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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와칼럼

작가에세이 내음을 맡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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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09-1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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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음을 맡으며

 

햇살 한 바가지를 드신 듯

거리의 풍경을 보며 주고받던

노부부의 이야기가

어둠 사이로 덮어져 가고 있었는데요

 

"어르신.

이제 한 정거장만 더 가면 종점입니다"

 

함께하고 있다는 힘 하나만으로

밤 별들로 수놓아진 거리의

이곳저곳을 아쉬운 듯

바라보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이제 종점이에요 "

 

할아버지는 기사님의 말에

 

행복으로 가는 길은

아직은 멀었다는 얼굴을

먼 호흡 긴 한숨으로 지워내더니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탈 때의 그때처럼 내리고 있었습니다

 

"기사님 덕분에 오늘 우리 노부부가 행복했다오"

 

"저도 두 분 덕분에 오늘 운전이

즐거웠습니다"

 

 

살가운 인사를 마친 노부부가

녹슬고 휘어진 두 다리로

멀어질 때까지

 

라이트

불빛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던

버스 기사님은 알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요

 

 

그리고

 

라이트 불빛이 수놓아진 길을 따라

걸어 나간 노부부의 발자국마다

이런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오늘이

58번째 결혼기념일이라고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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