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목사님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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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5-09-20 08:47본문
목사님 마음대로
오래전 당회에서 장로님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목사님! 지금까지 모든 일을 목사님 마음대로 하셨습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장로님! 지금까지 장로님들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내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결정한 적이 있나요? 우리 당회는 어떤 당회보다 민주주의적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장로님이 위원장을 맡았고 당회 때마다 한 분 한 분 보고하게 했습니다. 당회가 장로님 몇 분만 발언하고 다른 분들은 기회도 없이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장로님이 충분히 대화하고 협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회 시간이 길어지고 협의가 힘들어도 인내하면서 결정해 왔습니다. 그런데 내가 마치 독재라도 한 것처럼 말씀하시니 민망합니다. 그러나 장로님들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내 마음대로 목회를 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자 장로님이 말씀하셨다. “목사님! 물론 발언도 많이 하게 해주셨고 협의도 하게 하셨지만 결국 목사님 뜻대로 다 되었잖아요. 장로님! 그러면 제 뜻대로 결정해서 우리 교회 잘못된 적이 있나요? 우리 남현교회가 부흥된 것은 목회자 중심으로 마음껏 목회할 수 있도록 장로님들이 협력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나는 장로님들을 무시하거나 가볍게 여기지 않았고 늘 존경하고 사랑해 왔습니다. 앞으로 장로님들이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도록 힘쓰겠습니다.”
내가 부교역자였을 때는 성도들에게 군림하는 목사를 능력 있는 목사로 봤다. 능력 있는 목사는 당회를 할 때 마치 군대 사단장이 예하 부대 부대장을 모아놓고 회의하는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목사의 말은 하나님의 말씀과 동등시되기 때문에 거부하거나 반대할 수 없다. 담임 목사는 실수해도 실수한 것을 인정하면 안 되고 사과해서도 안 된다. 권위가 떨어져 목회가 힘들어진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신적인 절대적인 존재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목사가 성공한 목사라 생각한 것이다. 심지어 어떤 목사는 당회에서 장로들은 부동자세로 앉아 있어야 하고 교역자 회의 때도 부교역자들이 부동자세로 있어야 한다. 밖으로 나갈 때는 조폭들이 늘어서서 인사하듯이 양옆으로 줄을 서서 90도로 인사해야 한다. 이런 목사를 훌륭한 목사 성공한 목사로 인정했다.
그러나 나는 처음 목회할 때부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 마음대로 하는 목회가 성공한 목회라 생각하지 않았다. 장로도 성도도 내가 섬김받을 대상이 아니라 섬길 대상으로 봤다. 어떻게 하면 장로님들을 잘 섬기고 예우할까 생각하며 목회했다. 나는 나 자신도 한 명의 성도라 생각했다. 잘못한 일이 있을 때는 죄송합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내가 실수했습니다. 스스럼없이 사과했다.
목사의 권위는 직분이나 물리적인 권위가 아니라 섬김의 권위에 있는 것이다. 우리 교인들이 이런 말을 한다. 우리 목사님은 다 양보하는 것 같고 일을 추진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신다. 아무 소리 없어서 보면 벌써 일이 다 끝나 있다.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는 서두르지 않고 인내를 가지고 진행해 나간다. 비결은 앞서 말한 ‘쇠 목회’, ‘스폰지 목회’, 물 목회‘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억지로 했다면 많이 부딪쳤을 것이다. 그리고 목회가 힘들었을 것이다. 기다리는 목회를 하니까 사십 년 동안 한 번도 당회에서 얼굴을 붉히거나 화를 내지 않았고 성도들에게도 화난 얼굴을 보인 적이 없다. 그러나 내가 하나님 앞에서 옳다고 생각하고 계획한 일은 일 년이 걸리든 이 년이 걸리든 개의치 않고 될 때까지 기다리며 진행했다.
강함이 처음에는 이기는 것 같지만 결국 부끄러움이 이긴다. 목적 성취를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 오늘 못하면 내일하고 내일 못하면 모래 하면 된다. 열심히 했지만 안 되는 일도 있고, 또 성공적으로 잘 되는 일도 있다. 예수님이 오시기까지 열심히 하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하나님은 나의 성과를 보시지 않고 나의 성실함을 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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