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세이 국밥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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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09-08 08:57본문
국밥 한 그릇
이 이야기는
시장 안 어느 국밥집에서
할머니가
휴대전화기를 잃어버리는 데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좀 전에 혼자 식사하시던
그 할머니 핸드폰 같은데..?."
"다시 오시겠죠"
주인 부부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국밥만 바라보다 나간 할머니를
떠올리는 시간이 한 달이 넘어가도
그 휴대전화기는
여전히 국밥집 금고 속에 있었고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기억을 못 하시나 해서
연락처라도 찾으려
핸드폰을 열어 본
순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란히 찍힌 사진을 본
남편이
"여보..
여기 이 사진에 할아버지 말이야
우리 집에 매일 들러
국밥을 사 가시던 그분 아냐?"
“어디 봐요”
"당신도 기억나지 그 할아버지?"
"나죠! 그럼.."
그렇게
귀퉁이가 헤어지고
액정마저 금이 간 핸드폰에 들어 있는
사진들 마다
숨어있는 지난 이야기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요
ㅡ 6530원 ㅡ
먼지 한 톨
안을 수 없는 깡마른 얼굴 사이로
땡볕에 금 간 주름을 매달고
온종일 거리를 헤매 다니며 주운 박스를
고물상에 주고받은 그 돈으로
아내가
좋아하는 국밥을 사갈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할아버지는
이 세상에서
제일 싫은 날이 비 오는 날이라며
애꿎은 하늘을 쳐다보더니
"미안해 할멈
오늘도 국밥 한 그릇밖에 못 사 왔어"
"한 그릇이면 되죠
하루 종일 거리를 쏘다니느라
배고플 텐데 영감 먼저 얼른 들어요"
국밥 한 그릇에
담겨있는 두 개의 숟가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할아버진
아픈 할머니가 많이 먹을 수 있게
국물만 퍼 입에 담고는
"임자 팍팍 좀 떠먹어"
"영감이나 많이 드슈"
아내의
숟가락에 깍두기를 얹어주며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할아버지는
아내가 다 건져 먹고 남은
국물조차도 양보하려 합니다
"낮에 먹은 국수가 체했나 봐
영 소화가 안 되네그려"
국물까지 다 마신 아내가
트림을 할 수 있게 등을 두드리며
고단한 하루를 내려놓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영감 오늘 아들 따라 병원은
다녀왔슈?"
"우리 영식이가 태우러 와서
다녀왔어 이젠 거뜬 혀"
아들이
요즘 장사가 안 돼
기름값을 아껴야 한다는 말에
혼자서 버스 타고 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단 말과
의사가 많이 걷지 말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한 할아버지는
아들이
손주와 며느리를 태우러
차를 몰고 바람같이 달려갔다는 말은
봤어도
말할 줄 모르는 저 달님에게만
말하고 있었습니다
“임자,
내가 웃긴 이야기 하나 해줄까?"
“뭔지 해보슈“
“늙은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반만 주면 쫄려죽고
안 주면 맞아 죽고
다 주면 굶어 죽는디야..."
그 소리를 듣고 있던 할머니는
죽어서도
자식을 허물을 탓하지 않는 게
부모라는 듯
율지도 웃지도 못한 채
홀쭉해진 달만 올려다봅니다
그렇게
핸드폰 속에 숨은 다음 페이지를
조심히 넘겨보던 부부의 눈에
또 다른 이야기 하나를 보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는데요
살갑던
우리 영감이 하늘나라로 간지
딱 일 년이 되는 날이라며
“아무도
당신이 떠난 날을 기억해 주질 않아
나라도 이렇게 나왔다우"
국밥 한 그릇에
숟가락 두 개를 나란히 넣어 두고는
" 국물까지 다 드슈"
할머니는
요양병원에 있는 자신에게
거리를 돌며 벌은 돈으로
매일 국밥 한 그릇을 사 와서는
벤치에 나란히 앉아 같이 나누어 먹던
그때를 떠올리며 앉았다 간 시간을
끝으로
곱게 그려진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는
끝이 나고 있었습니다
“, 저기 혹시.."
시간 여행을 마친 국밥집 부부 앞에
내리는 봄비를 어깨에 올리고
데쳐진 콩나물처럼 들어선 젊은 남자는
한눈에 봐도
그 노부부의 아들임을 알겠다는 듯
인사를 건넵니다
"아버님께서
생전에 여기 자주 오셔서 병원에 있는
어머니께 드릴 국밥을
자주 사가지곤 하셨거든요"
"아. 네.
몰랐습니다"
(우리 할멈이 입맛이 없어 통 먹지를 못해
근데 이 집 국밥만 사 가면
한 그릇 뚝딱 이야..“)며
우리 할멈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봐야
오늘 피로가 다 날아간 것 같다며
휑한 걸음으로 걸어 나가시던 모습을
말하고 있던 국밥집 부부에게
“어머니가 핸드폰을 놓고 간 날이
아버지 기일이셨나 보네요"
"어머니께서 아버지에게 한 번도
사드리지 못한 게 맘에 걸리셨는지
국밥 한 그릇에 숟가락 두 개를 넣고
바라만 보다 가시든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 이야기가 들어 있는 핸드폰을
건네받은 아들이
우물쭈물하며 머뭇거리고 있을 때
가게 문이 열리더니
"아빠.!
엄마가 빨리 오래 백화점 세일 끝난다고.."
국밥집을 다녀오던 그날 밤
아버지가 계신 하늘나라로 떠나가셨다는
아들이 남겨준 말만 곱씹으며
구겨진 하늘만 올려다 보던 국밥집 부부는
노란 달 속에서
방아 찧는 토끼의 모습이
꼭
국밥 한 그릇 속
두 개의 숟가락 같아 보이는 모습에
“여보 .. ..
두 분이 하늘나라에서도
나란히 국밥을 들고 계신 것 같아요“
“당신 눈에도 그렇게 보여?”
국밥집 부부는
노란 달 속에
그려진 노부부의 모습을 보며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천천히 꼭꼭 씹어서 드세요....
라고...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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