺)이나 후각(嗅覺)을 잃어버린다.
독감(毒感, influenza)은 ‘독한 감기’가 아니며, 감기(感氣, common cold)와는 전혀 다른 질병이다. 감기(급성비인두염)는 바이러스를 포함한 여러 병원체에 의한 급성 상기도(上氣道) 감염으로 성인은 연간 평균 2-3회 걸리며, 소아의 경우 6-8회 가량 걸리게 된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virus) 감염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핵산(核酸)의 유형에 따라 A, B, C형으로 나뉘며, 사람에서는 A형과 B형이 주로 겨울철에 호흡기 질환의 유행을 일으킨다. C형도 사람에게 드물게 감염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증상은 대개 미미하다.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항원성 돌기인 헤마글루티닌(hemagglutinin, HA)과 뉴라미니다제(neuraminidase, NA)의 항원형에 따라 아형이 분류되며,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항원 형에 따라서 빅토리아(Victoria)와 야마가타(Yamagata) 두 가지 계통으로 나뉜다. 바이러스의 같은 아형 안에서 소수의 아미노산이 변화되는 항원 소변이(antigenic drift)에 의해서 매년 겨울철에 인구의 10-20%에서 유행이 발생된다. 10-40년마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A형 인플루엔자의 대유행(pandemic)은 항원 대변이(antigenic shift)의 의한 것으로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인플루엔자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공기 중에 퍼지는 비말(飛沫)을 통해서 전파된다. 손 씻기, 기침예절 등 개인 위생관리가 감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독감은 평균 2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뒤 38도 이상의 고열,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의 전신증상과 기침, 가래, 인후통 등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
독감에 감염되면 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법을 쓰며, 고위험군에서는 인플루엔자 특이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투여한다. 폐렴(肺炎)과 같은 합병증이 의심될 때는 항생제를 사용한다. 대부분은 회복되지만 합병증의 심각한 결과로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의 90% 이상이 65세 이상의 고령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6일 SNS에 “코로나가 독감보다 덜 치명적”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독감으로 약 17만8000명(매년 약 36,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비해 코로나는 올해만 21만명이 숨졌기 때문이다. 독감의 사망률은 일반적으로 10만명당 0.4명이다.
독감 백신(influenza vaccine)은 인체의 면역반응을 이용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을 예방하는 약물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인플루엔자 불활성화 백신(inactivated influenza vaccine)이 사용되고 있으며, 제한된 연령에서 약독화 생백신(live attenuated influenza vaccine)이 사용되고 있다. 불활성화 백신은 근육 주사형이며, 성인 및 소아는 어깨 윗부분 근육인 삼각근(三角筋)에, 영유아 및 유소아는 허벅지 근육 앞쪽에 접종한다. 약독화 생백신은 스프레이형으로 비강(코 안)에 분무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2월 무렵 세계적인 바이러스 유행정보를 종합하여 그 해에 유행할 바이러스의 백신주를 결정한다. 독감 백신은 예방할 수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항원형 종류의 수에 따라 3가(價)와 4가(價) 백신으로 나뉜다. 3가 백신은 A형 바이러스 2가지와 B형 바이러스 1가지를 예방하는 백신이며, 4가 백신은 A형과 B형 바이러스를 각각 2가지씩 예방한다.
예방접종 권장 시기는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12월-다음 해 4월)와 예방접종 효과 지속기간(평균 6개월) 등을 고려하여 매년 10-12월로 지정되어 있다. 소아의 경우, 인플루엔자 백신은 첫 접종으로는 예방력이 생기지 않으므로 적절한 면역력 획득을 위해 최초 접종 해에는 두 번 접종이 필요하다. 따라서 1차 접종을 9월 초순에 시작하여 인플루엔자 유행 전에 2차 접종을 완료한다.
