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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키 작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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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12-1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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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행복

 

 

난 왜 엄마가 없어?”

 

 

엄마는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지만

기억에서만 살아있는

홀로 남겨진 그 이유를 묻지 않았던

동수에겐

늘 웃음이 울음이 되어야만 했지만

 

아프다는 걸 모른 채 너무 쉽게

떠나보낸 엄마에 대한 짙은 그림자를

꿈과 희망으로 담아둔 마음을 열어 보이게 한 건 아버지였죠

 

 

"어서 오세요"

 

 

색 바랜 점퍼 차림의 남자가 들어와

식당 구석에서 식사를 하는 있는

두 명의 운동부 학생을 가리킨 뒤

대신 계산을 하고 나간 얼마 뒤

 

"저희 얼마 나왔죠.?"

 

"방금 전에 어떤 남자분이

오셔서 대신 계산하고 가셨어요"

 

한낮의 소나기처럼 왔다 간 아버지의 그림자 끝이라도 밟으려 부푼 가슴을 내밀고 텅 빈 거리를 둘러보던 동수는

고단한 일상에서 아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숨을 쉰다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봅니다

 

아버지.

제 얼굴 보고 가시지 않고?“

 

너 뒷모습 보는 것만으로

이 아버진 족하다

 

 

이별까지 사랑할 수 없었던 아버지

였지만 남겨진 아들을 가슴에 품으려

환경미화원이라는 고된 밥벌이 속에

눈물이 마를 때까지 홀로 거친 세월 버텨내며 아들의 삶을 지켜주신 아버지의 음성이 전해오자,

눈썹 끝에 맺히는 눈물이 떨어지지

않으려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동수는

 

아버지.

시합 끝나면 집에 한 번 갈게요

 

 

그렇게

끊어진 전화를 붙들고 멈춰뒀던 눈물이 떨어진 자리를 발로 지우며

또 하루를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엄마의 사랑을 알 수 없었던 동수는

이해했던 마음만큼 커졌던 미움을

한 뼘씩 지워내는 법을

 

세상 가장 든든한 내 편

아버지에게서 알아가며

우승을 향해 가는 길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거란 걸 알고 있었기에

 

훈련이 끝난 오늘도 합숙소에 돌아온 자리에 아버지라는 이름 끝에 묻은 숨결로 아들이 좋아하는 밑반찬에 옷가지 두어 벌을 놓고 간 걸 보고선

 

아버지.

언제 오셨다 가셨어요?“

 

오후에 잠시 짬 내서 갔다 왔다

 

기다렸다가 아들 얼굴 보고 가시지?“

 

"울아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다녀온 것 만으로 이 아버진 족하다"

 

낼 모래 아버지 생신 때 내려갈게요

 

다 늙어 생일은 무슨 내 걱정 말고 시합에나 신경 써.“

 

아버지라는 이름 끝에 매달린 눈물을 차마 자식 앞에 보일 수 없어

등 뒤에 땀으로 흘려오신 세월의 고달픔을 알고 있기에

 

며칠 뒤

훈련으로 지친 하루를 지우고

아버지에게 향한 동수는

 

 

아버지.생신 축하해요

 

돈이 어딨다고 이런걸 사 왔어

 

 

세상 모든 희망은 아버지 품속에 있다며 가슴에 안기는 동수는

놓아두고 간 기억에서만 살아있는 엄마를 지울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 눈물 한 줌 넣어둔 가슴을 비워낼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들하고 같이 누워 자 보는 게

얼마 만이냐?“

 

“7년도 더 된 오래전 일인지만

아버지한테 용서 빌 게 있어요

 

"뭔데 그러자"

 

“9년 전 아버지가 힘들게 농사지은 고추밭을 밟아버린 게 저예요

 

알고 있었다

 

저라는 걸 아시면서 왜 여태껏

아무 말씀 없으셨어요?“

 

남들 다 있는 그 흔한 엄마조차 없어

친구들한테 놀림당하는 우리 아들이

그렇게라도 해서 마음이 풀린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해야지

그깟 농사가 문제겠나.“

 

잘못했어요. 아버지.“

 

니 속이 얼마나 아팠으면 그랬겠냐

 

흑흑흑.“

 

너는 늙어보지 않아서

이 아버지 마음을 잘 모르는 것 뿐이고

이 아버진 젊어 봤기에

 네 마음을 알고 있는 것 뿐이라며

 

도화지의 작은 점처럼

작아져만 가는 동수를

일으켜 세워준 건 아버지였기에

 

엄마 없는

아버지와의 사랑의 끝이

이별이 아니길 빌며 커 온 시간 속에

무너진 가슴을 바로 세워 준 만큼

우승으로 꼭 보답하겠다고 다짐하며

약속을 하고 있었답니다

 

아버지.

그냥 가지 마시고 아들 얼굴 꼭 보고 가겠다고 약속해요

 

이 아빈 멀리서 울 아들 보는 게

더 좋아

 

 

숨은 그림자같은 아버지의 모습에

늘 가슴이 아파오던 동수는

천둥 같은 한숨을 삭히며

아들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 온 아버지의 가슴에 안겨

 

이 길 너머

어딘가 봄이 있을 거라며

목젖을 타고 흘렀던 시간들을

멈춰 세우고 있었죠

 

 

 

2019

전국대학 농구대회가 펼쳐지는

대망의 결승전이 펼쳐지는 오늘

 

드디어 성남대학교 김동수 선수의 맹활약에 힘입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찾고 싶었던 꿈을 가슴에 안은

동수는

 

관중석 맨 끝자리에서

선물 같은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던

아버지 등에 베인 눈물을

자신의 등에 덜쳐 업고서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의 영웅

우리 아버지는

 

 

난쟁이가 아니라

그냥 사람이라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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