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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靑松 건강칼럼(896)... 흙, 식량안보·탄소중립의 핵심 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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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3-04-0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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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과 건강한 흙

 

청송 박명윤  박사 칼럼리스트02.jpg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The Jesus Times 논설고문)

<> 겨울을 밭에서 지낸 보리는 초봄 흙들의 난만한 들뜸이 질색이다. 한참 자라날 무렵에 헐거워진 흙들이 뿌리를 꼭 껴안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흙을 이해하는 농부는 봄볕이 두터워지면 식구들을 모두 보리밭으로 데리고 나와서 흙을 밟아준다. 농부는 보리가 봄을 다 지낼 때까지 부풀어 오르는 흙을 눌러 놓는다.

 

인간이 살아가는 토대를 제공하는 흙은 식량안보(食糧安保)와 탄소중립(炭素中立)의 핵심이다. 흙은 물을 정화하고, 먹거리를 생산하는 터전이다. 그리고 최근엔 토양이 가진 생태적 가치가 조명을 받고 있다. ,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탄소를 저장하는 흙의 역할이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업위기를 극복하는 데 흙이 핵심 역할을 하며, 농업의 기본은 흙을 가꾸는 데서 시작한다.

 

역사적으로도 비옥한 흙은 그 자체로 엄청난 자원이었다. 모든 세계 문명의 발상지(發祥地)는 비옥한 땅을 기반으로 했다. 현재 세계를 이끌어가는 선진국들 역시 중위도(中緯度, 위도 30-60도 지역, midlatitudes)에 위치한 덕분에 비옥한 토양을 갖고 농업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문명의 지속 가능성은 토양의 두께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이에 우리가 흙을 어떻게 가꿔가느냐에 달려 있다.

 

흙의 중요성은 동서고금 곳곳에서 나타나 있다. 예를 들면,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은 흙을 만물의 어머니라며 복룡간(伏龍肝, 아궁이 속에서 오랫동안 불기운을 받아 누렇게 된 흙)등 여러 종류의 흙이 치료에 사용되었다. 연암 박지원이 지은 과농소초(課農小抄) 농서에는 1() 깊이의 흙을 파서 맛을 봤을 때 단맛이 나면 상토(上土), 짜면 하토(下土)라고 했다.

 

199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스몰리(Richard E. Smally) 박사는 인류에게 닥칠 다섯 가지 문제로 에너지··식량·환경·빈곤을 들며, 이 모든 것이 흙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문제 해결에 흙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류 문명의 발달도 비옥한 토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흙 속에는 소우주(小宇宙)를 이루며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유엔(UN)2013년 정기총회에서 125일을 세계 흙(토양)의 날(World Soil Day)’로 정하고, 2015년을 세계 흙의 해(International Year of Soil)’로 선언했다. 흙의 공공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가속화되는 흙의 위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제정되었다.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흙의 황폐화는 식량생산의 위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토양 유기탄소를 늘려 기후위기를 이겨내자는 ‘4퍼밀 이니셔티브(Initiative)’가 발족했다. 4퍼밀은 1000분의 4, 0.4%를 의미하며, ‘4퍼밀 운동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토양에 탄소를 매년 0.4%씩 저장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탄소량만큼 토양에 환원시키는 것이 목적이며, 이를 통해 온실가스 감소 효과와 건강한 흙 관리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5흙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311일을 흙의 날법정기념일로 제정하였다. ‘흙의 날은 흙의 소중함과 토양 보전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제정된 기념일이다. 311일을 흙의 날로 정한 데는 3월은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달이며, 숫자 3은 하늘((사람()3원을 상징하며, 농업·농촌·농민의 3농을 의미한다. 숫자 11은 한자 흙 토()의 열 십()과 한 일()을 합한 것을 반영하였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등 지구촌 전체가 흙에 관심을 쏟고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각종 농산물을 안전하게 생산하기 위해 건강한 흙은 필수조건이다. 또한 흙은 지하수 저장, 탄소 저장 등 그 역할이 지대하다. 건강한 흙과 관련해 토양보전법’ ‘4퍼밀운동’ ‘최소 또는 무경운농법등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토양을 건강하게 보전하기 위해 침식과 유실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장마철 집중호우가 토양침식의 주요 원인이다. 대만에서는 토양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1983년부터 수토보지법(水土保持法)을 시행하고 있다. 토양은 작물의 뿌리가 양분과 수분을 잘 흡수할 수 있게 공극(孔隙)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농기계가 대형화됨으로써 무거운 중량으로 인해 농기계가 지나간 자리가 딱딱하게 다져지는 토양다짐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미국은 토양다짐을 줄이기 위해 콩 재배지역을 중심으로 무경운(無耕耘) 또는 최소경운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기조연설을 한 미국 농기계회사 디어&컴퍼니(1837년 설립, 브랜드 John Deere) 존 메이 회장은 현재 우리가 누리는 것을 미래세대도 누리게 만드는 존재가 농민이다. 농민은 우리의 소중한 자원 가운데 하나인 토양을 지킨다.”라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농업, 지속가능한 인류의 미래가 흙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 지형학(地形學, geomorphology) 학자인 데이비드 몽고메리 교수(David R. Montgomery, 워싱턴대학 지구우주과학부)는 저서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Dirt: The Erosion of Civilization)’에서 사람들이 흙을 다루는 방식이 문명의 수명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흙을 지구의 살갗이라고 정의한다. 사람의 살갗은 몸을 보호하고 회복하는 기능이 크지만, 흙은 암석을 분해하는 덮개로서 파괴되기 쉽다.

