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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3-09-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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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자살

 

청송 박명윤  박사 칼럼리스트02.jpg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코로나19(COVID-19) 팬데믹(pandemic, 대유행) 이후 무기력(無氣力)과 우울감(憂鬱感)이 전염병처럼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약 7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 자살 사망자 수는 6936명으로 집계됐다. 월별 추이를 보면 1976, 21049, 31249, 41154, 51279, 61229명 등이다.

 

자살의 주원인은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었다. 사망자의 절반인 54.2%40-60대였으며, 특히 50대 남성이 1046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15.1%를 차지했다. 경제 활동을 하는 중장년층이 금전 문제를 겪으면서 절망감을 느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청소년 자살도 지난해 상반기 167명에서 올해 197명으로 18.0%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의 자살이 경제적 문제와 이로 인한 대인관계, 정신건강 문제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경제적 문제가 주 원인인 자살은 경기가 회복되면 조금은 감소할 수 있다. 문제는 10대 청소년의 자살이며, 특히 10대 자살 사망자의 절반이 학교 밖 청소년이므로 지역사회가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다 같이 힘들다는 연대 의식과 이 시기가 지나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일상회복이 본격화되었는데도 경기는 바닥을 치고 개인이 느끼는 현실은 나아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에 더는 희망이 없고, 남들은 잘 사는데 나만 힘들다는 상대적 발탈감이 클 때 자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4차 파고(波高, wave)’라고 부른다. 1차 파고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2차 파고는 의료자원 제한으로 인한 사망, 3차 파고는 치료 중단으로 인한 만성질환자들의 사망이며, 4차 파고는 팬데믹을 겪으며 증폭된 정신적·사회적·경제적 문제로 인한 사망 증가다. 4차 파고가 시작되면 자살률은 계속해서 늘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당의 보육시설 및 교육기관 직장 가입자 우울증·불안장애 진료 현황에 따르면 2022년 교사의 우울증 진료 건수는 158066건으로 2018881277건보다 약 1.8배 늘었다. 불안장애 진료 건수는 2022108356건으로 2018(69164)보다 증가했다. 최근 학교 선생님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이 악성 민원과 무너진 교권으로 인해 얻은 마음의 병때문으로 사료된다.

 

자살예방 1.jpg

     ▲ 우울증으로 고민,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Suicide Prevention)가 전 세계 여러 나라와 함께 자살문제 예방과 대책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공동의 노력과 정보를 공유하고자 2003910일을 세계 자살 예방의 날(World Suicide Prevention Day)’로 제정했다. 이듬해 2004910일 제1회 세계 자살 예방의 날 기념식을 가졌다.

 

1999년 시작된 세계보건기구(WHO)의 글로벌 자살예방 캠페인은 2003년 세계 자살예방의 날에 언급되었다. 주요 목표는 자살 행위에 대한 인식과 효과적인 예방 방법 증진을 위해 전 세계, 국가, 지역의 다양한 부문 활동을 조직하고, 자살 예방을 위한 국가 정책과 계획을 개발하고 평가하는 국가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WHO에 따르면, 40초마다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80만 명에 달한다. 자살은 15세에서 29세 사이의 주요 사망 원인이며, 사망으로 이어지는 모든 자살의 경우 최대 40번의 자살 시도가 선행하고 있다. 이에 공개적으로 승인된 메시지인 잠깐만 시간을 내어 인생을 바꾸세요를 통해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끝내지 못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은 물론, 국내 사망 원인에서도 자살이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과 함께 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11330일 자살에 대한 위해성과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가적 차원의 책무와 예방정책 등의 사항을 규정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자살예방 2.jpg

      ▲ 자살예방으로 생명 구하기.

 

그리고 세계자살예방의 날과 같은 매년 910자살예방의 날로 제정하고, 이날부터 1주일을 자살예방주간으로 지정하여 자살예방과 교육 및 홍보를 위한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자살예방법에 따라 전국 응급의료기관에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를 설치하여 극단적 선택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우울감(憂鬱感)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또는 지인이 있으면 자살예방핫라인(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2021-233개년 주제는 행동을 통한 희망 창조(Creating Hope Through Action)’이다.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면 자살 예방을 할 수 있다. 자살예방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자살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우울증(憂鬱症, depressive disorder)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에게나 슬프고 화가 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이 모두 우울증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기분이 저하되는 상태가 아닌 전반적으로 기분, 생각 등에 영향을 미쳐 다양한 고통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즉 우울증(우울장애)은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여 다양한 인지 및 정신적,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이다. 우울증은 매우 흔한 정신질환의 하나로 미국, 유럽 등은 주요우울장애 평생유병률이 10,1-16.6%로 높은 수준을 보이는데 비하여, 한국이나 중국을 비롯한 비서구권국가에서는 5% 이하의 낮은 수준의 유병률을 보인다.

