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靑松박명윤칼럼(1027)... 펄펄 끓는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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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5-07-15 17:08본문
기후재앙(氣候災殃)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요즘 “폭염 경보, 야외활동 자제”라는 안내 문자를 자주 받는다. 폭염(暴炎, Heatwave)이란 비정상적인 고온 현상이 수일에서 수십 일간 지속되어 인적 및 물적 피해를 발생하게 하는 재해(災害)를 발한다. 문제는 폭염주의보(일최고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와 폭염경보(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 열대야(야간 기온 25도 이상) 등 기존의 고온현상 지표가 최근엔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이상고온 현상은 예측하기 어렵고 기존의 기준을 훨씬 웃돈다.
글로벌 식량 위기 대응 기구인 식량안보정보네트워크(FSIN)와 식량위기대응 글로벌네트워크(GNAFC)가 공동 발간한 ‘2025 세계식량위기보고서(GRFC)’에 따르면 지난해 식량 위기 인구는 2억9530만명으로 집계됐다. GRFC에 따르면 지난해 기후변화는 18국 9610만명을 식량 위기로 내몬 주요 원인이었다.
연구진은 특히 태평양 적도(赤道)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폭염, 가뭄 등 기상 이변을 일으키는 엘니뇨(스페인어, El Nino, 어린 남자아이)현상에 주목했다. 이들은 “지난해 세계 기온은 엘니뇨 현상(El Nino Conditions) 탓에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34국에서 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됐다”며 “(엘니뇨로 인해) 다양한 지역에서 무덥고 건조한 기후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농사가 망하고, 가축이 폐사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기후재앙엔 선진국도 후진국도 없다. 살인적 더위에 신음하는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기후 변화를 점점 더 피부로 느끼면서, 공연 예술의 경고 메지지도 더욱 직접적으로 변했다. 올봄 런던에선 로열셰익스피어극단(RSC)의 연극 ‘교토’가 전석 매진 행렬로 화제를 모았다.
이 연극은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관한 1997년 교토의정서(京都議定書, Kyoto Protocol) 합의 과정을 거대 석유회사를 대변하는 로비스트의 시각에서 155분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교토의정서를 저지하는 데 실패한 로비스트는 아들에게 전화를 건다. “회의는 끝났어. 기후 변화는 이제 네 몫이야. 네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야.”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인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이행 방안으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규정하였다.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되었다. 감축 대상 가스는 이산화탄소(CO2), 매탄(CH4), 아산화질소(N2O), 불화탄소(PFC), 수소화불화탄소(HFC), 불화유황(SF6) 등의 여섯 가지이다.
우리나라 공연계도 기후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연한 보편적극단의 연극 ‘멸망의 로맨스’는 기후재앙으로 물에 잠긴 서울이 배경이다. 해수면 상승이 본격화되며, 혼란이 이어지는 가까운 미래 등 서로 다른 시간대를 연결하며 종횡으로 이어지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더운 날씨는 학생들의 학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박지성 교수 연구팀이 2020년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더운 날 수업 일수가 많아질수록 학생들의 시험 성적은 낮아졌다. 2001-14년 미국 고등학생 약 1000만명의 대학예비시험 성적과 지역별 일일 기온 데이터를 비교해 고온이 학업에 미치는 영향의 인과관계를 규명했다. 이 논문은 경제 학술지인 아메리칸 이코노믹 저널(American Economic Journal)에 게재됐다.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32-37도인 날에 수업을 하루 더 받으면 연간 학습 성취도가 평균 0.16% 줄어들었다. 날씨가 더 더워지면 그 영향은 더욱 심각했다. 기온이 37.8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부정적 영향은 최대 50% 이상 상승했다. 이 영향은 단기적이지 않으며 시험일 기준으로 2-4년 전 더운 날 수업 일수도 성적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러 학년에 걸쳐 더위가 반복되면 그 누적 효과는 단일 학년의 충격보다 훨씬 크게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폭염주의보에 이어 폭염경보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온열질환자수가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20일부터 7월6일까지 온열질환자는 총 85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9명)보다 83%나 증가했다. 사망자수도 7명으로 지난해(3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온열질환 발생 장소는 실외(712건)가 실내(163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고, 실외에서는 작업장(224건), 논밭(145건), 길가(123건) 순으로 발생 빈도가 높았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377명으로 43.1%를 차지했다, 40-50대는 275명, 20-30대가 195명으로 뒤를 이었다.