 

몽고메리 교수의 저서는 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가로지르며 인류 문명과 지구 생명체의 근원을 탐구하여,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흙이란 무엇인가, 2장 벗겨지는 지구의 살갗, 3장 고대 문명과 생명의 강, 4장 찬란한 제국들의 무덤, 5장 식민지를 찾아서, 6장 신대륙의 플랜테이션, 7장 강철 쟁기와 트랙터, 8장 화학비료와 석유의 딜레마, 9장 서로 다른 길을 간 섬들의 운명, 10장 지속가능한 미래의 기초 등이다.

 

(earth, soil, dirt)이란 지구의 표면을 덮고 있는, 바위가 부스러져 생긴 가루인 무기물과 동식물에서 생긴 유기물이 섞여 이루어진 물질이다. 먼 옛날 선사시대부터 진행된 흙의 생성과 침식 사이의 균형 덕택에 지구의 생명은 풍화된 암석의 얇은 껍질에 얹혀살아 왔던 것이다. 흙은 그 특성상 지질학과 생물학의 경계 지점에 있고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연구의 바탕 없이는 한 권의 단행본으로 나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몽고메리 교수는 문명을 사회와 흙이 맺는 관계라고 일깨운다. 흙은 자연뿐 아니라 경제·문화·사회와도 연결되며, 흙의 생명력이 고갈될 때 결국에는 인류 문명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몽고메리 교수는 흙의 보존은 우리 문명에 가장 중요한 과제이라고 강조한다. 흙을 잃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숲을 보존해야하고, 흙에 꾸준히 유기물질을 보태면 땅 속에서는 지렁이들이 쉬지 않고 흙을 갈아 주어서 지구의 살갗이 두터워지고 비옥해진다.

 

건강한 흙이란 흙에 서식하는 모든 생명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유익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토양의 물리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토양의 삼상균형(三相均衡)이다. 삼상이란 고체인 토양광물을 고상(固相), 액체인 수분을 액상(液相), 기체인 토양공기를 기상(氣相)을 합하여 말한다. 대부분의 농작물은 고상이 40%, 액상과 기상이 각각 30%일 때 뿌리와 미생물, 토양동물들도 활발하게 증식되어 가장 왕성한 생육을 한다.

 

공극(孔隙, pore)이란 토양의 부피 중 고체입자 즉 고상에 의해서 점유되지 않은 부분이며 수분과 공기로 채워져 있다. 공극의 양 또는 크기는 토성 및 구조에 따라 달라지며 통기성, 투수성, 보수성, 뿌리의 신장과 관계가 깊다. 공극을 크게 나누면 대공극(macropore)과 미세공극(micropore)으로 구분한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건강한 흙은 미세공극과 대공극이 균형 있게 분포한 것이다. 작은 알갱이들이 뭉쳐서 큰 덩어리를 이루는 입단구조 내부에는 미세공극이 자리 잡고 외부에는 대공극이 적절히 분포하게 된다.

