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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19-05-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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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精神疾患)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청송 박명윤  박사 칼럼리스트01.jpg

매년 신록의 계절 4월이 지나가면 우리가 흔히 계절의 여왕이라 부르는 5월이다. 5월이면 녹음이 짙어지고 벌과 나비가 날아들어 식물의 열매를 맺기 위한 수정(受精) 활동을 돕는다. 세상에서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는 싱그러운 계절이다. 그러나 화창한 봄날에 역설적으로 정신건강(精神健康)에는 혹독한 계절이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3-5월 봄철에 서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수가 월평균 300명으로, 연간 자살자 수의 40%를 차지한다. 봄에는 우울증(憂鬱症)과 조증(躁症)이 악화되기 쉽다. 조울증 환자의 자살률은 10-15%에 이를 정도로 높은 편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ㆍ고등학생 10명 중 3(27.1%)이 우울감(憂鬱感)을 느꼈다고 한다. 그럼에도 13-24세 청소년 10명 중 1(10.7%)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부모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청소년은 28%에 불과했다.

 

조울증(躁鬱症, bipolar disorder)은 마음의 병으로 정신의학에서는 양극성 장애라고 부른다. 이는 조증과 우울증의 양 극단 사이에서 기분이 변화하는 특징적인 증상을 나타내며, 이러한 기분 변화는 수시간, 수주 또는 수개월간 지속되기도 한다. 조울증은 전인구의 1% 정도가 평생에 한번은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울증 환자는 일반적으로 조증보다는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기간이 3배 이상 길다.

 

조울증에서 나타나는 조증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기쁜 상태와는 차이가 있다. 물론 가벼운 조증 단계에서는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에서도 질환을 감지하기 쉽지 않아서 그저 활기찬 상태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직업 활동이나 일상생활에서 활동량이 크게 증가하고 점점 도가 지나쳐서 문제가 생긴다. 다양한 활동을 이것저것 시작하기도 하고, 과한 자신감으로 고집이 세져서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빚거나 싸움을 하기도 한다.

 

조울증은 우울한 증상이 상대적으로 길게 나타나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오인돼 정확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치료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우울증은 사실 조울증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비슷하게 우울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조울증과 우울증은 치료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조울증에는 기분 조절제라고 불리는 항정신병 약물 등이 사용되지만, 우울증은 항우울제를 사용한다. 약물치료로 증상이 완화된 경우에는 정신치료를 함께 실시하면 효과가 좋다. 이는 조울증 발병에 영향을 미친 심리적 원인을 해결하고, 의사소통 능력를 증진시키며 대인관계를 호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울증(Depression)은 중년이후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정신 장애이며, 증상은 다양하다.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은 기본이며, 무기력과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거나 죄책감(罪責感)이 들 때도 있다.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질병으로 본다. 따라서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서 환자가 우울증인지, 아니면 다른 질병이 원인인지 밝히기 위해 상담과 문진부터 시행한다. , 갑상성(甲狀腺)의 기능이 떨어져 우울증으로 보이는 사례도 있으며, 복용하는 약 때문에 우울감이 생기기도 하고 음주 후 상습적으로 우울해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이 원인이 돼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중년 이후에는 육체적 질병과 심리적 질병이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쪽에도 문제가 생기는 식이다. 예를 들면, 기분이 우울하면 뇌()기능이 떨어지고, 약을 처방하여 뇌 기능을 활성화시키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에 중년 이후에는 심리적으로 건강하면 다른 질병도 극복할 수 있다. 우울증이 있는 중년 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부터 치료한 환자의 5년 생존율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4-5배 높았다.

 

중년 이후로는 뇌가 노화하면서 전반적으로 고집이 세지고 억제력이 떨어지므로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정신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정신장애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이지만, 그 전에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규칙적인 생활을 실천하고,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

 

생활 리듬이 깨지면 호르몬 주기도 바뀌어 버린다. 예를 들면, 수면이 불규칙하면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melatonin) 분비도 불규칙해져 무기력증과 우울감이 올 수 있다. 유산소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뇌유래신경성장인자(BDNF,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분비량이 늘어나 기억과 학습 등을 담당하는 뇌 해마(海馬, hippocampus) 부위 신경 생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복식호흡, 요가 등이 좋다.

 

국내 정신의학계에서 최고 권위있는 학회로 평가받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권준수 서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권장하는 <정신건강에 좋은 생활수칙>은 다음과 같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Korean NeuroPsychiatric Association)은 해방 직후 19459월에 조선정신신경학회로 창립된 후 19556월 학회 명칭을 대한신경정신의학회로 개칭하였다. 학회의 목적은 신경정신의학을 발전시키고,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며, 회원들의 친목 도모와 권익을 신장시킨다.

 

긍정적으로 세상을 본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반갑게 마음이 담긴 인사를 한다. 하루 세끼를 맛있게 천천히 먹는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누구라도 칭찬한다. 약속 시간에 여유 있게 가서 기다린다. 일부러라도 웃는 표정을 짓는다. 원칙대로 정직하게 산다. 때로는 손해 볼 줄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계 최대의 학술제전인 대한의사협회(Korean Medical Association: KMA) 2017년 제35차 종합학술대회에서 <대국민 건강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국민건강선언문은 무분별하게 범람하는 의료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는 우리 국민들이 혼선을 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건강관련 이슈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였다. 대국민건강선언문은 <건강생활 10계명(Ten guidelines for a healthy life)>이라고 할 수 있다.

 

대국민건강선언문(100세 건강을 위한 10대 건강수칙)금연하기 절주하기 규형식 먹기 적절한 신체 운동하기 규칙적 수면 긍정적 사고방식 갖기 정기적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챙기기 스트레스 관리하기 미세먼지, 신종 감염에 대해 관심갖기 모바일 기기와 거리두기 등이다.

 

현대인에게 우울증 다음으로 쉽게 찾아오는 소진증후군(번아웃증후군, Burn-out Syndrome)은 직장인, 학생, 주부 등 연령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소진증후군은 정신적ㆍ신체적 피로로 인해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갑자기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면서 극도의 무기력증에 시달리다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를 소진증후군으로 볼 수 있다.

 

소진증후군은 우울증과 증상이 매우 비숫하며, 소진증후군으로 판정된 사람들이 우울증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도 많다. 업무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일수록 소진증후군에 걸리기 쉽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 회사의 도산이나 구조조정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도 소진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소진증후군이 심해지면 수면장애, 우울증 같은 증상뿐 아니라, 알코올 의존이나 과도한 소비 등 자기 통제가 어려워진다. 감정적으로 심한 무기력과 허무감을 가지게 되어 직장 출근을 거부하거나 갑작스럽게 사직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슬럼프(slump)와는 달리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에 영향을 끼친다. 소진증후군이 지속되면 공허감(空虛感)과 삶의 의미가 사라지고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을 보이며 자살 충동에 시달릴 수 있다.

 

소진증후군 환자는 다음과 같은 감성(感性)을 충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세 번 깊게 호흡하면서 호흡의 흐름을 느껴본다. 조용한 곳에서 밥을 음미하며 먹는다. 하루 10분 정도 사색하면서 걷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벗과 공감을 얻는 힐링 수다를 한다. 슬픈 영화나 슬픈 작품을 주 1회 감상한다. 일주일에 3편을 읽는다. 스마트폰 없이 당일치기 기차 여행을 한다.

 

정신건강(精神健康, mental health)은 인간의 심리적 기능이 어느 정도 정상적인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정신건강 없이 국민건강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정신건강 증진 방안을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690). 2019.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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