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에세이 {판사님 전상서} 2 > 설교와칼럼

본문 바로가기

설교와칼럼

작가에세이 #웹에세이 {판사님 전상서} 2

페이지 정보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5-03-13 08:03

본문

#웹에세이

 

R658x0.jpg

 

 

판사님 전상서 2

 

 

어머니

저 모르시겠어요?“

 

아이고 이게 누구야

우리 병수 짝꿍 정수아녀

 

네 맞아요

병수 집에 놀러 갈 때마다

금방 구운 김에 하얀 쌀밥을 싸

입에 넣어주시던 정수 맞아요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해

나랏일을 보는 판사님이 되다니.“

 

어머니 덕분입니다

 

우리 병수도 자네처럼 착하게 자라주기를 바랐건만.“

 

창백한 시간 너머로 부모 가슴에 못이 된 자식을 술 한 잔에 허공을 담아 마시듯 두어 잔을 마시고 난

친구의 어머니는 지는 달빛을 밑천 삼아 걸어가셨습니다

 

 

친구가 판사면 뭘 해

아무 도움도 안 되는데..“

 

수감자들의 부추김에

판사인 친구에 대한 분노로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벼 이삭처럼

고개만 숙이고 있던 그는

 

친구의 면회나

보내주는 편지를 모두 거부한 채

하루를 갈아입은 슬픔으로

수감생활을 하면서 문득 찾아오는

한 생각에 열어놓은 가슴을

닫아야만 했던 건

 

한 달이 멀다 하고

노쇠해진 몸을 이끌고 면회를 오는

어머니가 몸져누워 못 오는 건 아닌지

걱정스런 마음에 젖어오는 아픔의

칼날에 베인 것 처럼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 속에

빗방울보다 많은 시간을 채우며

제빵 기술을 익힌 그는

꿈이 생겨나고 있었고

 

드디어

깡마른 새벽이슬을 안고

만기 출소를 하게 되던 날

 

 

"엄마, 엄마."

 

사람이 산 흔적들을 지우려

거미줄이 군데군데 집을 지어놓은 걸 보며 분명 어머니에게 큰일이 생겼다는 걸 직감한 그는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아

지나온 세월 속에 묻어있는 살얼음 낀

설움을 눈물로 지우고 나더니

어머니의 행적을 찾아 나선 그의 귀에

 

왜 이제 왔어.”

 

자네 어머니는 오매불망

내 새끼 있는 곳을 보고 정화수를

떠 놓고 빌고만 있었다네

 

자네가 그렇게 되고 난 뒤

식음을 전폐한 채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처럼 하늘만 쳐다보다

그만 쓰러지고 말았어

 

 

동네 사람들의 걱정을

가슴으로 묻으며 말없이 흐르는 게

눈물인지 알지 못한 그가 도착한 곳은

병원이었습니다

 

.....똑똑.

 

"아이고 이게 누구야..

내 새끼 아녀"

 

"어머니. 어머니."

 

마디마디 숨겨진 모진 시간을

목젖에 감추고 이별에 물든 눈물로

한참을 가슴에 머문 아픔을 지워대던

두 사람 앞에

 

내가 한발 늦었네

 

두부를 사 들고

제일 먼저 찾아갔다 병원으로 다시

찾아온 판사 친구의 등장에

고개를 외면하고 있는 그에게

 

병수야...

그동안 이 어미 돌본다고

정수가 고생 많았어

 

자식이 멍 되어 돌아온 숙명에

침묵으로만 묵혀오던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있었는데요.

 

너 거기 들어가 있는 동안

병원비며 생활비며, 흑흑 ..

정수 아니었으면 지금 이렇게

널 볼 수 없었을 거야

 

아들마저 없는 시간 속에

아프다는 말마저 잊고 산 어머니 앞에

더 이상 할 말은 눈물이라

벤치에 나와 앉은 두 친구는

 

판결을 내리기 전에

자네 어머니를 찾아갔었네

 

외동아들이라 상전의 법으로만

키운 지난날을 후회하시며 뜻대로

안되는 삶에 흐느끼는 걸 보고

난 생각했었네

 

친구를 잃게 될지는 모르지만

자네가 거기서 지난날을 잊고

새롭게 거듭난다면 난 그 길을

선택하기로.“

 

아닐세,

자네 덕분에 새 희망을 품게 된

내겐 소중한 시간이었다네.“

 

그렇지 않아도 오늘 마침 어머니도 퇴원하는 날이기도 하니 우리 근사한 데로 가서 식사나 하세

 

세 사람은 구멍뚫인 가슴을

어릴 적 코 흘리며

뛰어놀던 지난날로 메우며

모처럼 만의 행복을 나누고

있었는데요

 

 

아니,이 길은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닌 것 같은데

 

나랑 함께 갈 곳이 있어 그리로 가고 있는 거라네

 

 

세상이 좋고 나쁨은 없다

 

다만 내가 가진 생각이

그렇게 만든 것뿐이라는 생각만하다

차가 멈춘 곳에는

 

 

 

<병수네 제과점>

 

 

라는

자그맣고 탐스러운 빵집이었고

 

상황이

그렇게 하도록 만든 것 뿐이라는

생각만으로

멋진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마련해준 판사 친구의 가슴에 안겨

깊고 깊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 알게 된

불행 앞에서.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사이트 내 전체검색
  • 주간 인기기사
    목사코너-610- 아버지가 내 이름으로 보내…
    靑松박명윤칼럼(1022) 쓰리고(高) 만성질환…
    靑松박명윤칼럼(1023)... 의료선교 그리고…
    탈북민이라는 용어 대신, 반도자(叛逃者)라니
    6월 마지막 주일「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성평등 NO, 양성평등 YES
    너희가 아버지의 뜻을 알아!
    주일낮예배영상 목포꿈의교회 메시지 이요셉 목사
    주일낮예배 영상 주사랑교회 메시지 장한국 목사
    주일예배영상 아산임마누엘교회 메시지 강익수 목…

그누보드5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청소년 보호정책(대표 겸 발행인 : 정기남)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지양로 176번길 32, (대운빌라 102호) 대표전화 032)672-3031
등록번호 : 경기, 아50924 | 특수주간신문 발행인/편집인 : 정기남 | 등록일/발행일 : 2007년 10월 17일
사업자번호 : 101-08-94879 | 후원계좌: 우체국 310029-02-152769 (정기남)
Copyright ⓒ 2007 크리스찬포토저널(CPJ), Allrights reserved. E-mail:cpj5037@daum.net
편집인 : H.P 010-5468-6574 / 032-672-3031(팩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