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靑松 건강칼럼(901)... 국민질환 알레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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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3-05-13 13:57본문
환절기 불청객, 알레르기
◀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알레르기(allergy)란 우리 몸의 면역계(免疫界)가 특정 알레르기 유발 항원(抗原)에 반응하여 과도한 항원항체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즉, 알레르기란 호흡기, 피부 등을 통해 유입된 다양한 물질이나 특정 자극에 대해 과도한 반응을 하는 것이다. 나타나는 부위에 따라 알레르기 비염, 천식, 결막염, 피부염 등의 형태로 발생한다.
Gell & Cooms의 분류법에 따르면, 과민반응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알레르기의 대다수이자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하고 즉시과민반응으로 불리고 있는 1형 알레르기, 항체 매개 과민반응의 2형, 면역복합체에 의한 3형, 그리고 후천면역에 의한 4형 알레르기 등이다. 엄밀히 말하면 1형만이 좁은 의미의 알레르기에 해당한다.
알레르기의 증상은 단순히 기분이 나빠지거나 가렵거나 피부에 뭔가 나는 정도부터 시작해서, 심하게는 호흡곤란, 심지어 급사(急死)까지 유발할 수 있다. 일례로 아나필락시스는 순식간에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초급성 알레르기 반응으로, 응급 치료를 안 하면 사망한다. 아나필락시스는 다양한 원인(음식, 약물, 곤충 등)으로 발생할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란 항원-항체 면역 반응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급격한 전신 반응을 말한다. 우리 몸에서 알레르겐(allergen, 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항원)을 기억하게 되고 특정 알레르겐에 대한 IgE(immunoglobin E, 면역글로빈 E)라는 항체를 만든다. 최초의 면역 반응을 일으켰던 알레르겐이 우리 몸속에 들어오게 되면 염증 세포 표면에 붙어 있던 IgE와 결합하면서 수분 안에 다양한 염증매개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이러한 화학물질의 영향으로 급성 호흡곤란, 혈압 감소, 의식소실 등 쇼크 증세와 같은 심한 전신반응이 일어난다. 이러한 과정은 매우 짧은 시간에 일어날 수 있어 아주 소량의 알레르겐에 다시 노출되더라도 수 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한편 이와 감별해야할 용어로는 유사한 임상양상이 나타나지만 면역 반응에 의한 증거가 부족한 경우를 통칭하는 아나필락시스양(anaphylactoid reaction)이라고 부른다. 아나필락시스양은 아나필락시스나 아나필락시스 쇼크(anaphylactic shock)와는 다른 개념이다.
사계절(四季節) 24절기(節氣) 중 첫 절기이며 봄의 시작인 입춘(立春, 2월4일 경)이 봄을 알리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각종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각종 꽃가루가 기승을 부리고 재채기, 콧물, 결막염 등으로 병원을 찾는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인구의 10% 정도인 500만명이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은 전체 인구의 40%인 약 4900만명, 미국은 성인의 26%인 약 660만명이 꽃가루로 촉발되는 ‘계절성 알레르기’ 환자이다. 이에 알레르기 유발성이 강한 삼나무(杉, Japanese cedar)가 전국 70% 산지에 분포하고 있는 일본은 일기예보를 통해 지역별 꽃가루 지수를 제공한다. 미국은 꽃가루 농도가 심해지는 봄철에 숲 입구에 ‘꽃가루 주의’ 팻말을 붙인다. 우리나라는 삼나무가 주로 제주도에 분포하여 있지만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점차 북상하고 있어 환자가 더 증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꽃가루 경고 및 대응’ 체계가 미비하다. 알레르기 전문의들은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를 날리는 수종(樹種)인 참나무·오리나무·자작나무·삼나무 등은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꽃가루가 널리 퍼지기 때문에 꽃가루 노출은 피하기가 어렵다. 심지어 강원도나 충청도 참나무의 꽃가루가 서울까지 날아온다. 국내 꽃가루 날림은 4-5월에 절정을 이루다가 6월 중순쯤 잦아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꽃가루가 주원인으로 꼽히는 알레르기 비염(鼻炎) 환자는 2021년 491만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를 쓰기 전인 2019년엔 707만명을 기록했으나, 코로나19 기간에 다소 감소했지만 작년부터 다시 급증세를 보여 2022년 8월까지 환자가 631만명이다. 올해 꽃가루 알레르기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작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꽃가루 때문에 눈물이 나고 눈이 가려운 알레르기성 결막염(結膜炎) 환자도 180만명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지난 1970년대 시작된 산림녹화사업(山林綠化事業)으로 나무가 많아지면서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1973년부터 1997년까지 1·2·3차 산림녹화사업을 통해 전국 200만ha 이상 산림에 나무를 심었다. 이후에도 산불 피해지 등을 위주로 매년 2만ha 산지에 나무를 심고 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은 꽃보다 나무다. 즉 진달래, 개나리처럼 곤충이 꽃가루를 전달하는 충매화(蟲媒花)가 아니라, 소나무, 참나무, 오리나무, 자작나무, 삼나무처럼 번식을 위해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보내는 풍매화(風媒花)가 알레르기를 많이 일으킨다. 이에 산림 증가는 꽃가루 방출량 증가와 알레르기 환자 급증으로 연결된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꽃의 개화(開花) 시기가 빨라져 꽃가루에 노출되는 기간이 늘어난 것도 알레르기 환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꽃가루 농도(濃度)는 기온이 20-30도일 때 가장 짙기 때문에 4-5월에 기승을 부린다. 국립수목원은 2021년 우리나라 대표적 침엽수(針葉樹, conifer) 4종(소나무·잣나무·구상나무·주목)의 꽃가루 날림 시작일이 2009년 관측 이래 보름 정도 빨라졌다고 발표했다.
