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靑松 건강칼럼 (653)... 천로역정(天路歷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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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18-08-25 10:16본문
순례(巡禮) - 천로역정(Pilgrim's Progress)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우리는 순례(巡禮)라고 하면 우선‘성지(聖地)순례’, ‘산티아고 순례길’ 등을 떠올린다. 순례(Pilgrimage)란 종교적 의무 또는 신앙 고취의 목적으로 하는 여행을 말하며, 순례자(Pilgrim)란 종교적인 목적으로 성지(聖地)를 순례하는 사람을 말한다. 기독교에서는 4세기 경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고 활동했던 이스라엘을 순례한 사람의 기록이 있으며, 로마(Rome)나 초기 교회의 사도(使徒)들이 활동했던 터키, 그리스 등도 기독교 성지 순례의 대상이다.
필자는 지난 1994년 1월 12-27일(15박16일) 연세대학교회(Yonsei University Church) 담임목사 이계준 연세대 교목/교수 인솔 하에 교인 20명과 함께 이집트, 이스라엘, 암만, 터키, 그리스, 로마 등 해외성지를 통해 복음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성지순례’를 했다. 성지순례는 고려여행사에서 주선했으며, 세부일정은 역사와 지리를 전공한 교인들이 작성했다. 경비는 1인당 250만원을 지불했다. 최근에는 연세대학교회 교인수양회(8월 10-11일) 프로그램으로 지구촌교회(Global Mission Church)가 운영하는 경기도 가평 소재 필그림하우스(Pilgrim House) 야외에 설치된 ‘천로역정 순례길’을 걸었다.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은 예수의 대표적인 세 제자(베드로, 요한, 야고보) 중 한 사람인 야고보(James)가 복음을 전하려고 걸었던 길이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약 800km에 이르는 길이다. 야고보의 스페인식 표기는 ‘lago’이며, 성인을 뜻하는 ‘San’과 합성어가 되어 ‘San-lago’로 되었다가 ‘Santiago’로 바뀌었다.
<Camino de Santiago>를 줄여서 까미노(Camino)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영어로는 ‘The Way’로 통한다. 까미노는 ‘불란서 길’과 ‘북쪽 길’ 두 가지 중요한 루트가 있으며, ‘불란서 길’은 통상 불란서 남부 St. Jean Pied Port에서 출발하여 불란서와 스페인의 국경을 이루고 있는 피레네(Pyrenees) 산맥을 넘어 스페인 Santiago로 들어가는 길이다. 유럽의회는 ‘불란서 길’을 1987년 유럽문화의 여정(European Cultural Itinerary)이라는 공식 명칭을 부여했다.
‘불란서 야고보협회’에 의하면 순례길의 총 연장은 817.3km이며, 일반 여행 가이드북에는 통상 30-34일 정도의 순례 일정을 제시한다. 순례 일정을 34일로 잡을 경우에는 하루에 평균 24km정도를 걸어야 한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이 순례길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Santiago de Compostela Cathedral)에 도착하면 끝난다.
순례길은 다른 사람을 영접하고 다른 사람의 순례여행에 관심을 가지는 공동체를 탄생시킨다. 또한 순례길은 묵상하고, 경탄하고, 환영하고, 내면화하고, 멈추고, 침묵하고, 경청하고, 감탄하고, 축복하는 경험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지구촌교회 필그림하우스에서 진행하는 <필그림 천로역정 세미나>는 인도자를 따라 자신이 주인공 ‘크리스천’이 되어 천로역정 길에서 만나는 여러 인물과 처소를 통해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고, 하나님을 깊이 경험할 수 있다. 매주 월-토요일 오전 10시30분과 오후 1시30분부터 각각 2시간씩 진행된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조성된 길을 걸으며 하나님을 더욱 깊이 경험할 수 있다.
<천로역정(天路歷程) 순례길>은 존 번연(John Bunyan)이 1678년에 출간한 천로역정(Pilgrim's Progress from this world to that which is to come, 이 세상에서 장차 올 세상에 이르는 나그네의 길)을 중심으로 조형물과 건축물을 형상화하여 조성된 길이다. 연세대학교회 교인들은 10명씩 분임조로 나뉘어 <천로역정>을 순례했다. 각 조형물 앞에서 관련 성경 구절을 읽고 묵상을 하였다. 순례길을 돌며 함께 신앙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배우고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다.
천로역정 순례길은 지구촌교회 성도들의 기도와 헌신으로 2016년 9월에 봉헌한 이래 약 2만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순례길은 주인공 크리스천이 주의 은혜를 모르고 살던 심판의 도시(멸망의 도시)에서 출발하여 ‘절망의 늪’, ‘사망의 골짜기’, ‘허영의 시장’ 등을 지나 마침내 시온이라 불리는 순례자들의 마지막 영원한 안식처인 천성(天城, 天國)에 도착한다. <천로역정> 제1부 크리스천의 기도 순례길에 조성되어 있는 39개 조형물과 건축물은 다음과 같으며, 제2부 크리스티나의 순례길도 곧 조성된다고 한다.