정부는 올해 무료접종 백신을 기존 3가(價)에서 4가(價) 백신으로 상향 조정하였으며, 접종 대상도 작년보다 500만명 늘렸고, 또한 접종 기간도 늘어났다. 올해 정부가 확보한 독감 백신은 약 2950만명분으로 전 국민의 57% 정도가 맞을 수 있다. 이 중 1900만명분은 무료 접종 대상을 위한 것이고, 1050만명분은 민간 의료기관을 통해 유료 접종된다. 무료 접종 대상자는 생후 6개월-만 18세 이하 812만명, 62세 이상 어르신 1058만명, 임신부 30만명 등이다.
백신으로 생성된 항체(抗體)는 접종 후 2주가 지나야 생성된다. 백신 효과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3-6개월간 지속된다. 고령층(高齡層)은 항체 지속 기간이 짧을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일찍 맞으면 독감이 많이 퍼지는 연말과 내년 초에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독감 백신을 맞은 고령층이 백신 효과가 떨어질 것을 감안해 3개월쯤 뒤에 추가 접종을 하는 것에 대해 의료계는 뚜렷한 결론이 없다.
독감 백신을 태어나서 처음 맞는 생후 6개월-9세 미만 어린이는 2회 접종을 하지 않으면 바이러스에 맞서는 항체가 잘 형성되지 않으므로 4주 간격을 두고 2차례 접종해야 한다. 그리고 7월 1일 이전 총 1회만 접종한 어린이도 한 번 더 접종해야 한다. 2회 접종 대상자는 9월 8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올해 독감 백신 접종기간으로 지난 9월 22일부터 16-18세 청소년 대상으로 무료접종이 시작되었으나, 백신의 저온(低溫)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질병관리청이 안전상의 이유로 전면 중단한다고 9월 21일 발표했다. 질병관리청은 “유통 과정상 문제점이 발견된 백신은 13-18세 대상의 물량”이라고 밝혔다.
질병청 관계자는 “백신을 저온으로 유통하는 과정에서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가 발견돼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독감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2296명으로 집계(10월 5일 기준)됐다고 질병관리청이 밝혔다. 백신 유통은 적정 온도(섭씨 2-8도)를 유지해야 한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상온(常溫) 노출이 의심돼 접종이 중단된 독감 백신을 조사한 결과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효력이 떨어질 수 있는 약 48만명분(도즈)은 수거 처분할 것이라고 10월 6일 발표했다. 질병관리청은 잠정 중단했던 독감 백신 무료 접종 사업을 10월 13일부터 재개한다고 8일 밝혔다.
변경된 접종 시작일은 13-18세 청소년은 10월 13일이며, 고령층인 62-69세는 10월 26일, 70세 이상은 10월 19일이다. 무료 예방 접종은 12월 31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2회 접종 대상자와 12세 이하 그리고 임신부 무료 예방접종은 지난 9월 25일부터 재개되었다.
질병관리청이 국회에 제출한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백신 폐기(廢棄)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2017-2019년) 동안 보건소가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위해 구매한 백신 중 4만5295도스가 폐기됐다. 폐기된 백신의 총금액은 2017년 1억290만원, 2018년 2억418만원, 2019년 3억1822만원에 달한다. 주요 폐기 사유는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냉장고 고장과 정전에 따른 보관 불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 병원에서 맞을 수 있는 유료 백신의 접종비용은 건강보험급여 대상이 아닌 비급여항목이어서 병원과 백신 제조사의 계약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접종비용이 병원별로 많게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업계에 따르면 병원이 제약사에서 구입하는 비용은 3가백신은 8,000원 안팎이며, 4가백신은 1만4,000-1만6,000원 선이다.
올봄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실천한 결과 독감 환자가 84% 줄었다. 이에 독감 백신 접종 후에도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그리고 3밀(밀폐, 밀집, 밀접) 피하기를 생활화하여 독감 예방과 더불어 코로나19도 예방하여야 한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건강칼럼(766) 202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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