온열질환(溫熱疾患, heat illness) 또는 고열손상(高熱損傷)은 몸의 체온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받은 신체의 손상이다. 즉 몸이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두통과 어지러움, 근육 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가 나타나는 급성 질환이다. 온열질환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열사병(熱射病, heat stroke)>은 체온을 조절하는 신경계가 그 기능을 상실하여 치사율이 높다. 온열질환 중 가장 위험하며, 증상은 빠르고 강한 맥박, 심한 두통, 오한, 저혈압, 현기증 등이다.
<일사병(日射病, 열탈진, heat exhaustion)>은 열사병의 전조일 수 있으며, 증상은 심한 땀, 빠른 호흡, 빠르고 약한 맥박 등이다. <열실신(heat syncope)>은 과열로 인한 실신 또는 어지럼증을 말하며, <열부종(heat edema)>은 열에 대한 반응으로 혈관이 확장된 후 수분 저류로 인한 사지 부종을 말한다. <열경련(heat cramp)>은 더운 날씨에 격렬한 운동 중 발생하는 근육 통증을 말하며, <열발진(heat rash)>은 과도한 땀으로 인한 피부 자극을 말한다. <열경직(heat tetany)>이란 일반적으로 강한 더위 속 짧은 기간의 스트레스로 발생한다. 증상에는 과호흡, 호흡 문제, 무감각 또는 따끔거림, 근육 경련이 포함될 수 있다.
열사병은 스포츠에서 비교적 흔하게 발생한다. 1980년에서 2006년 사이에 미국에서 발생한 스포츠 관련 사망의 약 2%는 운동성 열사병으로 인해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미식축구(American Football)가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전국적으로 프리시즌 풋볼 캠프와 관련된 8월은 운동성 열 관련 질환으로 인한 사건의 66.3%를 자치한다. 미식축구는 다른 모든 스포츠를 합친 것보다 운동성 온열질환에 노출될 확률이 11.4배 더 높다. 미국에서 총 3,442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1999-2003년)했다.
폭염 속에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체온이 39도 이상 오르면서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호소하거나, 의식이 흐려지고, 땀이 멈추며 피부가 건조해지고, 호흡이 빨라지는 등의 증상을 보이면 급성 온열환자라고 보고 신속히 체온을 떨어뜨리는 응급 처치를 해야 한다. 물 스프레이를 얼굴과 몸에 뿌려 체온을 낮추고, 얼음주머니를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쪽에 갖다 댄다.
열사병 등 급성 온열환자 발생 시 응급 대처법은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긴다, ▲옷을 느슨하게 풀어준다, ▲찬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거나 부채질을 하여 체온을 낮춘다, ▲얼음주머니가 있으면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 갖다 대어 체온을 낮춘다, ▲의식이 있으면 시원한 물이나 이온 음료를 천천히 마시게 한다, ▲의식이 없으면 즉시 119에 신고해 의료기관으로 이송한다.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의식이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다. 의식을 잃은 경우, 자율신경계가 무너져 체온조절 기능이 가동하지 않는 상태이므로 즉시 체온을 낮추면서 119 구급차로 의료 기관으로 이송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半島) 지형 덕에 여름철 바다에서 해풍이 불어와 대기의 과도한 가열을 억제했고, 산지(山地)가 많아 뜨거운 공기가 들어와도 광범위하게 오래 머물지 못했다. 이에 근대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0년대 초부터 우리나라는 아무리 더워도 ‘낮 40도’와 ‘초열대야’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온난화(溫暖化)로 지구의 대기 온도가 계속 상승하고 해수면 온도가 동반 상승하여 이 안전선이 깨졌다.
해가 갈수록 더워지는 기후로 인하여 심각한 사회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즉 기온이 높을수록 사람의 공격성(攻擊性)도 높아져 사회 범죄율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에 더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 박명윤 칼럼(1027) 2025.7.15.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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