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靑松 건강칼럼 (744)... 코로나 챌린지(Challe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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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20-05-09 08:16본문
의료인 ‘덕분에’ 그리고 역학조사(疫學調査)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코로나19와 사투(死鬪)를 벌이는 의료진(醫療陣)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Challenge)’가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국무총리)가 제안한 ‘덕분에 챌린지’는 ‘존경’을 뜻하는 수어(手語) 동작을 활용해 한손은 엄지를 치켜세우고 다른 한손은 이를 받치는 동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 27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참석자들과 함께 의료인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직원들도 4월 22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환자 진료 및 치료에 힘쓰는 의료인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했다.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 파견돼 환자의 진단과 치료 등에 힘써온 의료 인력은 4월 말까지 총 3,729명이다. 이 대구ㆍ경북에서 활동한 의료진은 의사 1천197명, 간호사 1천439명, 임상병리사ㆍ방사선사ㆍ요양보호사 386명이다. 감염 위험 속에서도 환자 치료를 먼저 생각하고 헌신하시는 의료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대구ㆍ경북 지역 첫 코로나 환자이며 첫 신천지 교인인 ‘31번 확진자’ A(61세 여성)씨가 지난 2월 17일 대구의료원에 입원한지 67일만인 4월 27일 퇴원했다. 코로나 환자로는 국내 최장(最長) 입원 기록이며, 1인실 기준 음압병실비와 검사비 등을 합친 병원비는 최소 3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퇴원 이후 자택에서 자가 격리 중이다.
코로나19 슈퍼 전파자로 꼽히는 A씨의 입원과 퇴원은 코로나 사태의 본격적인 확산 및 위축과 흐름을 같이한다. 즉, 2월 17일 대구 수성구보건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확진자가 하루 최대 741명까지 나오면서 대구는 일상이 멈춘 도시가 되었다. 이전까지 확진자 30명에게는 뚜렷하게 공통된 특징이 없었다. 이에 코로나 역학조사(疫學調査)의 무게 중심을 신천지교인으로 옮겼다. 역학조사란 감염병의 원인과 특성을 밝혀내서 유행을 차단하는 방법을 찾는 조사이다.
환자 A씨를 포함해 함께 예배를 본 신천지 신도들이 무더기로 감염되면서 보건 당국은 신천지에 대해 전방위적인 조사에 나섰다. 대구 확진자 중 62.2%(4261명)가 신천지 교인이다. 그러나 A씨는 외국에 다녀온 적도 없고 이전의 다른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아 그의 감염 경로는 아직도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2019년 12월부터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시((武漢市) 일대에서 창궐하기 시작한 ‘우한폐렴’ 사태의 영향으로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환자가 발생하여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가 가동되었다.
그 후 환자가 600명을 넘어서자 정부는 전국적 확산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로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2월 23일 격상하고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본부장: 정세균 국무총리)가 가동되었다. ‘우한 폐렴’ 방역에 있어 감염원(感染源)을 차단하는 조치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등 정치적 이유로 일찍 못하여 한때 코로나 확진자가 중국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국인 입국을 거부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인 정은경(鄭銀敬)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은 과거 사스(SARS), 메르스(MERS) 등 방역 경험을 토대로 코로나19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정은경(1965년生) 본부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석사(MPH)학위를 1993년(제33회 졸업)에 취득했다. 그리고 의학박사(예방의학) 학위를 받았다. 2017년부터 질병관리본부장(차관급)을 맡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총동창회는 매년 국민보건증진에 기여한 동창생 5명을 선정하여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12월 동창회 총회에서 수여하고 있다. 필자(제16회 졸업)는 지난 2007년에 수상했으며, 필자와 함께 보건대학원에서 1974-76년에 수학한 이진수(의학박사, 폐암 전문의) 국립암센터 원장은 2008년에 받았다. 올해는 필자(동창회 고문)가 정은경 박사를 추천할 예정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을 담당하면서 질병관리본부(질본)가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이에 올해 3월에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국면에서 가장 신뢰하는 공적 주체로 질병관리본부를 꼽았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우리나라 최고 방역 전문가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감염 분야에 정통한 예방의학 전문가가 별로 없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의학학술지 신종 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 최신호에 정은경 본부장팀이 지난 3월 서울 구로구의 한 빌딩에 있는 ‘콜센터’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관련 당시 역학조사(疫學調査)와 방역과정(防疫過程) 등을 정리해 발표한 논문(한국 콜센터에서의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이 게재되었다.
