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세이 #웹에세이 {판사님 전상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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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5-03-13 08:03본문
#웹에세이
판사님 전상서 2
“어머니
저 모르시겠어요?“
“아이고 이게 누구야
우리 병수 짝꿍 정수아녀“
“네 맞아요
병수 집에 놀러 갈 때마다
금방 구운 김에 하얀 쌀밥을 싸
입에 넣어주시던 정수 맞아요“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해
나랏일을 보는 판사님이 되다니….“
“어머니 덕분입니다 “
“ 우리 병수도 자네처럼 착하게 자라주기를 바랐건만….“
창백한 시간 너머로 부모 가슴에 못이 된 자식을 술 한 잔에 허공을 담아 마시듯 두어 잔을 마시고 난
친구의 어머니는 지는 달빛을 밑천 삼아 걸어가셨습니다
“친구가 판사면 뭘 해
아무 도움도 안 되는데..“
수감자들의 부추김에
판사인 친구에 대한 분노로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벼 이삭처럼
고개만 숙이고 있던 그는
친구의 면회나
보내주는 편지를 모두 거부한 채
하루를 갈아입은 슬픔으로
수감생활을 하면서 문득 찾아오는
한 생각에 열어놓은 가슴을
닫아야만 했던 건
한 달이 멀다 하고
노쇠해진 몸을 이끌고 면회를 오는
어머니가 몸져누워 못 오는 건 아닌지
걱정스런 마음에 젖어오는 아픔의
칼날에 베인 것 처럼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 속에
빗방울보다 많은 시간을 채우며
제빵 기술을 익힌 그는
꿈이 생겨나고 있었고
드디어
깡마른 새벽이슬을 안고
만기 출소를 하게 되던 날
"엄마, 엄마…."
사람이 산 흔적들을 지우려
거미줄이 군데군데 집을 지어놓은 걸 보며 분명 어머니에게 큰일이 생겼다는 걸 직감한 그는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아
지나온 세월 속에 묻어있는 살얼음 낀
설움을 눈물로 지우고 나더니
어머니의 행적을 찾아 나선 그의 귀에
“왜 이제 왔어.”
“자네 어머니는 오매불망
내 새끼 있는 곳을 보고 정화수를
떠 놓고 빌고만 있었다네“
“자네가 그렇게 되고 난 뒤
식음을 전폐한 채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처럼 하늘만 쳐다보다
그만 쓰러지고 말았어“
동네 사람들의 걱정을
가슴으로 묻으며 말없이 흐르는 게
눈물인지 알지 못한 그가 도착한 곳은
병원이었습니다
.....똑똑….
"아이고 이게 누구야..
내 새끼 아녀"
"어머니…. 어머니…."
마디마디 숨겨진 모진 시간을
목젖에 감추고 이별에 물든 눈물로
한참을 가슴에 머문 아픔을 지워대던
두 사람 앞에
“내가 한발 늦었네“
두부를 사 들고
제일 먼저 찾아갔다 병원으로 다시
찾아온 판사 친구의 등장에
고개를 외면하고 있는 그에게
“병수야...
그동안 이 어미 돌본다고
정수가 고생 많았어“
자식이 멍 되어 돌아온 숙명에
침묵으로만 묵혀오던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있었는데요.
“너 거기 들어가 있는 동안
병원비며 생활비며, 흑흑 ..
정수 아니었으면 지금 이렇게
널 볼 수 없었을 거야“
아들마저 없는 시간 속에
아프다는 말마저 잊고 산 어머니 앞에
더 이상 할 말은 눈물이라
벤치에 나와 앉은 두 친구는
“판결을 내리기 전에
자네 어머니를 찾아갔었네“
“외동아들이라 상전의 법으로만
키운 지난날을 후회하시며 뜻대로
안되는 삶에 흐느끼는 걸 보고
난 생각했었네“
“친구를 잃게 될지는 모르지만
자네가 거기서 지난날을 잊고
새롭게 거듭난다면 난 그 길을
선택하기로….“
“아닐세,
자네 덕분에 새 희망을 품게 된
내겐 소중한 시간이었다네.“
“그렇지 않아도 오늘 마침 어머니도 퇴원하는 날이기도 하니 우리 근사한 데로 가서 식사나 하세“
세 사람은 구멍뚫인 가슴을
어릴 적 코 흘리며
뛰어놀던 지난날로 메우며
모처럼 만의 행복을 나누고
있었는데요
“아니,이 길은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닌 것 같은데”
“나랑 함께 갈 곳이 있어 그리로 가고 있는 거라네“
세상이 좋고 나쁨은 없다
다만 내가 가진 생각이
그렇게 만든 것뿐이라는 생각만하다
차가 멈춘 곳에는
<병수네 제과점>
라는
자그맣고 탐스러운 빵집이었고
상황이
그렇게 하도록 만든 것 뿐이라는
생각만으로
멋진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마련해준 판사 친구의 가슴에 안겨
깊고 깊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 알게 된
불행 앞에서….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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