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소식 靑松 건강칼럼 (685)... 100세시대 롤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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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19-04-05 12:49본문
백세시대 롤모델, 김형석 교수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연세대학교회(Yonsei University Church)는 지난 3월 31일 사순절(四旬節ㆍLent) 넷째 주일을 맞아 11시 주일 예배와 오찬을 마친 후 오후 12시 40분부터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초청하여 ‘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주제로 평신도 신앙강좌를 열었다. 김형석 교수는 기독교인은 예수님의 말씀이 인생의 진리이므로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여 존경받는 기독교인이 되어야 하다고 강조했다. 교회 예배당 루스채플(Luce Chapel)에서 열린 신앙강좌에 약 250명 교인이 참석하여 정정한 목소리로 전하는 김 교수님의 말씀을 약 1시간 동안 경청했다.
필자는 신앙강좌 전에 담임목사 정종훈 연세대 교목/교수와 함께 김형석 교수님과 교목실장실에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필자의 저서 ‘웰빙 웰다잉’ 한 권을 김 교수님께 증정했으며, 교수님은 저서 ‘백년을 살아보니’에 친필서명을 하시어 필자에서 주었다. 김 교수는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그리고 절제와 노력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건강한 몸으로 요즘도 신문 칼럼 등 집필을 하면서 일년에 150회 이상 강연을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회에도 1918년에 출생하신 각당복지재단 명예이사장 김옥라(金玉羅) 장로님이 매주 예배에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하고 있다.
필자는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님을 백세시대(百歲時代) 롤모델(role model)로 삼고있다. 김형석(金亨錫) 교수는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1920년 7월 6일에 태어났으며, 병약(病弱)하여 부모는 아들이 20살까지 사는 것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숭실중학교에서 윤동주(尹東柱, 1917-1945)와 함께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ㆍ평남 강서 출생, 1878-1938) 선생의 가르침을 받았다.
김형석 교수는 1939년 평양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 로마 가톨릭교회 예수회가 세운 조치(上智)대학 예과를 거쳐 1944년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했다. 중학교 교사를 거쳐 1954년 연세대학교 교수로 부임하여 31년간 재직했다. 연세대 재직 중 학생상담소장, 인문과학연구소장 등을 지냈고, 미국 시카고대와 하버드대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1985년 연세대 명예교수가 되었다.
김형석 교수는 서울대학교 김태길(金泰吉ㆍ충청북도 충주 출생, 1920-2009) 교수와 숭실대학교 안병욱(安秉煜ㆍ평안남도 룡강군 출생, 1920-2013) 교수와 함께 존경받는 ‘한국의 3대 철학자’로 일컬어진다. 세 분 모두 1920년생 동갑으로 생일은 안병욱 교수(6월 26일), 김형석 교수(7월 6일), 김태길 교수(11월 15일) 순이다. 우리나라 3대 철학자 중 김태길 교수와 안병욱 교수는 별세를 하시어 이제 김형석 교수님만 남았다.
김형석 교수는 수많은 철학적 수필을 발표하여 독자들에게 큰 감명을 주고 있다. 그의 수필은 현대인의 삶의 지표를 제시하기 위해 기독교적 실존주의를 배경으로 현대의 인간 조건을 추구하면서 부드럽고 시적인 문장으로 엮었다. 저서로 ‘철학입문’, ‘철학개론’ 등이 있으며, 수필집으로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오늘을 사는 지혜’, ‘현대인과 그 과제’. ‘백년을 살아보니’ 등 다수가 있다.
김형석 교수는 일제(日帝)강점기에 북한 평안남도에서 태어나 공산주의 사회에서 생활했으며, 일본에서 유학생활과 북한의 6ㆍ25남침전쟁 때는 피난민 생활을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산업화, 민주화 과정을 체험한 살아 있는 ‘한국 근현대사 역사책’이기도 하다. 김형석 교수는 김수환(金壽煥ㆍ1922-2009) 추기경을 ‘후배’로, 한국을 대표하는 철학자였던 안병욱ㆍ김태길 교수를 ‘친구’로 두었으며, 박두진ㆍ박목월ㆍ구상 시인과도 사귀었다.
김형석 교수는 8ㆍ15 광복을 평양에서 맞았기 때문에 그 당시의 현장을 가까이에서 보았다. 김일성(金日成ㆍ평남 대동군 출생, 1912-1994)이 정권을 장악하기는 했으나 서북 지역은 기독교 교인이 많은 곳이어서 공산당 정권을 용납하지 않았다. 김일성이 아무리 강조해도 조만식(曺晩植ㆍ1883-1950)이 비판하거나 반대하면 국민들은 그의 뜻을 따르곤 했다. 이에 김일성은 그를 평양 도심지에 있는 고려호텔에 연금해 대외관계를 단절시켰다. 북한은 종교의 자유가 없다.
