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靑松박명윤칼럼 (1128)... 흙과 사람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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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6-03-20 18:08본문
흙의 날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The Jesus Times 논설고문)
‘흙’은 인간의 생명을 키우고, 인간은 이 세상에서 생을 마감하면 ‘흙’으로 돌아간다. 죽음이야말로 인간의 궁극적 관심(ultimate concern)이다. 한자 문화권 사람들은 편안한 죽음을 뜻하는 고종명(考終命)이라는 개념을 정립한 바 있다. 즉,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고 ‘잘 살다 간다’고 생각하며 이 세상을 떠나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다.
‘일(1)상 속에 일(1)구는 생명, 흙과 사람의 약속’을 주제로 제11회 <흙의 날> 기념행사가 3월 11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흙의 날은 토양(土壤·soil)의 공익적 의미를 알리기 위해 정부가 2015년에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농협과 농민신문사가 1996년부터 매년 추진해온 ‘흙 살리기 운동’이 모태다.
‘하늘+땅+사람’의 3원(元)과 ‘농업·농촌·농민’의 ‘3농(農)’ 그리고 ‘열 십(十)’과 ‘한 일(一)’이 합쳐 ‘흙 토(土)’가 된다는 의미를 담아 3월 11일을 ‘흙의 날’로 정했다. 흙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국제연합(UN)은 2015년을 ‘세계 흙의 해’로 선언하고, 매년 12월 5일을 ‘세계 토양의 날’로 제정하였다.
올해 기념행사에서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기념사에서 “정부는 농업환경 개선과 친환경농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말 수립한 ‘제6차 친환경농업육성5개년계획(2026-2030)을 통해 친환경 유기농업(有璣農業, organic farming) 인증면적을 2030년까지 2배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행사에서 ’흙: 인류의 가장 오래된 혁명‘이란 주제로 인공지능(AI) 시네마틱(cinematic, 실사 영화처럼 보이게 한 것) 영상이 상영돼 흙의 소중함과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역사 강사 최태성씨는 ’흙의 위기, 역사에서 답을 찾다‘ 주제의 강연에서 “역사적으로 흙이 무너지면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며 “토양이 황폐해지면 농사가 어려워지고 농사가 안되면 백성의 삶과 국가 기반이 흔들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태성씨는 조선시대 농서(農書)를 통해 선조들이 토양을 어떻게 이해하고 관리해 왔는지도 설명했다. ’농사직설‘ ’산림경제‘ ’색경(穡經)‘ 등엔 땅의 성질에 맞게 농사를 짓고 같은 작물을 반복해 심지 않으며 거름을 통해 흙의 힘을 회복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그는 “조선은 흙을 단순한 농사 재료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로 인식했다”며 “자연의 흐름을 존중하며 땅을 관리하는 지혜가 오늘날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역설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농업은 배고픔을 해결한 ’녹색혁명(綠色革命)‘, 사시사철 채소를 공급한 ’백색혁명(白色革命)‘을 거쳐 국민의 영양과 식생활 다양화를 이룬 ’품질혁명‘까지 변화를 거듭하며 발전해왔다. 특히 농촌진흥청(農村振興廳) 국립농업과학원은 이 과정의 중심에서 농업의 기반이 되는 토양 자원을 데이터화하고 과학적으로 관리해왔다.
전국의 토양 특성을 분석해 구축한 토양환경정보시스템 ’흙토람‘은 농민에게 알맞은 비료사용량과 작물별 최적의 토양환경 정보를 제공했다. 이에 경험에 의존하던 농업을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토양관리로 전환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지금 우리는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안보(食糧安保) 위기‘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오늘날 농업현장은 극한 가뭄과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氣象異變)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세계적인 탄소중립 요구는 농업에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해법은 ’흙‘이다. 흙은 작물을 지탱하는 터전이며, 지구 생태계의 허파이자, 대기 중 탄소를 흡수·격리하는 거대한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한다. 국립농업과학원은 농경지 탄소저장능력을 높이기 위한 탄소저장 기술인 ’바이오차(Bio-Cha)‘를 비롯해 광물 활용 탄소격리기술 등을 연구한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의 합성어로 나무 대신 바이오매스를 숯처럼 저산소 환경에서 탄화시켜 만든 물질이다. 숯처럼 탄화하면 미생물이 분해하기 어려운 다환 방향족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에 유기물이 저장한 탄소의 20% 정도는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땅 속에 묻혀 장기간(100년-수천 년) 땅 속에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바이오차는 환경 문제를 다양한 방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물질로서 이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2010년대부터 부쩍 늘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1988년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이 공동으로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국제기구를 설립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논문, 데이터를 모아서 정치적 편견 없이 과학적 근거에 바탕한 평가 보고서를 발간한다.
IPCC가 2022년에 지구 온난화 완화 방법을 연구하는 제3실무그룹(Working Group III)에서 방법을 모색하는 보고서를 냈는데 그 중 하나로 ‘바이오차’를 언급했다. 기술 성숙도(Technology Readiness Leve)는 10단계 중 6-7단계, 흡수비용은 CO2 1톤당 10-345달러, CO2 흡수잠재력은 연간 3억-66억톤 정도로 추산했다.
광물 활용 탄소 격리 기술은 암석(巖石)이 풍화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에 착안한 탄소 격리 기술이다. 이 기술은 탄소를 효과적으로 떼어놓을 뿐만 아니라 토양의 질을 개선해 지력(地力)을 증진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 경지면적은 전년보다 0.3% 줄어든 149만9911ha로 경지면적 150만ha가 무너졌다. 150만ha는 농정당국이 식량자급률 목표치 달성을 위해 지켜야 할 적정 수준으로 제시한 면적이다. 농업계도 농업기반 유지에 필요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상징적 수치다.
농사지을 땅이 줄어드는 건 식량안보(食糧安保)라는 관점에서 불 때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양곡연도 2024년 기준 식량자급률이 47.9%에 그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세운 2027년 식량자급률 목표치 55.5%는 ‘그림의 떡’ 처럼 비춰지는 건 당연지사다.
농업에 뜻을 둔 농업고등학교 학생들이 졸업 후 현장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하고 있다. 영농 의지는 분명하지만, 실습 환경이 부실하고 정부 지원마저 대학생에게 편중된 탓에 학위를 필수 관문으로 받아들이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현장과 정책의 간극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 중심의 정착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벨 화학상(Nobel Prize in Chemistry)을 1996년에 수상한 리처드 스몰리(Richard E. Smalley) 교수(미국 휴스턴 라이스대학)는 인류에게 닥칠 다섯 가지 문제로 ‘에너지·물·식량·환경·빈곤’을 들며, 이 모든 것이 흙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문제 해결에 토양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삶의 터전이자 생명의 근원인 흙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날인 <흙의 날>을 맞아 정부·농민·국민 모두가 흙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가슴에 새겨야 한다. 우리는 흙을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생명으로 대해야 한다. 미래세대에게 건강한 흙을 물려주기 위하여 국가 차원의 과감한 투자와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 박명윤 칼럼(1128) 2026.3.20.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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