연구팀은 콜센터 건물에 근무ㆍ거주ㆍ방문했던 1143명 중 9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최초 확진자가 나온 11층에 모두 216명이 근무했고 양성률은 43.5%(94명)에 달했다. 확진자 97명 중 89명(91.7%)은 조사 시작부터 증상을 보였고, 4명(4.1%)은 처음에는 증상이 없다가 14일의 격리 기간 안에 증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4명(4.1%)는 격리기간이 끝날 때까지도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자였다. 이들 무증상 감염자의 경우 가족 접촉자 17명 가운데 2차 감염자는 없었다.
첫 환자 발생 후 방역조치 과정은 3월 9일 이후 방역 당국은 즉시 건물을 폐쇄하고 역학조사를 실시하여 건물 주변에서 5분 이상 머문 사람에게 총 1만6628개의 안내 문자를 보냈다. 내용은 다른 사람과 접촉을 피하고, 코로라19 검진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K방역’을 세계에 알린 정은경 본부장은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콜센터 사례엔 무증상 전파가 없었으며, 콜센터처럼 밀집 공간에서의 근무 환경이 코로나19 확산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알리기 위하여 논문을 학술지에 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사태가 확산되면서 요즘 언론매체에서 ‘역학조사’ ‘역학조사관’ 명칭을 흔히 접할 수 있다. 필자가 지난 1974년 3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 입학하여 보건학 분야 강의를 수강하면서 처음 접한 과목이 역학(疫學)이었다. 역학(Epidemiology)은 보건학(Public Health) 연구의 가장 밑거름이 되는 분야이다.
역학은 지역사회나 직장 등의 특정한 인구집단에서 건강 상태 또는 사건들의 분포와 결정요인들 조사하고, 그 결과를 건강수준의 향상을 위해 적용하는 학문이다. 건강과 관련된 상태 또는 사건들로서는 사망, 질병, 신체 및 심리 상태, 행동 양상 등 다양한 측면의 변수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역학적 변수들의 분포를 시간별, 장소별, 집단 특성별로 기술하고, 각 변수들의 변화를 결정하는 주된 요인들의 인과관계를 분석함으로써 개인 및 집단 차원에서 건강의 증진, 보호, 회복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개발할 수 있다.
화재(火災)가 발생하면 소방관이 불구덩이에 뛰어 들 듯, 감염병(感染病)이 발생하면 역학조사관이 감염병 발생 현장으로 뛰어간다. ‘역학조사관’이란 감염병의 원인과 특성을 찾아내, 감염병 유행을 차단하는 방법을 밝히는 ‘역학조사’를 진행하는 국가ㆍ지방 공무원이다. 역학조사 결과는 지역사회를 진단하는 자료가 되고, 나아가 보건교육 및 정책의 기획과 사업수행의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활용된다.
역학조사관의 업무는 ▲역학조사 계획 수립 및 수행, 결과보고 ▲역학조사 실시 기준 및 방법의 개발 ▲역학조사 기술지도 및 교육훈련 ▲감염병 관련 역학연구 진행 ▲감염병 관리 및 대응관련 정책 제안 및 사업 수행 등이다. 역학조사관(전문임기제 가급, 4급 상당)의 자격 요건은 의사 면허증 소지 후 보건의료 분야 6년 이상 연구 또는 근무 경력자이다.
질병관리본부(질본) 역학조사관은 계약직 공무원으로 처음 3년 계약을 하고 2년 연장한 뒤 보장된 게 없다. 이후 몇 년 간격으로 계속 재계약하며 일해야 한다. 젊은 의사들이 감염병 연구에 전념하며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질본에 들어왔다가 전문가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아 연구 역량이 뛰어난 젊은 인재가 다른 연구기관이나 대학으로 옮겨가는 것은 국가적 관점에서 볼 때 큰 손실이다.
보건복지부 2020년 예산이 82조5269억원인데, 그중 연구개발(R&D) 분야에 배정된 예산은 7000억원이 채 안 된다. 앞으로도 코로나19 같은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들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철저한 과학적 시각에서 대응해야 한다.
이에 전문가들이 정부 조직 안에서 비교적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판단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고 관련 투자도 늘려야 한다. 또한 역학조사관도 과장, 센터장, 본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인사제도를 개편하여 전문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건강칼럼(744) 20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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