(1) 멸망의 도시(크리스천이 주의 은혜를 모르고 살던 심판의 도시), (2) 크리스천과 전도자, (3) 고집과 변덕(Obstinate & Pliable), (4) 절망의 늪과 도움, (5) 세속현자(Worldly Wiseman), (6) 좁은 문, (7) 선의, (8) 해석자의 집, (9) 목자의 상, (10) 비질하는 하인(율법)과 물 뿌리는 소녀(복음), (11) 정욕과 인내(두 순례자 상징), (12) 불을 끄려는 마귀와 기름 붓는 그리스도, (13) 철창 속 타락자, (14) 십자가와 세 천사, (15) 단순, 나태, 거만(Simple, Sloth, Presumption), (16) 허례와 위선(Formalist & Hypocrisy), (17) 곤고의 산(Hill of Difficulty), (18) 겁쟁이와 불신(Timorous & Mistrust), (19) 두 사자(獅子), (20) 뷰티풀하우스(Beautiful House, 미궁으로 불리며 교회를 상징),
(21) 평화의 방(크리스천은 이 방에서 기도하고 쉬면서 평화를 얻는다), (22) 서재(Library), (23) 무기고(武器庫), (24) 겸손의 골짜기, (25)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26) 신실(Faithful), (27) 허영의 시장(Vanity Fair), (28) 크리스천과 소망(Hopeful), (29) 롯의 처, (30) 절망한 거인의 감옥, (31) 기쁨의 산(Delectable Mountains), (32) 네 목자(지식, 경험, 경계, 성실), (33) 무지(Ignorance), (34) 작은 믿음(Little Faith), (35) 마법의 땅, (36) 쁄라의 땅(Beulah, 회복된 이스라엘을 상징), (37) 죽음의 강, (38) 크리스천과 소망(Vain-Hope), (39) 천성(天國, 순례자들의 마지막 영원한 안식처).
존 번연(1628-1688)은 영국 베드퍼드(Bedford) 근처에 있는 엘스토우에서 땜장이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으나 경건서적들과 아내의 영향으로 회심하고 역사상 길이 남는 설교자가 되었다. 번연은 설교자요, 복음전도자요 목사로서의 열심과 근면과 헌신으로 인하여 ‘번연 주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뜨거운 열정으로 복음을 전하고 약 60권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존 번연은 영국에서 ‘명예혁명’이 일어난 1688년에 향년 6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신앙생활과 경건생활에 성경 다음으로 유익을 주는 고전으로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Confessions)>, 토마스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Imitation of Christ)>, 그리고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꼽으며, 가장 많이 읽혀지는 책은 <천로역정>이다. 어떤 지역에 기독교가 전파되면 성경이 먼저 변역되고 그 다음에 번역되는 것이 <천로역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선교사 게일 목사가 1895년에 <천로역정> 제1부를, 그리고 1911년에 제2부를 번역했다.
<천로역정> 제1부는 크리스천이라고 하는 한 남자가 성경을 읽고서 자기의 죄를 뉘우치고 하나님의 나라를 향하여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후속편 제2부는 크리스천의 전도를 처음에 거절했던 크리스천의 아내(크리스티나)가 크리스천이 천성에 입성했다는 말을 듣고 자녀들과 함께 천성에 이르는 이야기이다. 1부 이야기는 개인의 구원을, 그리고 2부에서는 가족 구원을 강조한다. 길을 가는 도중 통과하는 갖가지 난관이나 방해자들은 모두 성경적 알레고리(allegory, 諷諭), 은유(metaphor) 그리고 상징(symbol)을 사용하여 묘사하였다.
<천로역정>을 읽을 때 성경을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은 저자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성경을 생활화했는지를 증명해 준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인애, 온유, 게으름, 나태 등 추상적인 개념들을 인격화시켰으며, 이러한 은유와 상징은 관념과 삶이 만나게 한다.
<천로역정>은 불변하는 인간성을 계시의 빛에 의해 응시하고 명쾌하게 인간의 구원 과정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로마서>의 구원과정과 매우 흡사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로마서>가 믿음에서 믿음으로 이르는 과정을 그리는 반면, <천로역정>은 멸망의 도시를 탈출하여 천국에 이르는 결단의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천로역정>은 읽기 쉬운 평이한 문체로 쓰여 졌으며, 이 세상에서의 성도의 영적 투쟁을 비유의 방법으로 매우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기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는 다른 어떤 고찰을 훨씬 초월하는 인간의 삶과 운명에 대한 안목을 체험하게 된다.
<사진> 1. ‘천로역정’ 책 표지그림(멸망의 도시로부터 천성으로 가는 크리스천의 여로를 그린 19세기 천리역정 삽화). 2. 필그림하우스 ‘천로역정’ 셀프가이드 안내 팸플릿에 있는 크리스천의 여로를 그린 삽화.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653). 2018.8.25(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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