알레르기내과 전문의들의 설명에 따르면, 눈에 보이는 꽃가루들은 알레르기를 거의 일으키지 않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꽃가루들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 입자는 직경이 10-30마이크로미터 정도로 머리카락 굵기(50-70마이크로미터)보다 작다. 솜털처럼 하얗게 날리는 것은 버드나무와 수양버들에서 날리는 솜털 달린 씨앗이므로 알레르기 증상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노란색의 송홧가루는 소나무 수꽃에서 암꽃으로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꽃가루(pollen)다. 우리나라 산림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소나무(pine tree)에서 날리는 송홧가루를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송홧가루·개나리·벚꽃 등 눈에 보이는 꽃가루는 알레르기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꽃가루가 아니라 안 보이는 나무의 생식 입자가 알레르기를 많이 유발한다.
알레르기 환자 19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반응을 보인 사람은 자작나무가 16.6%로 가장 많았고 오리나무(16.4%), 참나무(12.5%), 소나무(11.6%) 순이었다. 국립기상과학원도 자작나무·오리나무·참나무 등은 알레르기 유발 식물로 보지만 소나무는 유발성이 약하다고 분류한다.
미세한 꽃가루 입자들이 일정량 이상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면 우리 몸은 이 꽃가루를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항원으로 인식한다. 이를 막기 위한 면역 물질로 히스타민(histamine) 등 화학물질을 방출하는데 이 히스타민은 재채기, 콧물 등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한다. 한번 꽃가루 알레르기 증세가 나타나면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몸 안에 있는 다양한 이물질(異物質)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주된 경로는 가래(객담), 콧물, 눈물 등이다. 이러한 물질을 분비하는 작용은 히스타민이 한다. 원하지 않는 이물질이 체내에 쌓이면 염증반응을 일으켜 히스타민을 분비하고 그것의 혈관 확장작용으로 점막으로 수분을 모으고 기관지, 위장 등 내장근육(smooth muscle)을 수축시켜 이러한 물질을 체외로 배출한다. 이러한 히스타민 작용이 만성적으로 과해서 발생되는 증상이 알레르기 관련 질환이다.
히스타민의 작용에는 ▲내장 근육을 수축한다, ▲혈관 확장 작용을 한다, ▲위장관에서 위산(胃酸) 분비를 자극하는 작용을 한다, ▲뇌에 있는 히스타민성 신경절에서 히스타민이 과잉 분비되면 히스타민의 각성작용으로 불면증(不眠症)이 생긴다 등이 있다. 이렇게 ‘히스타민증후군’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증상은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히스타민 작용으로 증상이 만성적이 될 경우 2차 증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즉 만성피로, 근골격계 질환, 공황장애(恐慌障礙, panic disorder),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는 증상, 불면증, 만성어지럼증, 체온조절 이상, 편두통, 만성재발성 두통, 틱장애, 만성통증, 부종, 몸이 무거움, 불임(不姙), 치질, 시력저하 등 다양한 2차적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관리가 중요하다.
히스타민은 생체에서 작용하는 아미노산(amino acid)으로 생체 활동성 아민(amine)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아미노산은 혈관을 확장하는 작용을 해 혈관성 두통인 편두통이나 혈관성 부종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을 한다. 특히 편두통 환자들은 제한이 필요하다. 피해야 하는 ‘히스타민 음식’에는 유제품, 술(와인 등), 과일(감귤류), 채소(가지, 호박, 양배추, 시금치 등), 생선(등푸른 생선, 조개류), 육류(가공 육류), 포화지방과 트랜스 지방, 가공식품, 향신료, 감미료. 랙틴 함유 음식 등이다.
우리 몸이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는 꽃가루 노출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한번 임계치(臨界値)를 넘어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면 매년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한번 반응이 생기면 이후 소량의 꽃가루가 들어와도 몸이 자동으로 면역 물질을 과다 분비하기 때문이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봄철에 심하지만 1년 내내 증상이 나나날 수 있다. 시기별로 2-3월에는 오리나무·개암나무, 4-5월에는 자작나무·참나무·소나무 등의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6-7월에는 호미풀·오리새 등 목초(牧草)의 꽃가루가, 그리고 8-10월에는 돼지풀·쑥 등 잡초(雜草)에서 날리는 꽃가루가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이다.
밤새 가라앉았던 꽃가루가 아침이 되면 바람을 타고 날리므로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오전에 가급적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만약 부득이 외출을 할 때는 황사 마스크를 착용하고, 렌즈를 사용하는 사람은 안경을 쓰는 게 도움이 된다. 외출 후 집에 도착하면 문밖에서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실내로 들어간다.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세수를 깨끗이 한다.
집안에 있을 때는 창문을 닫아 두고, 환기는 오후에 2시간에 한 번 정도 한다. 물걸레로 집안 구석구석을 자주 닦고, 빨래를 실외에 널면 꽃가루가 묻을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갑자기 찬 공기를 마시면 코막힘 등 알레르기 비염(鼻炎)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실내·외 온도가 많이 차이가 나지 않도록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결막염, 기관지 천식 등 침범하는 장기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므로 증상에 맞는 약을 써야 한다. 면역요법(免疫療法)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꽃가루 성분)을 규칙적으로 주입해 그 물질에 반응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자신이 어떤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는지는 병원에서 피부검사, 혈액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봄철에 심하지만 1년 내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알레르기내과 전문의들은 사람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다르고 미세 먼지 등 다른 요인들로 인해 증상이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3-5년 정도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901) 2023.5.13.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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