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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만 원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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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08-0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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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지페.jpg

만 원의 행복

햇살 따라 모여든

사람들의 발길이 멈추는 곳이

있기 마련인데요

해푸른 토요일인 오늘도

오가는 발길이 멈추지 않고 있는

이 동네 마트엔

가족들과 함께 할 먹거리들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는데요

앉은뱅이 햇살 한 줌을 붙잡고

하얀 얼굴을 한 할머니 한 분이

포대기에 불끈 동여맨 아기를 업고

들어서자 마자

시끄러운 사람들 소리에

하늘 잠 자던 아기가 놀랐는지

연신 울어대는 소리를 애써 달래며

분유 한 통을

카운터에 내밀고 계셨는데요

"그려 빨리 가서 맘마 줄게

좀만 기다려."

하얀 웃음으로

아기의 눈물을 애써 지우고 있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25,000원 입니다"

카운터 여직원의 말에

황급히 손지갑을 꺼내든 할머니는

나올 것 없는 지갑을 뒤져가며

겨우 내놓은 건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다섯 장이 전부였는데요

"할머니 만원이 부족해요 "

계산대 여직원의 말에

빈 솥 긁어대듯

카운터 앞에 내어놓은 것은

십 원짜리와 백 원짜리 서너 개가

전부였습니다

".

거 참, 빨리 빨리 합시다"

"돈도 없이 마트엔 왜 왔대"

"엄마 아빠는 뭐하고 할머니한테

애를 맡겼는지."

줄을 서 기다리던 손님들의 입에선

한숨의 언어들로 하나둘 불만이

터져 나오던 그때

"할머니 제가 잘못 봤네요

만 원짜리가 하나가 아니라

두 장이었네요 죄송해요"

할머니를 보며 짜증을 내던 사람들의

시선이 여직원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는 자리가 민망해서인지

할머니는 우는 아이를 업고

걸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Pm9:00-

"자 빨리들 마감하고 우리도 퇴근합시다"

바쁜 하루를

보상 받으러 집으로 가고픈

마트 직원들의 손길이 바빠지던 그때

반쯤 열린 셔터 사이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영업 끝났습니다"

계산대

여직원 앞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낮에 분유를 사 간 그 할머니였는데요

"할머니 어쩐 일이세요?"

할머니를 알아본

계산대 여직원 앞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가간 할머니는

미리 준비한 만 원짜리 한 장을

내밀고 계셨는데요

"아깐 고마웠수"

"힘드신 데 밤늦게 왜 나오셨어요?"

"아기 재울겸 나왔다우"

"아기가 낮엔 그렇게 보채더니

지금은 새근새근 잠들었네요"

할머니는

더 할 말은 눈물이라 하지 못한 채

못 다진 삶의 조각들을 안고

지는 달빛을 따라

걸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별처럼 행복해하며

잠든 아기의 손에

여직원이 살포시 쥐여준

만 원짜리 한 장은 알지 못한 채.

펴냄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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