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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와칼럼

작가에세이 엄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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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10-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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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01han (6).JPG

 

 

엄마꽃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은

 

엄마 꽃이야!”

 

 

천 가지 얼굴로

만 가지 역할을 해내는

엄마꽃

 

지나온 세월

힘들고 고된 일도 많았지만

그 시간 속에 아름답게 피어난

그런 엄마가

 

날 사랑하는 만큼

엄마를 사랑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

늘 내 힘들 때만 전화해서 미안해

 

 

엄마!

엄마가 늙어 갈 때 내 첫걸음을 잡아준

그 손을 잡아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엄마라는

그 이름을 불러준 딸이

 

이 세상을 떠날 때

가져가고 싶은 기억이

 

엄마이니까.......”

 

 

 

 

엄마가 서울로 올라오셨다

 

"우리 딸 좋아하는 오이소박이

고추장, 된장..."

 

엄마 왜 이리 많이 가져왔어?

 

작년에 해주신 것도

아직 많이 있단 말이야

 

말없이 이것저것

보따리를 풀어내어 놓으시더니

 

됐다 이만하면,,,”

 

"힘들게 이제 하지 마 엄마...."

 

"그래두 ,,"

 

내 힘 닿는 데까지 해주고 싶다

말씀하시곤

 

 

나 가볼란다

 

 

 

 

하룻밤

주무시고 가시라는 말에

 

토끼 새끼 밥도 줘야 되고

염소가 새끼를 낳아 젖 잘 나오게

장날에 사골뼈 고와 줘야 한다

 

종종걸음으로 내려가신 엄마가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전화를 받고 이 핑계 저 핑계로 이틀이나 지나서 고향 인근에 입원한 병원을

찾아 나섰습니다

 

 

 

분주할 것도 없는 한가로움을 뒤로하고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선 나의 시선에 늙은 노인 한 분과 시선이 마주쳤다

 

엄마다!

 

서울 딸 내 집에 다녀갈 때

그 힘차고 살뜰한 엄마의 모습은 간곳없고 초췌하고 그늘진 두 어깨 위로 깡마른 얼굴과 마주 선 저는

 

"엄마 나야!

엄마 딸 혜선이"

 

그저 자식 앞에선

매일 태어나는 얼굴로 바라보며

기둥이고 사랑의 문이었던 엄마가

동그란 눈동자로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합니다

 

병상에서 찾아온 엄마의 휴식 앞에

 

한번 울게 되면

두 번 눈물 훔칠까 봐

의연함을 가장한 빈 가슴으로

서울로 올라와 버렸습니다

 

이제 사람은 알아보는데

온몸에 암이 퍼져 길어야 한 달이라는 오빠의 전화를 끊고 얼음 성에 갇힌 듯

한참이나 멍하니 전화기만 뚫어지게

내려다 보고 앉았습니다

 

하늘빛이 말라가도

못난 딸 하나라도 더 해먹이려고

그 많은걸 이고 지고 오셨던

 

한 땀 한 땀

눈물로 꿰매어진 엄마의 마음이

이제서야 보였던 나는

많이 아플수록

소리 낼 수 없다는 걸 알 것 같았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아들과 딸을 앞에 두고

 

이제 난 너네들 엄마 안 할란다

 

그 말을 끝으로 간단한 옷가지 몇 벌을 둘둘 말아 가방에 넣은 뒤 엄마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곤 무작정

엄마의 손을 잡고 들어선 고향 집

 

엄마!

오늘부터 엄마랑 나랑 여기서 살아

 

엄마의 그리움 따라

펼쳐진 친정집 마당

 

어릴 적 엄마 꽃향기 펄펄 날리며

찬바람에 허리 꺾이며 시린 발끝으로 이 마당을 누비신 내 엄마

 

청잣빛 하늘이 드리워진 마당 앞

외발로 선 바지랑대에 하늘과 맞닿은

빨래가 꼬들꼬들 말라갈 때 바지랑대 꼭대기에 고추잠자리 홀로 앉아

가을을 노래하던 그곳에

 

잊혀진 자리에서

기억되는 자리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고불고불 늙으신

내 어머니 손을 잡고서 말입니다

 

 

 

병원 가기 전까지

일손을 놓지 않았던 손때 묻은

살림들이 이제는 하나둘 딸인 저의 차지가 되어 가겠지만,

 

고목처럼

휘어진 엄마의 등줄기 따라

훈훈한 동행이 될 수 있다면

 

행복하다 말 한마디

가슴에 채워 넣을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엄마 이것 봐"

 

어릴 적 비 오는 날

감자전 부쳐 주던 감자를 캐며

봄볕 같은 따사로움을 마주한 전

 

"엄마 어디 제일 가고 싶어?"