 

미세공극과 대공극이 알맞게 분포하면 산소와 수분 공급이 원활해진다. 이 같은 입단구조는 흙 속에 유기물이 풍부할 때 만들어진다. 풍부한 유기물과 함께 이뤄진 입단구조는 흙 속 생명체들이 숨을 쉬고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흙 속 생명체의 밥 먹기는 흙 알갱이를 이루는 고상의 특성에 의해 좌우된다. 고상은 무기물과 유기물로 구분된다. 여기에서 토양 양분의 저장과 공급 기능은 무기고상보다 유기고상이 좀 더 원활하다. 유기고상의 부식함량을 증가시켜 양분의 저장과 공급 능력을 높이는 게 최선이다.

 

부식(腐蝕)함량을 높일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은 유기물의 지속적 투입이다. 부식함량이 높을수록 흙의 음전하량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흡착된 양이온 함량도 높아진다. 이는 흙의 양분 저장과 공급 능력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론적으로 유기물의 지속적인 도입을 통해 흙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으며, 건강한 흙은 건강한 먹거리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준다. 우리의 건강한 삶은 유기물이 풍부한 건강한 흙으로 비롯되고 지속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흙 속의 유기물 함량을 높이는 항구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건강한 토양은 적절한 양의 균형 잡힌 영양소 공급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대 농업 시스템은 수확할 때마다 토양의 영양분을 빼앗는다. 토양이 지속가능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비옥함이 사라지고 결국 영양분이 부족한 식품을 생산하게 된다. 토양의 영양소 손실은 영양을 위협하는 토양 열화 과정이다. 그것은 전 세계적으로 식량 안보와 지속가능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건강한 흙은 건강한 먹거리의 근본이 되며, 지구에 다양한 생물이 살 수 있도록 한다. 우리가 먹는 먹을거리의 95%가 흙을 통해 생산된다. 지구상 생물의 4분의 1은 흙 속에서 살고 있다. 지속가능한 흙 관리를 통해 식량을 증산할 수 있다. 인간의 부적절한 관리로 인해 세계 흙의 3분의 1은 외부로부터 유해물과 오염물이 가해져 흙이 농작물 생산에 적합하지 않게 되어 본래 지닌 농작물 생산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토양 산성화(酸性化)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토양 산성화는 기후나 공해에 의해 토양의 pH(수소이온 농도)가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토양의 경우 pH4.0-5.0으로 내려갈 경우 강산성(强酸性)으로 본다. 나무와 농작물에 따라 적절한 pH는 다르나, 보통 pH 6.0-6.5 정도를 유지하는 게 성장에 가장 적절한 pH 농도이다.

 

토양이 산성화되면 토양 안에 있는 미생물의 활동이 억제되고 알루미늄 이온, 중금속 등의 독성물질 농도가 증가하면서 식물과 나무의 정상적인 성장에 방해가 된다. 심할 경우 나무가 고사(枯死) 되기도 한다. 또한 토종 식물이 감소하고 생명역이 강한 외래종이 그 자리를 차지해 생태계(生態界) 교란이 일어날 수 있으며, 수질의 산성화로 인해 생태계 먹이사슬이 파괴되기도 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산림토양의 산성도가 2010pH5.14에서 2019pH4.3으로 16% 감소하여 토양의 산성화가 꾸준히 진행되었다. 이에 산성화된 토양에 알칼리성 토양개량제를 투입하여 토양 산성화를 줄여야 한다. 또한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고 퇴비와 같은 천연 비료를 사용하며,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과 공장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 등을 줄여야 한다. 공장에서는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탈황 장치를 설치하여야 한다.

 

지금 우리의 흙은 위험에 처해 있다. 이유는 도시의 확대, 숲의 황폐화, 무분별한 토양의 사용과 관리, 환경오염, 과도한 목축과 기후변화 때문이다. 토양 악화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세대에게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다. 이에 지속 가능한 토양과 땅의 관리에 대한 홍보는 식물의 생산성을 높이고, 발전된 지역사회, 깨끗한 환경을 보장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인간은 흙에서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 흙이 병들면 사람도 병약해 진다. 병든 흙은 우리 삶의 터전을 황폐화시키고, 그 흙에서 난 먹을거리는 우리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 건강한 흙에서 건강한 농산물의 생산되고, 건강한 농산물은 국민건강에 이바지한다는 -농산물-국민건강의 삼각체계를 정립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흙은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며, 건강한 흙의 보전은 지속 가능한 미래와 직결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진>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데이비드 몽고메리 지음)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895) 2023.4.8.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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