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靑松 건강칼럼(974)... 글루텐프리 식품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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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11-22 23:07본문
한국 ‘빵집’과 일본 ‘쌀집’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글루텐 프리(gluten free) 제품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10월 전국 만 19-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글루텐프리 식품 관련 구매행동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6.0%가 글루텐 프리 식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쌀에는 글루텐이 없다.
글루텐(gluten)은 밀, 보리, 귀리 등에 들어 있는 글루테닌(glutenin)과 글리아딘(gliadin)이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성분으로, 물에 용해되지 않는 성질을 갖는 불용성 단백질의 일종이다. 밀가루에 물을 가하여 반죽을 하면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 서로 결합하면서 글루텐이 형성된다. 밀로 만든 빵의 전체 단백질 중에 75-85%를 차지하며, 대부분 가공식품도 글루텐 함량이 높다.
미국의 경우, 밀(wheat)을 섭취했을 때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약 6%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밀 알레르기(allergy)와 글루텐 과민증(sensitivity), 셀리악병을 가진 사람들이다. 셀리악병(Celiac disease)은 장 내 영양분 흡수를 저해하는 글루텐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하여 나타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글루텐프리(gluten free) 식품은 글루텐이 포함된 음식에 예민한 증상을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최근 글루텐프리 식품이 일반인에게 일종의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이 글루텐프리 식품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 개선’ 때문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은 지나친 밀가루 음식 섭취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비만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글루텐프리 식품을 선호한다. 한편 글루텐프리 식품은 밀가루와 글루텐이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의 대체 식품일 뿐이라고 말한다.
글루텐에 대한 예민함과 셀리악병은 서로 다른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글루텐은 물 분자를 결합해 우리가 먹은 음식을 젤(gel)로 만든다. 그로 인해 음식물은 더 분해되기 어렵게 되고, 소화도 더 어려워진다. 글루텐 섭취를 끊어야 할 때는 ▲소화가 잘 안 될 때, ▲별다른 이유 없이 팔 뒤쪽에 닭살이 생길 때, ▲만성적으로 피곤할 때, ▲어지럽거나 두통이 있을 때, ▲호르몬 합병증이 있을 때 등이다. 여러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국에 이름이 알려진 ‘빵집’은 오픈 런(open run)에다 줄 서기는 예삿일이 된 지 오래다. 한편 일본은 쌀값이 치솟고, 맛있는 쌀은 구매량을 제한하자 원하는 쌀을 사기 위해 ‘쌀집’에 줄을 서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 도쿄에는 쌀집이 있으나, 서울엔 쌀집이 없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동네마다 쌀가게(쌀집)가 있었다.
▲ 일본 스시, 초밥.
지난 3년간 일본의 쌀 수요가 공급량을 앞서 쌀 재고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쌀 가격도 전년에 비해 20-30% 가량 뛰었다고 한다. 일본 농수산성은 쌀 수요 급증 원인을 해외 관광객 유입에 따른 외식 수요 증가로 해석하고 있다. 쌀로 만든 요리에 대한 관광객의 수요가 늘면서 일본 스시(초밥)용 쌀 소비량이 올 들어 전년 대비 2.7배 급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올 상반기 동안 770만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왔지만 이들이 우리 쌀 소비에 기여했다는 분석은 없다.
쌀 과잉 문제를 우리보다 먼저 경험한 일본에서는 최근 쌀 부족이라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일본미곡상연합회가 전국 소매점을 대상으로 한 4-5월 쌀 매입 현황조사에서 ‘쌀을 제때 구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19%, ‘쌀을 구할 수 있는 양이 적다’고 답한 비율도 66%에 달했다.
현지에선 이번 쌀 부족 현상이 일정 부분 일본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는 의견이 있다. 일본은 그동안 쌀 재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산(減産) 및 전략작물(戰略作物)로의 재배 전환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일본 정부는 각종 정책을 통해 지속적으로 쌀 재배면적을 줄이면서, 2021년산 밥쌀용 쌀의 경우 생산양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700만t 아래로 떨어졌다.
▲ 쌀가루와 밀가루,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20년간 17% 감소한 반면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같은 기간 32%나 급감했다. 쌀값 하락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수급불균형이다. 정부는 쌀 생산을 줄여 쌀 수급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정책들을 내놓았다. 한편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운동도 벌여왔다. 우선 소비 감소의 원인을 식생활의 다양화, 면류나 육류 등 다른 식품의 소비증가, 아침 결식, 탄수화물에 대한 잘못된 건강상식 등으로 진단하고 이에 맞는 대책을 추진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곤국에서 1960년대 시작된 경제개발계획의 성공으로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발전했다. 이에 요즘 쌀이 남아도는 시대에는 상상이 안 되겠지만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쌀이 부족해 쌀을 적게 먹자고 국가 차원에서 절미운동(節米運動)을 했다. 1960년대에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중 하루를 무미일(無米日)로 정해 모든 음식점과 숙박업소 등에서 쌀을 원료로 하는 음식을 팔지 못하게 하는 등 극약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쌀이 부족하여 흰쌀밥은 명절 때나 생일날에 먹을 수 있었다. 절미운동의 확산을 위해 잡곡을 먹는 혼식(混食)과 밀가루 음식(粉食)을 장려했다. 이때 국민에게 호소한 논리가 쌀에 대한 부정적 정보였다. 즉, 쌀이 비만과 성인병을 유발시킨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약 50년간 쌀이 남아도는 세상에 살다보니 쌀 부족시대의 고통을 잊고 있다. 역사는 반복되므로 쌀농사가 무너지면 쌀 부족 시대가 다시 올 수 있다.
