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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쪽방촌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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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11-0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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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의 기적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호화 아파트와 쪽방촌이라는

도시의 두 얼굴이 마주한다

 

 

바람에도 위태로워 보이는 그들에게

찬 공기 모여드는 어둡고 그늘진 터전이 춥고 시린 것만큼

외로움과 고독도 그들의 약봉지와 같이 절절하게 늘어만 간다

 

 

꼬불꼬불

무채색으로 피어난

좁고 미어터진 골목을 따라

회색 도시에 걸린 쪽방이 집이 아니라

 

세상의 막바지에 기대어

햇볕 따뜻한 곳이 집인 사람들

 

어디에선가 살다 지쳐

깨어지고 찢긴 영혼

 

의지 없는 노인들의

하루하루가 그림자보다 무거운

그들이라

 

먼지 소복이 쌓인

지난날의 기억을 꺼내 보기조차 싫다

 

 

 

삶에 끝자락에 와 있는

그들이라 해서

인생조차 무허가는 아닐 터

 

애틋한 가족의 정 끊어 버리고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그들은

전기장판 하나의 온기로

 

빈곤과 지병

 

그리고

고독까지 배워가면서 살아내고 있다

 

 

가장 아픈 곳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사연과 곡절을 매달고 살면서

죽음마저 스스로 준비해 야기에

넉넉한 햇살 한 줌이

골목길에 머물러 있어도

 

다리 한번 쭉 펴고

몸부림 한번 쳐보는 게

소원인 그들에게

봄날이 와도 날개를 달 수 있을까

 

밥을 먹어도

먹었냐고

 

아파도

괜찮냐고

 

흔한 그 말 한마디 묻는 이 없다

 

삶을 헤집어 봐도

쪽방촌 노인들에겐 그림자가

가족일 뿐

 

 

 

때늦은 노을이

저녁 인사처럼 고단한 하루 위에

희망 비 되어 내리던 날

 

문 앞에 라면 한 박스

 

여름에 얼음 생수가 있고

겨울엔 까만 연탄의 나눔으로 숨 쉬는

쪽방촌의 하늘

 

추위와 혹한 속에서도

봄을 위해 움트는 희망은

그렇게 걸어오고 있었다

 

 

사는 곳과 사는 방식이 다르고

세상은 불공평하지만

 

낮은 사람을 위해

나눔에 나눔을 더하는

 

 

지금 당신은

어떤 희망을 꿈꾸고 있나요?

 

 

 

오늘도

쪽방촌 골목엔

 

빛바랜

 

월세방

 

 

벽보가 문패 되어 바람에 펄럭인다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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