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靑松박명윤칼럼(1191)...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페이지 정보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6-07-27 21:44본문
장수(長壽) 법칙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요즘 ‘100세 시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만약 10세까지 살더라도 마지막 10년 이상을 병원 침대에 누워 지내야 한다면 그 시간은 본인에게도 가족에게도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고령인구의 2021년 기준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은 남성(기대수명 80.6세, 건강수명 70.3세/유병기간 10.3년)과 여성(기대수명 86.6세, 건강수명 74.7세/유병기간 11.9년)이다.
‘기대수명’은 전체 생존 기간을 말하며, ‘건강수명’은 질병과 장애 없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얼마나 오래 사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살아가는가’로 바꿔야 한다.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하여 규칙적으로 신체 활동을 해야 한다.
헬스장에 갈 시간이 없다면, 짬을 내 걷는 것도 좋다. 일주일에 2-3일만 6000보 이상 걸으면 사망률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걷기가 주는 효과는 만성 염증 감소, 인지 능력 향상, 생체리듬 장애 개선 등이다. 성인은 1주일에 150분간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 중강도 운동이란 5-6km로 30분간 빠르게 걷는 것처럼 약간 숨이 가쁘지만 대화가 가능한 수준을 말한다.
장수(長壽) 노인들의 식탁을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식재료를 꾸준히 먹는 습관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장수 노인들이 즐겨 먹는 식품에는 콩류, 등푸른 생선, 다양한 채소, 견과류, 요거트 등이다. 오래 건강하게 살아가는 비결은 비싼 음식 한 가지보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식습관 속에 숨어 있다.
일본 오사카대학(大阪大學, 1931년 개교) 사회역학자 곤도 가쓰노리(近藤勝則) 교수의 ‘일본 노년학적 평가 연구(Japan Gerontological Evaluation Study: JAGES)’는 1999년 일본 중부 아이치현에서 출발해 전국 24개현(懸), 고령자 22만명으로 확장된 대규모 장기 추적 연구다. 이 연구를 통하여 어떤 사람들이, 어느 동네 고령자들이 건강 수명을 누리며 사는 지 살펴봤다. 의학과 질병뿐만 아니라 고령자의 삶을 들여다봤다.
즉 혈압, 혈당, 흡연과 음주 여부, 운동 횟수만 따지지 않았다. 친구가 있는지, 동네모임에 나가는지, 취미가 있는지, 봉사활동을 하는지, 이웃과 친한지, 치아(이)가 몇 개 남아 있는지, 음식을 잘 씹는지, ‘혼밥’을 얼마나 자주 먹느지 등을 물었다. 그리고 나중에 누가 치매에 걸리고, 누가 요양병원으로 가고, 누가 끝까지 독립적으로 사는지 등을 추적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은 특별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도 값비싼 영양보충제를 먹은 사람도 아니었다. ‘사회적으로 연결된 사람’이 장수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각종 모임에 참석하고, 취미생활을 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자기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오래 건강했다. 스포츠 클럽, 취미 모임,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에 많이 참여하는 고령자일수록 노쇠나 기능장애 발생 위험이 낮았다.
‘건강수명’은 병원이 아니라 동네 경로당, 합창단, 자원봉사 모임, 친구와의 점심약속 등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약은 병을 치료하지만, 관계는 사람을 키운다. 이에 친구가 최고의 ‘장수약’이다. 친구를 통칭하여 ‘사회적 자본’이라고 부르는데, 믿을 수 있는 사람,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 이웃과의 신뢰, 공동체 속 역할 등을 의미한다. 이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자본’이다.
혼자 식사(혼밥)하는 사람,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는 사람, 친구를 거의 만나지 않는 사람 등은 우울증(Depressive disorder)과 치매(Dementia)뿐 아니라 사망 위험까지 높았다. 반대로 ‘나를 걱정해 줄 사람이 있다’고 답한 고령자는 같은 질병을 가지고 있어도 기능 저하가 늦게 나타났다. 결국 사람은 병으로만 늙는 것이 아니라 고립과 외로움으로도 늙는다.
