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靑松 건강칼럼 (903)... 마약 위험국, 한국
페이지 정보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3-05-27 14:36본문
대마초(大麻草)가 게이트웨이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The Jesus Times 논설고문)
필자는 1990년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청소년연구원 제1연구실(정책연구실) 실장으로 근무할 당시 청소년 분야의 다양한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청소년 약물남용(drug abuse) 실태와 예방대책’에 관한 연구도 했다. 또한 마약류 퇴치를 위하여 1992년에 설립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Korean Association Against Drug Abuse)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1990년 2월 뉴욕에서 개최된 ‘UN 마약류 특별총회’에서 1991년부터 2000년까지를 ‘유엔 마약류 퇴치 10개년(UN Decade Against Drug Abuse)’으로 선포하고 세계 각국이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도록 권유하였다. 세계 마약퇴치의 날(World Drug Day)은 1987년 UN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마약 남용이 없는 국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지정한 기념일로 매년 6월 26일이다. 여러 나라가 마약 근절과 관련된 캠페인과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년 전만 해도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마약 위험국’으로 변했다. 국내 마약 범죄는 2010년대 중반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인구 10만명당 마약 범죄 적발 인원을 나타내는 ‘마약류 범죄 계수’는 2012년 18,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19를 기록했다가 2015년에는 23으로 올라갔다. 이 계수가 20을 넘어서면 마약 범죄를 통제하기 힘든 상태를 의미한다. 범죄 계수가 2020년 35, 2021년에는 31을 기록해 마약 범람 현상이 고착화되었다.
인터넷의 발전과 국제택배 증가 등으로 마약 유통이 확산되고 심지어 10대 마약사범까지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에서 14세 여학생이 텔레그램으로 필로폰을 주문한 지 40분 만에 손에 넣어 동급생들과 투약할 정도이다. 청소년 마약 사범이 2017년 119명에서 2022년 481명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 사범이 30%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그 10배나 증가한 것이다.
청소년 마약류 사범이 급증했다는 것은 국가의 마약 관리 시스템 전반이 무너졌다는 것을 말해 준다. 즉 마약 범죄 대응 시스템이 약화됐다. 특히 문제인 정부는 지속적으로 검찰의 마약 수사 부서를 통폐합해 결과적으로 국가 마약 대응 역량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갔다. 2018년 검찰 마약 수사의 컨트롤 타워인 대검 강력부를 폐지했다. 이어 2020년에는 대검 마약과를 조직범죄과에 통합시켰고 일선 검찰청의 강력부 6곳을 형사부로 전환시켰다.
2021년에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마약 수사 권한도 줄어 500만원 이상의 마약 밀수와 마약 소지 관련 범죄만 수사할 수 있다. 이에 2021년 검찰이 직접 인지한 마약 범죄가 236건으로, 전년의 880건에 비해 73.2% 감소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후 경찰이 마약 범죄 수사 대부분을 떠맡았지만 국제 특급우편과 특송화물, 공해상 어선 접촉으로 해양 밀수 등으로 반입된 마약이 다크웹, 텔레그램 등을 통해 판매되는 것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고교생에게 ‘마약 음료’를 시음하게 한 사건의 피해자는 9명이다. 이 사건에 연루된 범인은 10명으로 마약 음료 한 병에 필로폰 3회 분량을 탄 사실도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6일 “마약이 고등학생들에게까지 스며든 충격적인 일”이라면서 “검찰과 경찰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마약의 유통, 판매 조직을 뿌리 뽑고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라”로 지시했다.
마약이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파괴하고 있다. 마약은 중독성이 높아 한 번 접하면 끊기 어렵다. 특히 청소년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덜 성장한 만큼 마약을 투약한 청소년의 뇌(腦) 손상이 성인 중독자의 7배에 이른다. 뇌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 시기에 마약이 침투하면 뇌 기능이 더 광범위하고 크게 망가진다. 어릴 때부터 마약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 수 있도록 학교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마약 사범에 대한 비교적 관대한 처벌이 범죄를 양산한다는 지적도 있다. 법원은 마약 사범이 형사 처벌 전력이 없거나 치료를 통해 마약을 끊겠다고 재판부에 호소하면 감형 사유로 참작한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1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 사범 4747명 중 절반에 달하는 2089명(44%)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마약 사범 비중은 2019년 1723명(41%), 2020년 1642명(42.9%) 등 매년 증가 추세다.
