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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19-07-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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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都市農業)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청송 박명윤  박사 칼럼리스트 사진.jpg

농자지천하지대본(農者之天下之大本)’이란 말은 농사는 천하의 근본이라는 뜻으로 예나 지금이나 농업은 인간 생활의 기반이다. 인류는 약 1만년 전부터 농사를 지어왔으므로 농사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 하는데, 밥을 생산하는 사람이 바로 농민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이농(離農) 인구가 급격히 증가해 농촌은 일손이 부족한 상태에 빠졌다.

 

인류가 수렵(狩獵)과 채취(採取) 생활을 포기하고 충분한 식량을 제공해줄 만큼 생산력이 높지 않은 농업생활로 전환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인류가 채집(採集)의 개념이 아닌 경작(耕作)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 한 자리에서 필요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인류는 한 곳에 집을 짓고, 마을을 형성하고, 도시를 만들었다. 마을의 형성, 토지 소유의 개념, 도시의 발달이 모두 농업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농업은 인류의 주도적인 산업이 되었다. 2200년 전 중국 진()나라 때의 사론서(史論書)인 여씨춘추(呂氏春秋)에는 백성이 농업에 힘쓰면 순박해지고, 그러면 그 힘을 전쟁에 이용하기 쉽다. 농민의 힘을 이용하기 쉬우면 국경이 평안해지고 군주(君主)의 지위가 안전해진다.”고 기록되어 있다. 서양의 로마에서도 농업은 국가의 힘을 유지하는 중추산업이었다. 그러나 이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농업은 국내총생산(GDP)3% 이하를 감당하는 산업이 됐다.

 

도시농업(都市農業, urban agriculture)의 사전적 의미는 도시+농업 합성어(合成語)로서 도시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농업으로 도시 내부에 있는 소규모 농지에서 경영하는 농업을 말한다. 도시농업은 도시의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여 식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기르는 과정과 생산물을 활용하은 농업활동이다. 또한 농업이 갖는 토양ㆍ생물다양성 보전, 기후ㆍ대기 순화, 경관보전, 정서함양, 여가선용, 문화, 교육, 복지 등 다원적 가치를 도시에서 실현하여 도시와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창출하는 활동이다.

 

유럽에는 도시구획 안에 시민농원(市民農園)이 있으며, 대부분 공유지에 설치되어 시민에 의한 안정적인 이용이 확보되어 있다. 일본은 1974년에 생산녹지법이 제정되어 시가지에 있는 농지(생산녹지)를 보전하기 위한 세제상의 우대조치가 있다. 개발도상국에도 도시 내부에 소규모 농지가 존재하며 식량 시스템의 보완, 빈곤의 완화, 유기질 폐기물의 재활용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제군주로 꼽히는 루이 14(Louis XIV, 재위기간: 1643-1715)가 총력을 기울인 대궁전인 베르사유(Versailles)궁전에 왕비(王妃)의 텃밭과 오두막이 있었다. 서울의 경우, 조선시대 도시농업의 활발한 전개는 양잠(養蠶)을 하던 잠실과 잠원동, 궁중에 채소를 공급하는 내농포(內農圃)가 있던 권농동, 왕실의 고추재배용 고초전(苦草田)이 있던 연희동 등을 꼽을 수 있다.

 

오늘날 많은 도시농업 전문가들은 잉카의 마추픽추에 주목하고 있다. 잉카(Inca)15세기부터 16세기 초까지 남아메리카의 중앙 안데스 지방(페루ㆍ볼리비아)을 지배한 고대제국이다. 마추픽추(Machu Picchu)는 해발 2,430m에 자리하고 있으며, 잉카 제국의 절정기에 건설되었다. 1911년 미국 예일대학에서 라틴아메리카 역사를 가르치던 고고학자 히람 빙엄이 안데스 산맥을 탐험하다 고대 유적지 마추픽추를 발견했다.

 

마추픽추는 크게 몇 개의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 인구가 밀집해 있는 주거지역, 생필품을 만들어내는 공장지역, 전체 주민들을 먹여 살리는 농업지역, 그리고 사후의 세계를 안치하는 신성한 지역 등이다. 특히 주거지역과 농업지역이 같은 면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 산악(山岳)지형인 탓으로 농경지는 계단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물 문제는 계획적인 수로(水路)를 설계하여 해결했다.

 

계단식 농경지는 높이의 차이를 이용하여 위쪽 계단 농경지에는 낮은 기온에 적합한 고랭지(高冷地) 작물을 심고, 아래로 내려갈 수록 따뜻한 기온에서 잘 자라는 곡물을 재배했다. 또한 단순히 자급자족에만 그쳤던 것이 아니라 잉여 농산물은 시장을 열어 유통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등 마추픽추 만으로도 완벽한 자생력을 갖추도록 했다.

