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靑松 건강칼럼 (702)... ‘국민 과일’ 빨간 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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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19-08-03 08:16본문
수박(Watermelon)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요즘 수박은 ‘국민 과일’로 무더운 여름은 수박과 함께 시작하여 수박과 함께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옛날에는 수박이 귀하여 한 통 값이 쌀 다섯 말(1441년 조선 초기 세종대왕 시절의 수박 값)에 해당했으며,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는 수박 한 통을 훔친 ‘수박도둑’에게 곤장 100대를 때리고 귀양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수박은 양반용, 서민은 참외를 먹었다.
고려(高麗)후기 문신ㆍ학자인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은 그의 목은시고(詩藁)에 실려있는 ‘수박을 먹다’라는 시에서 “마지막 여름이 이제 다해 가니(季夏今將盡)/ 수박(西瓜)을 이미 먹을 때가 되었도다/.../ 하얀 속살은 얼음처럼 시원하고/ 푸른 껍질은 빛나는 옥 같구려/ 달고 시원한 물이 폐에 스며드니/ 몸이 저절로 맑고 서늘하구나(身世自淸涼)”라고 적었다.
필자는 여름이 되면 1950년대 고향 大邱에서 보낸 학창시절 때 어머님이 만들어 주신 수박화채(花菜)가 생각난다. 당시 북한의 6ㆍ25남침전쟁으로 대구에도 피난민들이 많았다. 냉장고가 가정에 보급되기 전이어서 펌프(pump)로 차가운 지하수를 끌어올려 수박을 담가두었다가 차가워지면 숟가락을 넣어 잘게 떠내어 설탕을 뿌려 먹었다.
‘수박화채’는 수박의 꼭지를 보시기 크기만큼 도려내고 그곳으로 숟가락을 넣어 잘게 떠내어 씨를 파낸 다음 설탕이나 꿀을 섞어 다시 넣고 꼭지를 덮어 얼음에 채워서 먹는다. 요즘에는 수박을 냉장고에서 섭씨 8-10도 정도로 식힌 후 화채 스쿱이나 계량스푼을 이용하여 동그랗게 파내어 화채그릇에 담는다. 그리고 블루베리, 파인애플 등 과일을 추가하고 우유, 사이다, 얼음을 넣어 수박화채를 만들어 먹는다. 또한 태국식 수박 주스인 ‘땡모반’도 인기다.
수박의 녹색 껍데기 부분은 질겨서 생으로 먹긴 힘들지만, ‘수박김치’를 담그면 백김치러럼 시원하고 새콤하다. 수박 겉 부분을 까서 나오는 하얀 부분은 나물처럼 무쳐 먹을 수 있어 ‘수박나물’이라고 부른다. 수박나물에 고추장을 넣고 비빔밥처럼 먹어면 맛있다. 수박껍질을 썰어 말리면 박고지와 별로 다르지 않다. 제주도에서는 막걸리로 수박화채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수박은 무더운 여름에 갈증을 풀어주는 우수한 과일이다. 요즘은 질 좋고 맛 있는 음식을 골라 먹는 시대가 도래하여 수박도 상당히 비싼 편(8kg 기준 2만5천원 이상)인 ‘1% 수박’이 잘 팔린다. 또한 몸매 관리에 신경을 쓰는 2030세대 사이에선 수박이 ‘채식주의자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광주에는 그 지역에서만 자라는 ‘무등산수박’이 유명하다. 무등산수박은 우리나라 토종수박으로 씨앗이 하얗다. 무등산수박은 무등산(無等山) 중에서 토질이 맞는 곳에서만 자라며, 이름값과 희소성이라는 이유로 20kg대는 기본으로 20만원 이상이며, 30kg 이상은 부르는 게 값이다. 무등산수박은 달진 않지만 시원한 맛이 난다. 옛날에는 무등산수박은 임금님에게 올리는 공물(供物)이었다.
수박은 남아프리카의 열대ㆍ아열대 건조한 초원지대가 원산지이며, 이 지역에서는 요즘에도 다양한 야생 수박이 발견되고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약 4천년 전에 수박을 재배했으며 시나이반도를 통해 9세기에 인도로, 12세기에 중국으로, 15세기에 동남아시아로, 16세기에 한국과 일본으로 전파되었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에 몽골을 통해 도입된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에서는 수박을 서역(西域)에서 온 박과 작물이라는 뜻으로 서과(西瓜)라고 부른다. 수박은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터키, 미국, 이란, 이집트 등의 생산량이 뒤를 따른다.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늦은 봄에서 초가을까지 재배가 가능하다. 그러나 온실에서 묘목(seedling)을 키워서 여름에 밖에 이식하거나 비닐하우스에서 주로 재배한다.
수박은 열매의 모양, 표면의 무늬, 과육(果肉)의 색깔 등이 다양한 품종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양이 둥글고, 표면에 무늬가 넓으며 과육이 붉은 품종을 주로 재배한다. 이에 우리는 ‘수박’하면 대개 초록색 바탕에 동그란 모양, 검은 줄무늬 그리고 새빨간 속살을 떠올린다.
