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세이 하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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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09-23 10:25본문
하늘 전화...
하루살이 별들이
어둑 히 깔린 밤을 비추고
때 늦은 거리엔
부질없는 날들을 뒤로한 듯
사람 하나 지나다니지 않습니다
가게문을
닫으려고 준비를 하려는 그때
전화가 울립니다
집에서 온건가 하며 수화기를 드는 순간
낯선 음성으로 전해져 오는
“애비냐 “
얼떨결에
“네.... 엄마 “
자신도 모르게 내뱉고 맙니다
그러고는 대뜸
“잘 지내시죠..”
“오냐오냐 밥은 먹었고”
“네 먹었어요”
“많이 먹지 그러냐
사람은 밥이 보약인 게야,,,,“
그렇게 한참을 주고받고는
“잘 주무세요 엄마”
“그려 너도 잘 자렴,,,”
다음날
그다음 날도 어김없이
전화는 울렸고 그렇게
한참을 웃고 떠들며
따뜻한 봄 햇살 같은
대화는 이어져갔습니다
오늘도 비슷한 시간에
전화벨이 울립니다
“애비야
어제 김치 보냈는데 받았냐,,,,“
“아...... 네
뭐하러 보냈셨어요.. “
하며 분산을 떠는 아들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만 있든 전화기 너머로
나지막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맛난 것만 보면
니 먹이고 싶은디 어쩌냐 그럼.....”
그 말에 그만 눈물이 핑돌고 맙니다
“네네 잘 먹을게요,,, 엄마“
“나는 내 새끼들 입에
밥 들어갈 때가 제일 좋터라,,,,“
한평생 논바닥 갈라진 가슴일지라도
화석이 되어버린
지난 세월 버틸 수 있었던 건
자식 때문인 것 같아 보입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한가로운 일상을 마무리할 때쯤
전화벨이 울립니다
자신도 모르게
“네... 엄마..”
소리가 이젠 먼저 나와버립니다
그때 전화기 너머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여보시오...
젊은이 고마우이....
내 할멈이 치매가 오다 보니
병실에 누워
아들에게 자꾸 전화를 걸어 달라는 통에
아무 번호나 누른 게 자네 였나 벼,,,
“ 자식 놈이 먼저 간걸
까맣게 잊고선 말일세
젊은이 미안허요,,,“
그 말에 순간
성냥불에 타다만 글자들처럼
까만 그을음만 남은
할머니의 일생이 걸어 나오는 듯 했습니다
“아닙니다 어르신
저도 덕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살아온 신 것
같아 기쁘고 좋아답니다.. “
“그런데 오늘은 어찌
할머니께서 전화를 안 하시고 ,,,,,“
라는 말에
“어제 새벽에 하늘나라로 갔네..”
젊은이 덕분에
고마움과 행복감에
미소 지으면서 말이야.....
엄마에게 자식은
평생 놓을 수 없는 질긴 끈이기에
달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하지 않는 날이 온데도
잊힐 날은 없다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게문을 닫고
걸어 나오며
아기별들이 뿌려져
촘촘히 박혀있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지금쯤은
그 보고 싶은 아들을 만났셨겠지,,,“
까만 밤이 아무리 지워도
지워지지않는달님에게
소리쳐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당신은
“엄마”라고....
출처/노자규의 골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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