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靑松 건강칼럼 (659)...‘찬밥’신세 된‘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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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18-10-06 08:15본문
靑松 건강칼럼 (659)...‘찬밥’신세 된‘쌀밥’
쌀밥과 밥심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시절에는 쌀이 귀하여 명절, 제사, 생일 등 특별한 날에만 ‘쌀밥’을 먹을 수 있었다. 심지어 60년대에도 이른바 ‘보릿고개’, 즉 농촌에서 가을에 추수한 곡식은 다 떨어지고 봄의 햇곡식(보리)은 익지 아니하여 식량이 궁핍한 춘궁기(春窮期)에 끼니를 굶는 농가가 많았다. 필자도 Pine Tree Club 회장을 맡았을 당시인 1961년 3월에 절량농가(絶糧農家)를 도우기 위하여 회원들의 모금을 비롯하여 가두(街頭)모금활동을 하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로 우리는 80년대 이후 끼니 걱정 없이 잘 살고 있다.
한편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독재정권은 인민들에게 ‘이밥(쌀밥)과 고깃국’을 먹이는 것이 목표이나 경제사정으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평화통일이 되면 대한민국의 쌀을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9월 27일 “북한이 올여름 폭염과 가뭄으로 올해 쌀 수확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확 시기를 맞아 개인적인 알곡 유통을 전면 금지했다”고 전했다.
또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이 방송에서 “북한은 군대를 비롯해 평양시민, 기관 직원들과 대형 국영기업에서 아직도 배급제(配給制)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줄 식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내년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쌀밥은 수천 년간 한국인의 주식(主食)이었으며, ‘밥을 먹고 생긴 힘’을 ‘밥심’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전통 한식(韓食)은 쌀밥에 국, 김치 등을 포함한 기본 음식에 나물, 채소, 생선, 고기 등 다양한 부식(반찬)을 곁들인 균형식(均衡食)으로 비만과 성인병 등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식(健康食)이다.
요즘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밥=쌀’이란 등식은 유효하지 않으며, 먹을 게 많아져서 ‘쌀밥’이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즉 경제가 발전하면서 식생활도 풍요로워서 밥을 먹지 않아도 다양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쌀밥 대신 건강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서양(西洋)식단이 유행하면서 쌀 소비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조선일보(friday)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쌀밥을 먹지 않는 이유로 ‘건강ㆍ몸매 관리를 위해서’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아 32.1%를 차지했으며, ‘밥 외에도 먹을거리가 많아서’는 28.6%, ‘시간이 부족하고 귀찮아서’는 25.0%, ‘맛이 없어서’는 7.1%, ‘포만감이 커서’는 3.6%로 나타났다. 쌀밥 대신 선호하는 음식으로 빵(20.6%), 고구마ㆍ감자ㆍ과일 등 자연식(14.4%), 고기(10.2%), 시리얼(6.5%), 선식ㆍ셰이크 등 간편 영양식(5.6%), 샐러드(5.1%) 등을 꼽았다.
쌀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면서 쌀 소비가 줄고 있다. 즉 쌀밥은 탄수화물 덩어리로 당뇨병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건강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쌀밥을 멀리하고 있다. 그러나 쌀밥 한 그릇(공기)은 약 210g이며, 열량은 313kcal이므로 높은 편은 아니다. 쌀의 영양성분을 보면 탄수화물 외에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 등 우리 몸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다.
일반 백미(白米ㆍWell polished rice, Japonica type) 100g에 함유되어 있는 영양성분을 다음과 같다. 에너지 372kcal, 수분 10.8g, 탄수화물 81.9g, 단백질 6.4g, 지질 0.5g, 회분 0.4g, 섬유소 0.3g, 칼슘 4mg, 인 140mg, 철 0.4mg, 나트륨 66mg, 칼륨 163mg, 비타민A 0, 비타민B1 0.11mg, 비타민B2 0.04mg, 나이아신 1.5mg, 비타민C 0.
쌀밥은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飽滿感)을 주며, 열량을 내는 에너지원으로 밀가루 음식보다 혈당(血糖)을 천천히 올리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적당히 먹으면 비만이나 혈당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싱거운 채식 위주 반찬으로 식단을 구성하면 건강에 좋은 한 끼 식사가 된다. 밥을 먹을 때 짜고 매운 반찬은 가급적 피하도록 한다.
