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세이 5월 넷째 주일「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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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5-05-25 06:37본문
“그 청년 바보 의사처럼”
‘안수현, 그 청년 바보 의사’라는 책이 있습니다. 제가 원래 이 책을 읽은 것은 아니고 몇 달 전에 국민일보에 나온 기사를 보고 이 책을 구해봤습니다. 故 안수현 님의 삶은 정말 짧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분은 예수님처럼 만 33살 나이로 죽었습니다. 세상에 직업이 의사, 그것도 내과 전문의였는데 33살에 죽은 것입니다. 그분이 영락교회를 다녔는데 장례식장에 4천 명이나 왔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이 왔느냐 하면, 의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 왔습니다. 그는 군의관이었는데 유행성 출혈열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 입원하였을 때 자기가 환자였음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사랑과 희망을 주었습니다. 그 청년의사는 환자와 눈이 마주치면 많이 아프냐고 묻기도 하고 빨리 치료를 못 해줘서 미안하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간호사들을 보면 왜 그렇게 예쁘냐고, 잘생겼냐고 덕담을 건넸다고 합니다. 그는 입원 첫날부터 한밤중이면 살며시 찾아와 환자의 침대 곁에서 기도를 해드렸습니다. 자기 것을 하나도 아끼지 않고 나누고, 누군가가 필요하면 자기 시간을 내주고, 찬양 테이프와 신앙 서적을 따뜻한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는 주변인들로부터 ‘청년 예수’로 불릴 정도로 신실한 청년이었습니다. 돈이 없는 환자의 검사비를 대신 내주고 시한부 환자들의 말동무가 되어 주었습니다. 군의관 시절엔 풀밭에서 사병들과 함께 지내며 부하들의 건강을 먼저 챙겼습니다. 그가 사망한 이후에 안 씨 유가족은 책 수익금 전액을 그가 활동했던 누가회에 기부했고 이를 통해 의사를 양성하는 “안수현 장학회”가 설립되었습니다. 그 장학회를 통해 15년간 의대생 60명이 장학금을 수여 받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바보 의사라고 불렀습니다. 최근 의료 위기를 맞을 때 그 바보 의사의 말과 삶이 더 빛나게 다가왔습니다.
지난 용기총에서 주최한 용인시복음화대성회를 하는데 5월의 햇빛이 7, 8월의 땡볕 못지않게 작열하였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종이 모자도 쓰지 않고 앉아 있는 분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설교도 한 4분 정도 했을 것입니다. 땡볕 아래 앉아 있는 우리 성도들에게 너무너무 미안한 것입니다. 진짜 제가 바보 목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석을 한 걸로 들었습니다마는,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분이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 이시영 집사님이십니다. 그분은 진짜 바보 집사님이세요. 이시영 집사님은 마을버스를 운전하시는 기사님이신데, 하루는 버스 운행 중에 단국대를 다니는 중국 유학생 승객이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것입니다. 이 집사님은 곧바로 차를 몰아 우리 교회 이재훈 의료목사님이 원장님으로 계시는 다건연세내과로 갔습니다. 집사님은 의식을 잃고 축 늘어진 환자를 등에 업고 정신없이 뛰었습니다. 이재훈 목사님 역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응급처치를 바로 시작했습니다. 환자는 의식이 없고 혈압도 낮은 상황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늦으면 심정지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초위기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이재훈 목사님께서 급히 수액을 처방하고 혈압을 올릴 수 있는 조치를 취해서 5분쯤 후 신음과 함께 여성의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20~30분이 지나서야 완전히 정신이 돌아왔으니까 만약에 응급실을 찾아서 헤매고 다녔다면 심정지가 왔을 수도 있었던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이시영 집사님과 이재훈 목사님의 침착하고 신속한 응급 구조가 한 학생의 생명을 살리게 된 것이죠. 이시영 집사님은 병원비까지 다 결재를 하고 다시 버스 운행을 재개했다고 합니다.
이 아름다운 미담이 여러 공중파 방송에 보도가 되어 큰 감동을 주었고 유학생은 나중에 이시영 집사님을 찾아와 치료비를 갚고, 감사 인사와 함께 홍금기를 선물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생명을 살린 의인에게 붉은 비단 깃발, 홍금기를 준다고 합니다. 바로 그 이시영 집사님께서 용기총 집회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켰고 소형자동차 경품에 당첨이 된 것입니다. 진짜 그분은 바보 집사죠. 그런데 그 바보 집사님에게 하나님께서 담임목사를 대신하고 또 우리 성가대를 대신해서 경품 선물로 위로하시고 칭찬하신 것 같았습니다. 일주일 내내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습니다. “나도 더 기도하는 바보가 돼야 되겠구나. 더 바보 목사로 살아야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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