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출처: 서울경제 "쪽방촌의 아우성..폭염은 저승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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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18-08-16 01:13본문
출처: 서울경제
쪽방촌의 아우성..폭염은 저승사자였다
정부, 올 폭염사망 48명 집계 불구 주거밀집지역 변사는 통계에 안잡혀 7월 변사 581건↑..'숨은 죽음' 상당수 행안부 "질본과 협의해 대책 마련"
▲폭염이 이어진 15일 오전 서울 후암동 쪽방촌 주민들이 더위를 피해 야외 그늘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서울경제 송은석 기자
[서울경제]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쪽방에서 땀에 흠뻑 젖은 50대 남성 A씨가 바닥에 드러누운 채 숨을 거뒀다. 5㎡(1.5평) 크기 방 안의 온도는 33도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A씨 옆에는 선풍기 한 대만 돌아갈 뿐이었다. 이웃의 증언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술을 즐겼지만 지병을 앓은 적은 없었다. A씨는 온열질환자가 아닌 단순 변사자로 분류돼 유가족에게 넘겨졌다.
서울 종로구 돈암동 쪽방촌에 살던 50대 남성 B씨도 낮 기온이 36.9도까지 올랐던 지난달 30일 쪽방 화장실에서 숨졌다. 구급대원이 찾았을 때는 변기에 앉은 자세 그대로 사망한 상태였다. 경찰은 B씨 역시 개인적 질병 탓에 사망했다고 판단하고 그를 병사자로 분류했다.
올여름 111년 만의 폭염은 주거취약계층에 저승사자나 다름없었다. 밀려드는 더위를 막아낼 수 없었던 쪽방·판잣집·여관 거주자들이 잇달아 목숨을 잃은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역거점병원에서 온열질환자 판정을 받고 사망한 48명만 ‘폭염 사망자’로 분류했다. 하지만 ‘단순 변사자’로 처리된 사망자 가운데 찌는 더위가 사인(死因)이었던 이들도 상당수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폭염 사망자가 알려진 수치보다 훨씬 많다는 얘기다.
용산주민센터에 따르면 A씨처럼 동자동에서 발생한 변사자 수는 올여름에만 7명에 이른다. 대부분 보급품으로 나오는 생수를 마시며 선풍기 한 대로 30도를 훌쩍 웃도는 열대야를 견디다 세상과 이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자동 쪽방상담소가 장애인과 고령자 50명에게 냉풍기를 지급하기도 했지만 900여명이 거주하는 쪽방촌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지원이었다. 동자동 주민 남모(64)씨는 “너무 더우니까 밤마다 다들 빌딩으로, 공원으로 뛰쳐나온다”며 “거동이 불편하거나 나이가 너무 많으신 분들만 방 안에 남아 있다가 조용히 세상을 뜬다”고 전했다. 밤마다 땀을 비 오듯 흘린다는 남씨는 지난달 자비로 에어컨을 사기로 했지만 집주인으로부터 “전기세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쪽방촌의 일부 주민은 폭염 때문에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판자촌 ‘백사마을’에 사는 김희순(80)씨는 지난달 26일 어지럼증으로 문지방을 헛디뎌 허리를 다쳤다. 보름 동안 꼼짝 못하고 누워 있다 보니 배와 등은 땀띠로 뒤덮였다. 거의 탈진 상태에 이르렀다는 김씨는 “귀신이 나를 데려가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마을에 사는 곽오단(86)씨도 잠을 이루지 못해 사경을 헤매다 적십자 활동가의 도움으로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폭염은 단순 기상현상을 넘어 사회적 재난으로 다가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월 112에 신고됐다가 변사자로 최종 종결된 건수는 2,770건으로 월평균인 2,189건보다 581건이나 더 많았다. 병자와 자살자를 포함하더라도 26%가량 급증한 수치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현행 시스템에서 이미 사망한 사람은 더위 영향을 파악할 수 없어 온열질환 사망자에서 제외된다”며 “질병관리본부와 협의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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