우리나라 쌀 소비량은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8kg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으며, 1980년대 쌀 소비량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즉, 1975년에는 123.6kg, 1985년 128.1kg, 1995년 106.5kg, 그리고 2005년에는 80.7kg을 소비했다. 1인당 하루 쌀 소비량도 169.3g으로 밥 한 공기가 쌀 90g 기준이므로 하루에 두 공기를 채 먹지 않는 셈이다. 밥공기 용량도 현재는 300cc로 1975년 450cc에 비해 30% 이상 줄어들었다. 옛날 조선시대에는 밥이 중요한 에너지원(源)이었기에 현재 우리가 먹는 밥의 4배 이상을 먹었다.
일본 농림수산성 통계에 따르면 소식(小食)을 하는 일본인들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965년 111.7kg, 1975년 88.0kg, 1995년 67.8kg으로 떨어지더니 2011년 이후는 거의 50kg대이며, 작년은 54.2kg로 나타났다. 이에 일본은 쌀 소비량 감소세가 거의 멈추었다고 본다. 최근 일본 하쿠호도 광고회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쌀밥을 하루에 한 끼도 안 먹으면 기운이 안 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이 49.6%로 지난 1992년 71.4%에 비해 20%가 줄었다. 즉, 응답자의 절반 정도는 쌀밥을 아예 안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식비를 줄이려고 반찬이나 반쯤 조리된 식품을 구입하여 집에서 밥을 지어 먹는 나카쇼쿠(中食)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체 쌀 소비는 줄었지만 간편식 ‘햇반’ 판매량은 늘었으며, 외식비가 비싸서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수는 2000년 222만 가구에서 2017년 562만 가구로 2.5배 이상 증가했으며 전체 1967만 가구의 28.6%에 달했다. 통계청 추계대로라면 1인 가구는 앞으로 계속 늘어나 2030년 33.3%, 2040년에는 35.7%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밥심’ 대신 ‘빵심’이나 ‘면(麵)심’이 중요해지고 있다. 즉, 쌀밥 위주의 식단은 식사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있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을 제외하고 빵과 국수로 식사를 대신하는 날이 많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ㆍ일과 삶의 균형)도 쌀밥 의존도를 낮추는 원인으로 꼽힌다. 즉, 주 52시간 근무가 시작된 이후 점심을 카페에서 커피와 샌드위치, 샐러드로 간단히 먹고 업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직장인이 많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穀物自給率)은 최근 3개 년(2013-2015) 평균 23.8%로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계 평균 곡물자급률은 102.5%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호주가 275.7%로 가장 높았으며, 캐나다 195.5%, 미국 125.2%로 100% 자급 수준을 초과했다. 상대적으로 중국(97.5%)과 일본(27.5%)은 100%를 밑돌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보다는 높다.
곡물자급률은 한 나라의 식량안보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이는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확산되면서 정치와 경제적 분쟁에 따라 농산물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식량의 무기화(武器化)’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농지 전용(轉用) 가속화,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에 따른 다양한 먹을거리 수입 증가 등으로 곡물자급률이 세계 최하위권에 속한다. 이에 국내산 곡물의 소비를 늘이고, 생산기반 확대 등 곡물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
최근에는 세계 곳곳이 기상이변(氣象異變)으로 곡물 생산에 타격을 받아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국제 곡물 수급불안 우려는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 곡물 수급불안 대응체계도 취약하다. 예를 들면, 자급률이 낮은 곡물을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취지로 추진된 정부의 ‘해외농업개발사업’은 일부 사업이 폐기될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매년 쌀 소비가 줄어 쌀농사 포기 및 타(他)작물 이동 등으로 이어져 쌀 자급 기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국민의 주식(主食)을 외국에 의존하면 국가 식량안보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 이에 건강과 안전을 추구하는 소비추세에 맞춰 친환경 쌀 재배를 늘리고 밥맛 좋은 쌀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아야 한다. 국내 쌀 산업을 보호 및 육성하는 것은 식량안보와 우리 농업을 지키는 일이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659). 2018.10.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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