 

옹이로 깊이 박힌 추억의 빗장을 풀어

엄마의 기억이 처음 시작된 그곳으로

차에 이 불 몇 개 약봉지 달랑 챙겨선 먼 길을 나섭니다

 

엄마가 처음 태어난 곳

 

친정

 

 

"여기가 엄마가 태어난 곳이야?

 

엄마가 다니던 초등학교 운동장과 교실을 거쳐 마을회관에 가니

아직도 고향에 머무르고 있는

친구들과 해묵은 해후를 하며

더듬어가는 추억 길 따라

엄마의 햇살 같은 웃음도

되살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저렇게 환한 웃음을 진작에 찾아 드리지 못한 미안함도 함께 말입니다

 

 

 

 

오늘은

엄마가 시집와 나를 낳았던

동네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물 길어 머리에 이고 딸을 업은 포대기 너머로 물이 갈까 조심스레 들어서는 집 앞에 누런 코 빠뜨리며 엄마 찾아 울고 나와 있는 아들

 

단출한 한 칸짜리 집에서

따뜻한 사랑의 온기를 느끼게 해 준

엄마가 새삼 고맙기만 합니다

 

 

왜 진작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을까

 

그저 내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내 좋을 때만..

내 아쉬울 때만.

 

찾았던 엄마

 

 

엄마 미안해요! 그땐 몰랐어요

 

딸의 마음속 독백은

메아리 되어 흘러갑니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추어탕을 드시고 난 후

토하고 통증을 느끼는 엄마

 

바쁘고 시간이 맞지 않아

이런저런 이유로 함께 어딜 다녀본 적이 없는 서툰 걸음이지만

 

통증이 오면 절망을 매달고

통증이 안 올 땐 희망을 매달다

 

그마저도 힘들 땐

눈물 한 방울로 간을 맞추어가며

단풍 고운 내년에도

같이 오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엄마와의 추억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아궁이 불 피워대는

부뚜막에 나란히 앉은 엄마와

 

이별 없는 사랑으로

채색되길 바라는 딸의 마음을 아는

엄마는

 

고마워 딸 !

기억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해줘서....”

 

 

엄마를

보내야 하는 건 아는데..

떠나야 하는 건 아는데...

 

엄마 만지고 싶어지고 보고 싶을 땐

어떡해? ”

 

아궁이 속 까만 숯덩이보다 더 검게 탄

엄마와 딸의 눈물꽃은 까만 밤이

아무리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달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낮잠이 드셨다.

 

정신 맑은 시절에는

제대로 뻗어보지 못한 두 다리.

 

오늘 그 예쁜 발을

다시 한번 만져보고 싶어

두 손으로 감싸며

잠든 엄마를 내려다 봅니다

 

 

"꽃보다 예쁜 내 엄마가

먼저 시들어간다"

 

"세월의 길 따라

언제 이리 허리가 굽어지셨는지..."

 

자식들 다녀갈 때 버스정류장 앞에서

몸빼에서 꼬깃꼬깃 천 원짜리 몇 장 꺼내 쥐여주시던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진 엄마의 손....

 

겨울에 학교 갔다 오면

양손 번갈아 가며 녹여주는 그 손을....

 

갈대에게 허리 굽은 이유를 묻지 않듯

한 번도 그 손을 만져주지도

허리가 왜 그리 굽었는지

묻지도 않은 못된 딸....

 

"엄마! 정말 미안해.."

 

그런 엄마가 날 사랑하는 만큼

엄마를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

 

늘 내 힘들 때만 전화해서 미안해

 

엄마!

 

엄마가 늙어 갈 때

내 첫걸음을 잡아준 그 손을

잡아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엄마!

 

지나온 세월

힘들고 고된 일도 있었지만

그 시간 속에 아름답게 피어난

엄마꽃

 

 

그 이름을 불러준 딸이

이 세상을 떠날 때

가져가고 싶은 기억이

 

엄마이니까....

 

 

 

엄마의 몸은

하나 둘 이 세상을 떠나고 있나 보다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엄마를 보며

 

엄마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내 엄마로 있어줘서...

나의 엄마여서 고마워...

 

쓸쓸한 마당

끄트머리 빈 곳에 핀 엄마 꽃은

세월에 빛바래고 낡아져

다 떨어진다 해도

 

천 년이 흘러도

영원한 그리움인 것 같습니다

 

손으로 그린 사랑은

지울 수 있어도

마음으로 그린 사랑은

지워지지 않기에......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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