1심에서 단순 벌금형이 선고되는 비중도 2019년 3.3%(138명)에서 2020년 3.7%(140명), 2021년에는 4.3%(205명)로 증가했다. 한편 풀려난 마약사범 10명 중 3명은 다시 마약을 하여 재범률은 2020년 32.9%에서 2021년 35.4%로 증가했다. 법원의 마약사범에 대한 관대한 처벌이 범죄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이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마약 사범을 엄벌하기로 유명한 중국을 포함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전 세계 35국이 마약 사범에게 사형(死刑)을 집행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싱가포르에서는 작년에만 마약 밀매범 11명에게 사형을 집행했다. 싱가포르 법(法)에는 대마 밀수 규모가 500g을 넘으면 사형을 선고할 수 있게 돼 있다. 단순 마약 소지는 약하게 처벌하는 미국도 마약 공급과 유통 범죄만큼은 최고 형량을 종신형(終身刑)으로 두고 있다.
미국은 1973년 법무부 산하에 ‘마약단속국’이란 마약퇴치 기구를 창설했다. 마약단속국(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은 미국 내 마약의 유통을 적하고 수사하는 것을 넘어, 남미(南美) 등에서 마약 소탕 작전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남미 등으로부터 마약이 밀반입되기 때문에 공급자들을 뿌리 뽑는다는 목적이다.
미국 내에서 마약 범죄를 중심으로 대응하느라 사회 전반에서 마약을 억제하는 정책에는 실패했다고 본다. 마약은 투약자를 처벌하거나 공급선을 제거하더라도 그동안 중독된 수요가 남아있기 때문에 처벌만 갖곤 근절이 불가능하다. 이런 지적에 미국 정부는 마약 예방교육 등을 아우러는 전방위적인 연방 프로그램을 1989년에 출범시켰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1월 초 펜타닐(Fentanyl) 등 최근 확산한 마약성 진통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추가로 15억달러(약2조원)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펜타닐은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암환자나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환자, 대형 수술 환자용 진통제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2010년부터 미국에서 마약으로 오용되어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초강력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은 금단증상으로 단약(마약 끊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마약 문제는 진정되기는커녕 매년 악화하고 있다. 1990년대 10만명당 3명 수준이던 마약 과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20년엔 10배 수준인 10만명당 28명으로 급증했다. 자살(10만명당 15명)이나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사망(11명)보다 훨씬 많다. 전문가들은 미국 사례에서 보듯, 마약 문제를 초기에 해결하지 않으면 고착화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최근 발간된 <대검찰청 2021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현행법상 의사의 처방이 있으면 의료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向精神性醫藥品) 성분 수는 180개에 달한다. 같은 성분의 복제약(複製藥)까지 포함하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약성 의약품 수는 훨씬 많다.
마약(痲藥, narcotics)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면서 오·남용(誤濫用)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약물을 말한다. 마약류(痲藥類)란 일반적으로 기분, 생각 등에 변화를 줄 목적으로 섭취하여 정신에 영향을 주는 물질을 말한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정의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가 해당된다. 마약은 일반적으로 생약(生藥)에서 추출한 천연마약, 추출 알칼로이드, 화학적으로 합성한 합성마약으로 구별한다.
마약류는 투여 시에 의존성과 내성(耐性)이 나타나며, 투여를 중단하게 되면 금단증상(禁斷症狀)이 나타나므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해를 끼치게 된다.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법적으로 강력히 규제되고 있는 약물이다. 따라서 허가 없이 제조, 소유, 판매 및 사용하는 경우 처벌의 대상이 된다.