고당(古堂) 조만식 선생은 김형석 교수가 존경하는 스승이다. 인촌(仁村) 김성수(金性洙ㆍ전라북도 고창군 출생, 1891-1955) 선생에게서는 직장과 사회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해 배웠다. 仁村은 아첨하는 사람, 동료를 비방하는 사람, 편 가르는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았으므로, 김형석 교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김형석 교수의 일과는 오전 6시 30분쯤 기상하여 아침식사를 하고 신문을 보고 산책을 한다. 조반(早飯, breakfast)은 빵과 우유, 계란, 사과, 채소를 먹는다. 사과는 의사인 사위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먹게 되었다고 한다. 점심은 친구들도 만나기 위해 밖에서 외식을 한다. 오후에 30분 정도 낮잠을 자고, 원고를 쓰고 1시간 정도 산책을 한다. 밤에는 책을 읽고 TV 뉴스와 스포츠 중계 등을 시청한다.
일주일에 3회(월ㆍ수ㆍ금요일) 수영을 하고, 두 번 이상 강연을 한다. 나이가 50이 넘으면 운동을 무리하게 하거나 ‘운동을 위한 운동’은 피해야 하며,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운동은 건강을 뒷받침하고, 건강은 일을 뒷받침한다. 산책을 할 때도 원고 쓰는 것과 강연 내용을 정리하는 ‘생산적인 산책’을 한다. 그의 건강비결이 담겨진 일상생활과 긍정적인 인생관(人生觀)이 백년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가장 큰 비결로 사료된다.
김형석 교수는 강원도 양구인문학박물관에서 ‘인문학교실’을 통해 3월부터 11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인문학강의를 진행한다. 지난 3월 30일 오후 2시 인문학박물관 세미나실에서 ‘삶이 무어냐고 묻거든’을 주제로 첫 강연을 펼쳤다. 김 교수는 지난 6년 동안 양구에서 인문학 강의를 이어오고 있으며, 강연회에는 누구나 별도 신청 없이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김형석 교수가 2016년 8월에 발간한 <백년을 살아보니>는 교육자로서 살아온 인생에서 느낀 건강, 종교, 인간관계 등에 대하여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수필집이다. 김형석 교수는 주관적 입장에서 100년에 가까운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100세 시대’로 나아가는 이들에게 행복, 결혼과 가정, 종교, 우정, 명예, 돈과 성공, 노년의 삶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지혜를 선사하면서 삶의 통찰을 안겨준다.
늙는다는 것은 꽃이 피었다가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익어가는 과정이며, 그 기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혜이다. 김 교수는 인생의 황금기를 60세에서 75세 사이라고 믿고 있다. 또한 인생에서 50부터 80까지는 단절되지 않은 한 기간으로 본다. 이에 50세부터는 80세가 되었을 때 이러한 삶의 조각품을 완성해야 한다는 준비와 계획, 신념을 갖고 생활해야 한다. 젊었을 땐 용기가 필요하다면, 늙었을 땐 지혜가 요구되며 그 지혜의 핵심은 자기의 삶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다.
사람은 나이가 40살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 했는데,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은 얼굴 표정부터가 다르다. 건강의 가장 큰 적(敵)은 스트레스이며, 스트레스가 있는 사람은 매사가 부정적으로 바뀌며 얼굴 빛도 어두워진다. 인간은 늙어서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다음 세대에게 존경받아야 할 의무도 있다. 이러한 권리와 의무를 다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계속 공부를 하고, 취미생활과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건강에는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인간적인 건강 등이 있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것도 중요하지만, 나이가 60이 넘으면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하므로 항상 긍정적이고 희망적이어야 하며 자신감도 가져야 한다. 장수하는 사람들의 직업 통계를 보면 가장 오래 사는 음악 지휘자는 항상 아름다움을 찾아서 일하므로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인간적인 건강은 ‘일하는 건강’으로 일을 많이 하니까 건강하고, 건강하니까 일을 많이 할 수 있다. 사람은 60-75세에도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75세 이후에는 노력하지 않으면 내려오므로 계속 유지를 해야 한다. 이에 일하는 건강을 유지하면 사회에서 필요로 해서 강연을 하기도 하고 책도 쓰게 된다.
사람은 살면서 인생관(人生觀)과 가치관(價値觀)을 학교에서 얻기도하고, 스승으로부터 배우기도 하지만 더 높은 인생관과 가치관이 어디에 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김형석 교수는 인생관과 가치관을 철학에서 찾으려 했으나 한계에 부딪쳤다. 그래서 예수에 관한 책을 읽고 들여다보니까 막혔던 문제가 풀였다. 이에 예수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내 것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하느님, 저에게 건강을 주셔서 오래 살게 해 주신다면 제가 저를 위해서는 일하지 않고 하느님의 일을 하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김형석 교수는 ‘교수다운 교수’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뭔가 주기 위해서 노력했고, 이 세상 주변을 위해 살다가 저 세상으로 떠났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100세 시대’에 즈음하여 자신의 ‘롤 모델’을 한 번 찾아보면 어떨까 싶다. 또는 스스로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나 추구하는 삶의 모델이 되어보기를 시도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685). 2019.4.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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