한국농업경제학회와 농협미래전략연구소가 공동 개최한 ‘2024년 제3회 미래농생명산업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기후위기를 현실 문제로 인지하고, 주요 곡물의 생산과 소비를 안정적으로 꾸려갈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곡물자급률이 20%대에 그치는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국가보다 기후문제가 식량 생산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국제연합(UN) 지속가능 목표(SDGs)의 1번 과제가 식량(食糧), 2번이 에너지, 3번이 물(水)인데, 식량은 대체재가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에 최근 일본과 중국이 ‘식량안보’를 국가문제로 보고 관련법을 제정 또는 개정한 점도 참고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2040년대 국내 쌀 생산량은 현재 수준보다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올해 예산 3015억 엔을 투입해 논 활용 전작(벼를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조처) 지원사업을 펴고 있다. 그 결과 경지면적 대비 쌀 재배 비율을 1970년 50.4%에서 2021년 32.3%로 조정하여 타 작물과 생산 균형을 맞추고 있다. 최근 미국 농업법 개정 진행과정의 키워드는 기후변화와 식량안보이다. 우리도 기후위기가 농업분야의 위험 요인임을 인식하되, 농업이 국가 주요 산업으로 재조명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 프리미엄 쌀, 황미,
최근 전국 곳곳에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침 간편식 지원사업’ 바람이 불고 있다. 사업에 참여한 학교들이 아침시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간편식에는 쌀가공식품(주먹밥, 죽, 떡)이 빠지지 않는다. 쌀로 만든 먹거리를 활용해 학생들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돕는 것이다. 또한 이같은 사업은 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미래 쌀 소비세대를 확보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쌀 소비량이 가파르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쌀 생산량 감축은 더디게 진행되어 만성적인 쌀 공급과잉 문제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71.2kg이었던 1인당 쌀 소비량은 2023년 56.4kg으로 약 21% 줄었다. 하지만 생산량 감축이 소비량 감소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1998년부터 2023년까지 쌀 과잉생산량은 누계 1210만t에 달했다. 쌀 공급과잉이 지속될 경우 쌀값 하락으로 이어져 농가 소득에 큰 타격을 주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
농협중앙회는 쌀 소비 촉진으로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쌀 소비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주요 키워드와 연관 검색어를 중심으로 최신 쌀 소비 트렌드를 분석했다. 가장 눈에 띄는 소비 트렌드는 식품에서 건강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최근 1년간 한 포털에서 검색된 쌀과 쌀밥 관련 키워드를 종합한 결과 ‘현미’ ‘칼로리’ ‘탄수화물’이 상위권에 올랐다.
같은 포털에서 쌀 관련 키워드를 조사한 결과는 쌀과자, 쌀피자와 같은 가공식품이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쌀 가공식품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실제로 사업체가 소비하는 쌀의 양도 점점 늘고 있다. 즉 2011년 65만t이던 사업체 쌀 소비량은 2023년 81만t까지 늘었다. 간편식품인 ‘즉석밥’을 찾는 소비자도 늘었고 프리미엄 쌀을 찾는 비율도 늘었다. 소포장 쌀 구매 비중도 늘었다.
농협은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먼저 쌀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쌀이 지닌 긍정적인 효능에 대해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쌀 소비 촉진을 위해 맛과 품질을 갖춘 우리쌀을 이용해 간편식을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쌀 판매 시 프리미엄 쌀을 적극 홍보하고 소포장 상품을 확대해 소비자 선택권을 확장할 필요성도 있다. 황미(黃米)는 현미와 백미의 중간단계 5-9분도 도정한 쌀로서, 백미에 비해 영양소가 16배 이상 많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비만(肥滿) 환자를 치료해온 결과 하루세끼 쌀밥을 잘 먹으면서 밀가루 등 다른 탄수화물을 안 먹는 게 비만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고령자에게 주로 문제가 되는 근감소증을 막기 위해서도 하루 세끼 쌀밥 식사가 중요하다. 우리는 ‘쌀밥은 비만의 주범’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쌀의 영양학적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이코노믹포스트 논설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 건강칼럼(974) 2024.11.18.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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