미국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에 뉴욕 최초로 합법적 기호용(嗜好用) 마리화나(marijuana) 판매점 ‘하우징 워크스 칸나비스’가 지난해 12월에 개점했다. 이 판매점에서 대마초(大麻草)를 구입하면 합법이기에 수많은 시민들이 새벽부터 몰려 3시간 만에 마리화나가 동났다고 한다. 뉴욕주가 지난해 말부터 대마초를 공식 판매한 이후 다른 불법 마약 거래까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마리화나는 다른 마약에 비해 중독성이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마초 중에서 환각성을 가지는 THC 성분이 0.3% 미만인 헴프(HEMP)는 소아 뇌전증(간질, epilepsy) 치료에 쓰이고 있다. 마리화나는 다른 마약에 비해 사회적 해악이 덜하고 해악이 더 심각한 다른 마약 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로 기호용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나라와 지역이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4년 콜로라도주(州)를 시작으로 미국 50주 가운데 뉴욕주 등 21주가 기호용 대마초를 합법화했다. 미국에서 대학생들이 파티를 하는 곳에는 거의 대마초가 있다고 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성인(16%)이 담배 흡연자(11%)보다 많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콜로라도주는 대마를 법적으로 허용한 후 다른 마약 사용자까지 덩달아 늘어나 골치를 앓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합법적 대마를 위해 콜로라도를 찾은 이들이 늘면서 범죄와 사고가 급증했다. 콜로라도주 수도 덴버에서 버스나 인도, 카페 등에 마약에 취해 널브러져 있는 중독자들을 일상처럼 만날 수 있다.
대마초(cannabis)는 대마의 잎과 꽃에서 얻어지는 마약류의 물질로서, 400여 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이 중에는 카나비디올, 카나비놀 등의 카나비노이드(cannabinoids)가 60여 종이나 포함되어 있다. 대마초에 들어있는 카나비노이드 중 향정신성 효과가 가장 큰 물질은 델타나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delte-9 tetrahydrocannabinol)로 약칭해서 THC라고 한다. THC는 수 백 마이크로그램(ug)만으로도 환각(幻覺)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대마(大麻)는 중앙아시아 원산의 ‘삼’과 식물로 한해살이 ‘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대마를 삼베옷의 원료로 이용했으며, 지금도 삼베를 만들기 위해 삼(대마)을 재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조선 시대부터 삼베옷을 입었다는데 마약(痲藥)으로 사용한 흔적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대마초 흡연은 베트남 전쟁(Vietnam War, 1975년 종전) 즈음부터 문제가 됐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히피(hippie)문화가 유행했을 때 핵심 중 하나가 마리화나(대마초)였다.
국내 마약 범죄 중 대마초 흡연의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필로폰 등 주사 투약 위주의 다른 마약보다 비교적 복용이 쉽고, 합법화된 외국에서의 밀반입도 쉽기 때문이다. 대마 관련 범죄는 2018년 938건이던 것이 2022년 2084건으로 122.2%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마약류 전체 검거 건수가 52.8% 증가한 것에 비해 대마 범죄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대마는 외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여겨 해외에서 피우던 대마를 국내로 밀반입하는 경우가 많다. 대마초가 중독성이 낮은 연성(軟性)마약이라고 하지만 필로폰(philopon) 등 중독성이 강한 마약으로 입문하는 게이트웨이(gateway, 입구) 역할을 하므로 경각심을 갖고 강력 단속해야 한다.
국내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마약 문제를 막지 못하면 미국처럼 막대한 사법 비용을 들이더라도 더 이상 현상 유지밖엔 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정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수사권 조정에 따라 축소된 검찰 내 마약 전담 부서를 부활하고, 마약류의 유입 감시, 유통 단속, 사법 처리, 치료와 재활, 교육과 홍보로 분류하여 범정부 차원의 계획을 수립하여 강력하게 추진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마약 수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약수사청’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진> 대마초(大麻草, cannabis)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903) 2023.5.27. Facebook>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