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세이 나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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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07-11 10:01본문
나의 영웅
나의 영웅
대학을 나와 번듯한 대기업에 취직하리라는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진 나는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세상을 향해 오늘도 걸어가고 있었다.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의 어려움 속에서 행복이 나를 떠난 이유를 찾으러 빈 가슴 바람에 일으키며 세상이 내게 말해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는 게 싫어 선택한 직업
<버스 기사>
먹고 살기 위해 누구나 선택하는 직업이라는 인간이 가진 굴레 속에서 때려치울 용기조차 없어 아침마다 끌려가는 직장인들의 얼굴들을 룸미러로 힐긋힐긋 보며 세상 홀로선 두려움을 위로라며 하루를 이어가고 있었다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내 마음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는 부서지는 나만의 슬픔을 안고는 더 이상 행복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내가 선택한 이 직업보다 더 나은 직업을 찾아
퇴근 후
구직 사이트만 전전하고 있던 내게 직장인 절반은 내가 꿈꾸지 않았던 직업을 가지고 있다며 위로하던 친구는 늘어진 나를 보고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라며 지금 일하는 이 시간에도 의미가 있을 거라는 다독임 속에 하루 또 하루를 맞이하며 세월을 보내던 동안 결혼도 하고 아들도 태어나 초등학교에 다닐 만큼 커가며 늘 아빠가 운전하는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는 걸 행복으로 느끼는 아들과의 하루가 자라나던 어느 날
((((((버스 파업))))
바람이 지은 모래성 같은 이 직업을 탓하며 똑같은 시간에 일어난 아들을 태워주기 위해 집 앞마당에 세워만 두던 고물 봉고차를 타고 아들 학교로 향하다 신호에 멈춰선 버스 정류장에는 파업한 버스 대신 오는 택시라도 타려는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을 무심히 바라만 보고 있을 때 “부산역 가실 분 타세요.” 아들이 창문을 열고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치자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지각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택시 잡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힘드네요“ “버스가 우리 시민들의 발인데 파업한다니 어쩜 좋아“ “버스 기사님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오늘에야 알겠네요“ 아무에게도 해준 적 없는 이야기를 내게 하는 봉고차에 오른 사람들을 부산역에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버스 기사라는 이 일을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자부심으로 지난 오늘 이 일을 선택했던 시간 속에서 세상 사람들의 발이라는 내 직업에 감사함을 잊고 살았던 시간을 되돌려보고 있었다.
가슴 벅차게 아침을 걸어 나갔던 아들이 집으로 와서는 “아빠 ... 오늘 미술 시간에 선생님이 자기 마음속에 있는 영웅을 그려보라고 했어요“ “지수는 누굴 그렸니?" “친구들은 헐크, 토르도 슈퍼맨 배트맨을 그렸는데 전….“ 오늘도 나의 하루에 꽃이 되어준 아들이 내민 그림에는 정류장에서 사람을 태워 행복이 있는 세상 속으로 달려가는 버스를 그렸다며 엄지척을 하고 있었다 나의 영웅은 우리 아빠라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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