 

2011년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실태조사(National Mental Health Survey)에서는 주요 우울장애 평생유병률이 6.7%, 일년유병률은 3.1%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6년 역학조사에 비하여 다소 높은 수준의 유병률을 보이나, 서구권 국가에 비하여 낮은 수준이며, 비서구권 국가들과는 비슷한 수준이거나 다소 높은 수준이었다.

 

우울증의 분명한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다른 정신질환과 같이 다양한 생화학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우울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생화학적(生化學的) 요인은 뇌 영상 기기를 이용한 연구에서 우울증 환자의 뇌에 변화가 있음을 보고되고 있다. 신경전달 물질이라 불리는 뇌 안의 물질이 감정 등의 뇌 기능과 연결이 되어 있고, 우울증 발생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호르몬 불균형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유전적(遺傳的) 요인은 일부 연구에서 우울증을 가진 가족 내에서 우울증이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환경적(環境的) 요인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도 우울증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환경적 요인은 삶에 있어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들로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 경제적 문제, 강한 스트레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우울증의 핵심 증상은 우울감과 삶에 대한 흥미 및 관심 상실이다. 가장 심각한 증상은 자살(自殺) 사고이다. 우울증 환자의 2/3에서 자살을 생각하고 있으며, 10-15%에서는 실제로 자살을 한다. 일부 우울증 환자는 자신이 우울증인 것을 알지 못하고 일상생활에서 상당히 위축되어 기능이 떨어질 때까지도 자신의 기분 문제에 대해 호소하지 않는다.

 

우울증 환자의 4/5 정도가 수면 장애를 호소한다. 아침까지 충분히 잠을 못 이루고 일찍 깨거나 밤에 자주 깨는 증상을 보인다. 불안 증상도 90% 정도에서 보이는 흔한 증상이며, 성욕 저하 등의 성적 문제를 보이기도 한다. 우울증 환자의 절반 정도는 하루 동안 증상의 정도 변화를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아침에 증상이 심했다가, 오후에 좋아지는 경험을 보인다. 집중력 저하와 같은 인지기능 저하도 상당수에서 나타날 수 있다.

 

주요 우울증 진단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면담하여 병력(病歷)을 청취하고 환자의 상태가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한 후 진단한다. 이 과정에서 심리검사를 통해 다른 정신질환의 공존 여부, 지능 등 필요한 정보를 보충할 수 있다. 다른 신체 질환에 의한 이차적 우울증을 감별하기 위해 혈액학적 검사 및 뇌 영상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성인우울증 자가검진(CES-D) 항목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의 상태에 대한 질문이다. 극히 드물다(일주일 동안 1일 이하) 0, 가끔 있었다(1-2일간) 1, 종종 있었다(3-4일간) 2, 대부분 그랬다(일주일 동안 5일 이상) 3. 5,10,15번 항목의 점수는 거꾸로 매긴다. 평가기준(점수기준)16점 미만(우울하지 않은 상태), 16-20(가벼운 우울상태), 21-24(중한 우울상태), 25점 이상(심한 우울상태) 등이다.

 

(1)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일들이 괴롭고 귀찮게 느껴진다. (2)먹고 싶지 않고 식욕이 없었다. (3)어느 누가 도와준다 하더라도, 나의 울적한 기분을 떨쳐 버릴 수 없을 것 같았다. (4)무슨 일을 하던 정신을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5)비교적 잘 지냈다. (6) 상당히 우울했다. (7) 모든 일들이 힘들게 느껴졌다. (8) 앞 일이 암담하게 느껴졌다. (9) 지금까지의 내 인생이 실패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 적어도 보통 사람들만큼의 능력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11) 잠을 설쳤다(잠을 이루지 못했다). (12) 두려움을 느꼈다. (13) 평소에 비해 말수가 적었다. (14) 세상에 홀로 있는 듯한 외로움을 느꼈다. (15) 큰 불만 없이 생활했다. (16) 사람들이 나에게 차갑게 대하는 것 같았다. (17) 갑자기 울음이 나왔다. (18) 마음이 슬펐다. (19)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20) 도무지 뭘 해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울증은 시간이 흘러간다고 회복되는 것이 아니므로 적극적인 치료와 예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정신치료(심리요법) 접근을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다. 또한 전기경련요법, 반복적 경두개 자기자극법, 광선치료 등이 활용되고 있다. 약물 치료는 항우울제(抗憂鬱劑) 개발에 뚜렷한 진전이 있어 부작용은 적으며 충분한 효과를 보이는 약물들이 개발되었다.

 

우울증 예방 및 관리법에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기, 건강한 생활하기, 음주와 흡연은 피하기, 적극적으로 치료하기 등이 있으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울증이 악화되기 전 초기 증상 때 치료를 받는 것이다. 운동이 우울 증상에 효과가 있으므로 걷기, 조깅, 수영 등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을 할 것을 권장한다. 또한 건강한 식단으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여야 한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918) 2023.9.15.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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