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세이 #웹에세이 부족함이 주는 행복
페이지 정보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5-03-17 09:47본문
#웹에세이
부족함이 주는 행복
이 세상 사람 다 없어도
아내만은 꼭 있어야 한다는
남편의 사랑으로
사고의 아픔을 지워가는 아내는
오월을 기다리다 떠나간 사월처럼
서글픈 표정으로
먼 곳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남편은
아내가 차려준
반찬 없는 밥을 먹으면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최고라고 말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
보물 같은 사람이라고
아내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내버리지 않아도
저절로 떨어지는 눈물처럼
하루를 바라보고만 있는 아내에게
아기 섬을 재우는 파도처럼
다가오는 남편이
일요일 오후
늦잠을 자고 일어난
아내의 눈에 보이질 않습니다
“여보, 여보…. 어딨어?“
흔적조차 사라진 남편을 기다리며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바구니에 봄 쑥을 한 아름 담아와서는
아내에게 봄향기를 맡아보라며
불쑥 내밀고 있었는데요
“아직 날도 추운데 집에서 쉬지 왜 나가 시장에서 사도 되는데...“
미안한 마음이
투정으로 내뱉어진 말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부엌으로 걸어 들어간 남편은
굵은 멸치 한 줌을 넣은 냄비에
다듬어 놓은 쑥을 풍덩 넣더니
“여보…. 빨리 나와”
“벌써 다했어?”
“그럼... 자 먹어봐
당신 요즘 기운이 없어 보이더라
봄 타나봐 그치...“
후루룩
게 눈 감추듯 먹고는
시원하게 트림 한 점을 하는 아내에게
“여보 더 줘?“
“응 더 줘 ”
다 비운 국그릇에
고마움을 담아 내미는 아내를 보며
많이 가진 기쁨보다
나누어 적게 가진 행복을 택하겠다는
남편의 길었던 하루가
그렇게 지나갑니다
식도가 부어
제대로 식사를 못 한 남편
병원문을 열자마자
달려간 병원에서 대기하다 말고
어디론가 걸어갔다 오더니
검정 비닐봉지 안에서
김밥 한 줄을 꺼내어
아내의 손에 쥐여줍니다
“아침 거르면 속 버려”
“당신은 먹지도 못하는데”
“당신까지 굶을 필요 없잖아..“
그렇게
진료를 마치고 나온 차 유리창에는
“ 주차위반”이라는
노란 딱지가 붙은 걸 보고
멈추어 서버린 남편에게
“여보…. 왜?
“우리 차가 주차위반이래“
“스티커 끊겼어?”
“여보…. 난 어릴 적 유치원 다닐 때
해님반이었는데..”
라며
내일 지구가 망해도
아내 가슴에 사랑을 심겠다며
오늘도
등대를 사랑하는 어부가 되어
집에 도착한 남편이 어둠을 밀어내고
아침을 불러온 사람처럼 앉아
가계부를 적고 있는 모습에
“여보...이달에도 내 병원비 때문에
마이너스지?“
미안한 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내의 손을 잡으며
“걱정마 ...
우리가 하는 걱정 안에는
희망도 함께 있을 테니까“
던져진 주사위 같은 하루 속엔
1이라는 숫자 밑에는
6이란 큰 숫자가 숨어있듯
겨울이 끝난 뒤
민들레 꽃이 피는 날이 올 거라며
손을 잡고 걸어가던 부부는
“할머니...
저기 저 시들은 감자로 주세요“
“싱싱한 걸 놔두고 웬 시들은 놈으로...”
“싱싱한 건 다른 사람들 오면 주시고요
저흰 시들은 저 감자로 주시면 돼요“
나한테 돌아오는 이득보다
남한테 돌아가는 이득이
더 행복하다는 부부는
세상 모든 게 행복이 되는 법을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 오늘 엄마가 병원 가 치료받고 온다고 힘드니까 설거지는 니네들이 좀 하렴“
“오늘은 언니가 좀 해”
“야…난 그제도 했단 말이야”
가위바위보로 정하자는 말에
지켜보던 아내는
“그럼 엄마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 순으로 해“
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부엌으로 달려가는 남편
부부는
오가는 많은 말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지는
그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며
이제서야
보이는 행복을 안고
아내는
남편에게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여보 늘 고마워...”
사랑 받을 수 없는 슬픔보다
사랑하지 못하는 아픔이 더 큰 것처럼
이 말이
너무 늦은 건 아닌지 되돌아보며
아내는 생각합니다
예전에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요
오늘의 노력들이
행복으로 돌아올 내일을 위해
남편 보다 ...
아내 보다...
더 많이 사랑하기로 마음먹으니
이 세상 모든 것이 선물이 된다며
오늘도 서로를
설렘으로 바라보고 있는
부부는 말합니다
서로를
힘들게 하는 일이 생길 때 마다
“내게도 그런 면이 보이면 언제든 말해줘 고칠게“
라며
탓하기 보다
포용하는 태도로 살아가자고...
저기 저
계절이 지나가는 햇살속으로
걸어가는 남편은
볼 수만 있고 말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었고
지는 빛이 고운 노을을 밟고
함께 걸어가는 아내는
말할 수는 있지만 볼 수는 없는
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서로가
부족하다는 걸 아는 순간
사랑은 더 깊어진다는 걸
알고 있는.......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