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무식한 신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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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5-06-21 05:35본문
무식한 신우회장
제대 6개월을 남겨놓고 신우회 총회를 하는데 내가 사단 신우회장에 선출되었다. 신학생 출신도 있었고 장로님 아들도 있었고 청년회장 출신도 있었는데 아무 경험도 없는 내가 회장에 선출된 것이다. 나는 너무 당황했다. 사회 있을 때 대표 기도 한 번 안 해 봤고 회의 인도 한 번 안 해봤는데 어떻게 신우회장의 직분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도와주세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기도하는 법, 회의 인도하는 법을 배우면서 사단 신우회를 이끌어 나갔다.
그때 믿음이 제일 뜨거웠던 것 같다.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어떻게 하면 교회에 한 명이라도 더 나오게 할까? 어떻게 하면 예하 부대 내무반 예배를 드리게 할까? 어떻게 하면 동네에 있는 교회와 연계해서 복음 사역을 할 수 있을까? 계속 힘썼고 성가대도 난생 처음 참여했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믿음 생활은 봉사를 해야 뜨거워지는구나! 내가 사회에서 믿음 생활을 제대로 못한 것은 봉사하지 않고 주일만 나갔기 때문이구나! 내가 전역한 후 사회 나가면 제일 작은 교회를 찾아가서 봉사를 해야 하겠구나! 내가 경험이 없어 큰 교회는 교사와 성가대를 시켜주지 않을 거야! 작은 교회를 찾아가서 봉사해야지!”
한번은 사단 직속으로 있는 수색 부대에 내무반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예배를 성사시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힘썼는지 모른다. 수색 중에 예배는 부대가 생긴 이래 있는 일이라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드디어 예배드리는 날이 돌아왔고 기쁜 마음으로 밤 여덟 시에 맞춰 신우회 임원들과 함께 부대에 갔다. 중대원 전체가 내무반에서 절도 있게 줄을 맞춰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가 들어가니까 일제히 바라보는 데 감격스러우면서도 가슴이 떨려왔다.
예배를 드리려면 사회가 있고 설교가 있어야 한다. 찬송은 몇 장을 불러야 하고 대표 기도는 누가 해야 하는지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수색 중대가 예배드린다는 설렘 때문에 온 것이다. 예배 시간이 돌아왔다. 그런데 사회 볼 사람도 설교할 사람도 대표 기도할 사람도 없었다. 근무 시간이 아니고 밤이기 때문에 군목이 따라온 것도 아니고 군종 사병이 따라온 것도 아니고 오직 임원들만 온 것이다. 그래서 보니까 회장인 내가 제일 선임이었다. 설교를 하면 나밖에 할 사람이 없었다.
참고로 그때 군목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분이셨다. 소령으로 근무하셨는데 신우회에서 일을 하려고 하면 늘 반대하셨다. “왜 괜히 일을 만드느냐? 그러다가 사고 나면 어떻게 하느냐?” 늘 이런 말을 했고 내무반 예배를 드려도 같이 와서 설교한 적이 없어다. 늘 군종 사병이 설교를 했는데 저녁 시간에 왔기 때문에 군종 사병에게 가자고 하기가 미안해서 임원들만 오게 된 것이다. 나는 당황했다. 그때까지 설교를 한 번도 안 해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도 내가 봐야 하고 찬송도 내가 먼저 해야 한다. 앞이 캄캄했지만 예배를 안 드리고 올 수는 없었다. 할 수 없이 사회를 보면서 쉬운 찬송가를 찾아 불렀다.
“죄짐 맡은 우리 구주” 다 부른 후 조수인 최 상병에게 대표 기도를 시켰다. 사회 있을 때 교회를 잘 다니다 왔다도 했기 때문에 시킨 것이다. 최 상병은 당황하면서 기도를 하는데 어설프게 대표 기도를 했다. 그리고 내가 설교할 차례인데 어떤 본문을 읽어야 하고 어떤 설교를 해야 하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순간 생각한 것이 복음서였다. 복음서는 읽기만 해도 이해가 가기 때문에 복음서로 본문을 하되 성경책을 무작위로 펴고 어디가 나오던 분문으로 택하기로 했다.
성경을 읽은 후 다음 설교에 들어갔다. 그때 나는 내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물랐다. 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왔는지도 모른다. 굉장히 열변을 토했던 것만 생각난다. 그리고 설교를 끝내고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마쳤다.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때 나는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면 안 되는 일도 없고 못 하는 일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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