일본의 대규모 노년학 코호트 연구(JAGES)에서 ‘구강 건강’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치아 수가 적고, 씹기 어렵고, 입이 마르고(구강건조증), 사례(삼킴 장애 관련 증상, aspiration)가 잘 드는 고령자는 나중에 기능 장애에 빠질 위험이 높게 나왔다. 치아는 단순히 음식을 씹는 도구가 아니다. 치아가 있어야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고, 근육을 지킬 수 있다.
치아가 있어야 발음이 또렷하고, 웃을 수 있고, 사람 앞에 나설 수 있다. 구강 건강이 나빠지면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영양상태가 나빠진다. 외출이 줄고 인간관계가 끊어진다. 결국 입의 노화는 전신 노화의 ‘입구’가 되며, 구강은 소화기관이며 사회 기관인 셈이다.
현대 의학은 평균 수명(life expectancy)을 크게 늘렸지만 건강 수명(healthy life expectancy) 연장은 의학 혼자만이 이룰 수 없다. 사회가 깔아주고, 마을이 펼치고, 개인이 일상 삶에서 실행해야 한다. 은퇴 후에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자리와 자원봉사활동에도 참여해야 한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는 순간 규칙으로 생활하고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게 되는 법이다. 건강수명은 그런 일상의 부산물이다.
곤도 가쓰노리 교수는 노화를 방지하려면 3가지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는 ‘근육’이다. 매일 걷고, 계단 오르며, 가벼운 아령(dumbbell)으로 근육을 유지하는 것이다. 둘째는 ‘입’이다. 치아 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치과병원을 방문하여 씹는 힘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셋째는 ‘사회적 연결’이다. 친구를 만나고, 모임에 나가고 혼자 밥을 먹는 ‘혼밥’을 줄이는 것이다.
곤도 가쓰노리 교수가 이끄는 후생노동성 연구팀이 2003년부터 4년간 아이치현의 65세 이상 노인 4,4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치아가 20개 이상 남아있는 노인이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치매에 걸린 비율은 2.9%였다. 반면 이가 거의 없고 틀니를 사용하는 노인은 7.3%, 이도 없고 틀니도 사용하지 않는 노인은 11.5%로 치매 비율이 올라갔다. 이에 충치나 잇몸병을 치료하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회는 더 큰 준비가 필요하다. 고령자 복지는 병원과 요양 시설을 늘리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요양이 필요해지기 전에 예방하는 구조여야 한다. 걷기 좋은 길, 운동 모임, 취미 교실, 식사 모임, 구강관리 프로그램, 방문형 예방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일본에서 고령자 22만명을 20여년 추적 연구한 결과, 밝혀낸 6가지 장수 법칙은 다음과 같다. (1) 집 밖으로 나가 취미 모임, 자원봉사 등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하라. (2) 친구는 최고의 장수약이므로 인간관계, 이웃, 공동체 속에서 자기 역할이 많아야 한다. (3) 은퇴는 직장 생활의 끝일뿐이므로 은퇴 후 파트타임 일거리, 자원봉사, 손주 돌보기 등 역할이 있어야 한다. (4) 치아와 구강 건강이 중요하다. (5) 건강 격차는 동네에서 시작되므로 걷기 좋은 길, 서로 인사하는 문화 등 환경이 중요하다. (6) 장수의 비결은 삶의 태도에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초고령 사회의 정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에 고령자가 계속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지역사회 자체가 건강 수명 공간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고령자가 잘 걷고, 씹고, 말하고, 웃고, 누군가를 만나러 나가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의학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여 생명을 연장하고, 사회는 건강한 삶을 연장한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이제 건강을 병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사람 속에서 키워야 한다. 혼자 오래 버티는 삶보다 함께 웃고, 함께 걷고, 함께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가장 ‘건강한 장수의 길’이다. 사회적 친구는 노년의 사치가 아니라 건강을 지키는 필수 조건이며, 공동체는 우리 모두가 함께 가꾸어야 할 가장 소중한 생명의 울타리인 것이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 박명윤 칼럼(1191) 2026.7.27. Facebook>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