그러나 요즘에는 수박을 반으로 쪼개면 빨간색 대신 샛노란 과육이 나타난다. 겉모양과 속살 색깔 때문에 ‘망고수박’이라 불리며, 당도(糖度)는 일반 수박에 비해 높은 편이다. 반대로 겉이 노란 수박도 있으나 속은 겉과 달리 빨간 수박 그대로다. 과육이 적색인 수박이 라이코펜(lycopene) 함량이 높아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
껍질에 줄무늬가 거의 없고 검은색에 가까운 진한 녹색을 띠는 ‘흑피(黑皮)수박’은 일반 수박에 비해 당도가 높아 비싼 값에 판매되고 있다. ‘애플(apple)수박’은 사과처럼 깎아 먹으며, 무게는 1kg이 채 안될 정도로 작으며 껍질이 얇아 칼로 깍아서 먹을 수 있다. 길쭉한 베개 모양으로 생긴 ‘베개수박’도 있다.
‘씨없는 수박(seedless watermelon)’이란 식물 호르몬인 콜히친(colchicine)을 사용하여 염색체(染色體) 수를 보통 수박(2배체, 2n=22)의 배로 한 4배체(2n=44)의 수박을 만들고 거기에 다시 보통 수박을 교배(交配)해서 만든 3배체(2n=33) 수박이다.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수박의 약 50%가 3배체 수박이다. 말린 수박씨를 소금과 함께 볶은 것을 중국 요리에서 전체(前菜)로 이용하고 있다. 수박씨에는 단백질이 18.9%, 지방 27.4%, 당질 41.6% 등이 들어 있다.
박과에 속하는 일년생의 덩굴성 쌍떡잎식물인 수박은 호박과 같이 암꽃과 수꽃이 한 그루에서 피는데 7:1 정도로 수꽃이 많다. 아침에 담황색 꽃이 피고 오후 이전에 수분(受粉)이 일어난다. 수분은 야외에서는 주로 벌류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온실에서는 인공수분을 한다. 수분 후 30-35일 정도에서 수확한다. 뿌리가 덩굴보다 길게 뻗고 씨는 검거나 붉다.
‘수박 겉핥기’라는 말이 있듯이 수박은 껍질이 많아 먹을 수 있는 가식부(可食部)가 60%에 지나지 않는다. 수박의 일반 성분은 다음과 같다. 수박, 생과, 적육질(Watermelon, raw, red pulp) 가식부 100g당(per 100g edible portion): 에너지 24kcal/ 수분 93.2g/ 단백질 0.8g/ 지질 0.4g/ 회분 0.3g/ 탄수화물 5.3g/ 섬유소 0.2g/ 칼슘 1mg/ 인 12mg/ 철 0.2mg/ 나트륨 1mg/ 칼륨 133mg/ 비타민A 143RE/ 비타민B1 0/ 비타민B2 0.02mg/ 나이아신 0.2mg/ 비타민C 14mg.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수박은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면서 매우 담백하고 독이 없다. 답답하면서 목이 마른 것을 풀고 서독(暑毒)을 없애며, 속을 느긋하게 하고 기를 내리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혈리(血痢)와 입이 허는 것을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수박을 먹었을 때 몸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은 몸을 차갑게 하며 이뇨(利尿)를 촉진시키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수박에는 시트루린(citrulline)이라는 특수 성분이 들어있어 단백질이 요소(尿素)로 변하고 소변으로 배출되는 과정을 도와 주기 때문에 이뇨효과가 크며, 신장병에 유효하다. 수박 속의 당분은 대부분 과당(果糖)과 포도당(葡萄糖)이어서 쉽게 흡수되고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당분은 수박의 중심부에 더 많다.
소변이 잘 배출되지 않으면 세포와 세포 사이에 필요없는 조직액이 늘어나 몸이 붓는다. 이에 소변량이 적고 몸이 부을 때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은 수박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수박은 해열(解熱)과 해독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따가운 햇볕을 받아 메스껍거나 토하려고 할 때 수박을 먹으면 효력이 있다.
수박은 100g당 20-30kcal의 낮은 칼로리를 갖고 있어 체중조절 식품으로 권장하고 있다. 또한 다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포만감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수박에 함유되어 있는 콜린(choline) 성분은 불면증(不眠症) 완화에 도움을 주며, 간의 지방분해 기능을 도와 세포조직을 유지하는 기능도 있다. 이 성분이 몸속에 충분하면 뇌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여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수박은 크고 단단하여 알맹이의 상태를 짐작하기고 어렵고, 자르기도 만만치 않다. 즉 비싼 과일에 속하는 수박은 열어보지 않고는 좋은 수박인지를 알 수 없다. 브랜드 상표가 붙은 수박의 경우 당도 측정 방식의 개선으로 일정 브릭스(Brix)를 넘기지 않으면 상품으로 출하하지 않기 때문에 당도는 어느 정도 보장한다. 대개 과일은 10-15Brix 범위에 있다.
좋은 수박을 고르는 방법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수박 껍질을 두들겨 익은 정도를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즉 수박은 익을수록 단단한 흰 부분과 붉은 부분의 경계가 뚜렷해지므로 잘 익은 수박일 수록 속이 빈 듯한 고음의 ‘통통’하고 청명한 소리가 난다. 덜 익은 수박은 ‘깡깡’하는 금속음이, 너무 익은 수박은 ‘퍽퍽’과 같은 둔탁한 소리가 난다.
수박은 썰기 전에 겉면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이는 칼로 절단할 때 겉면에 남은 세균이나 미생물이 과육에 묻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 집안 식구들이 둘러 앉아 시원한 수박을 나눠 먹으면서 정담(情談)을 나누고 가족애(家族愛, family ties)를 돈독히 하도록 한다.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702). 2019.8.3(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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