 

도시에서 농업이 분리된 것은 산업화 이후의 현상인데, 최근에 다시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도시의 삭막한 콘크리트 속 텃밭농사의 매력과 가치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예를 들면, 식물이 미세먼지의 43%를 제거하며 특히 건강에 치명적인 초미세먼지의 75%를 차지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질소산화물의 2차 생성물을 제거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서울특별시는 지난 2012년을 도시농업원년의 해로 선포했다. 서울의 도시텃밭은 201129ha에서 2018197.5ha7년새 7배가량 늘었으며, 같은 기간 도시농업 활동인구는 45000명에서 633000명으로 14배 증가했다. 서울시는 공기정화식물을 지속적으로 보급하며, 학교 텃밭을 비롯해 시민들이 각종 채소류와 화훼(花卉)작물(flowering plant)을 재배할 수 있는 녹지도 늘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서울지역 각 학교에 꿈나무 상자텃밭을 보급해 어린이들이 앉은뱅이밀 등을 재배하도록 돕고 있다. 앉은뱅이밀, 어린잎채소, 허브 등은 미세먼지 제거에 효과가 크다. ‘텃밭교육은 학생들의 정서함양과 공동체 가치 체득을 돕고 있어 서울지역 유치원과 초ㆍ중ㆍ고등학교 1360곳에 학교 텃밭을 조성해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학교 텃밭교육을 통해 집단 따돌림, 학교 부적응 문제 등을 해결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지난 410도시농업의 날을 맞아 서울 중구에 있는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서울시와 농림축산식품부, 주한미국대사관이 기념식을 열고 330(100) 규모의 텃밭을 조성했다. 이 텃밭에는 한국과 미국의 우호와 협력의 상징으로 양국의 토종작물을 심었다. 한국의 대표적 작물인 상추ㆍ고추ㆍ시금치ㆍ가지ㆍ단호박ㆍ깻잎과 미국의 토종작물인 토마토ㆍ스위트콘ㆍ로메인상추ㆍ땅콩ㆍ양배추 등이 텃밭에서 함께 자라게 된다.

 

또한 이 텃밭은 서울덕수초등학교와 드와이트 외국인학교 학생들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며, 서울시는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한다. 학생들은 텃밭에서 농업체험을 하고 직접 수확한 농작물로 음식을 함께 만들어 나누며, 환경과 먹거리의 소중함을 배우게 된다.

 

서울특별시는 자치구와 함께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8회 서울도시농업박람회(Seoul Urban Agriculture Expo)가 지난 5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 낙성대공원에서 개최되었다. 2018년 강동구(江東區)에 이어 2019년에는 관악구(冠岳區)와 공동으로 도시농업박람회를 개최하였다. 2019년 서울도시농업박람회는 건강을 주제로 도시농업을 통한 건강한 삶, 녹색의 미래도시 등 다양한 전시와 더불어 체험도 할 수 있었다.

 

도시에서 텃밭을 보급하면 개발로 단절된 공동체문화의 복원과 정서함양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도시 주민들이 텃밭에서 함께 영농활동을 하면서 수확한 농산물로 소규모 축제, 밥상 나눔행사 등을 개최하여 이웃과 정을 나누면 공동체문화를 복원할 수 있다. 또 텃밭농사는 각박한 삶을 사는 도시민에게 여유를 제공하고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최근 전국 지자체들이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도시지역 농협(農協)은 생애주기별 도시농업 확산에도 힘써야 한다. 즉 청소년기에는 학교텃밭 공급, 청ㆍ장년기에는 귀농과 귀촌 연계교육 강화, 노년기에는 복지텃밭을 제공하여 더 즐거운 노후생활을 도모해야 한다.

 

도시농업을 체험한 도시민은 농촌에 대한 관심이 늘어 귀농ㆍ귀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통계청이 627일 발표한 ‘2018년 기준 귀농어ㆍ귀촌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인구수는 17856명으로 201719630명보다 9%나 감소했으며, 귀촌인구수도 472474명으로 2017497187명에 견줘 5% 줄었다.

 

도시농업은 공익적 가치도 높아 도시의 텃밭이나 건물옥상의 농원 등은 삭막한 도시 속 녹지구역이다. 도시민들이 텃밭농사를 체험하면 농업의 다원적 가치에 대한 인식도 늘게 된다. 도시농업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 정신적 풍요를 통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를 한다. 도시농업의 매력은 색다른 여가활동과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698). 20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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