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세이 도시락 두 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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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09-03 08:45본문
도시락 두 개 2
"엄마 나 도시락 하나만 더 사줘"
"학교에서 급식 나오잖아?"
"맛이없어….
엄마가 해주는 게 더 맛있단 말야"
점심은
학교에서 나오는 급식을 먹고
보충수업 때 먹을 도시락 하나만
사줬는데 이젠 점심마저도
엄마의 도시락을 먹겠다는 아들
"자기 엄마의 음식이 더 맛있다는데
안 해줄 엄마가 어딨겠어요"
다음 날
떠오르려는 해님을 붙들어 놓고
거침없이 새벽을 달려
뚝딱 차려놓은 도시락을
행복한 미소 지으며 들고 가는
아들을 보며
이런 게 행복이구나 싶었죠
해가 가고 달이가고
어느덧 찾아온 학부모 급식당번
차례가 된 제 눈 앞에 아들이
식판을 들고 서 있는 게 아니겠어요
"엄마…."
"민석이 너 ???"
저를 본 아들은
봄을 두고 가는 가을같이
뛰어가 버리는 게 아니겠어요
학교급식 대신 먹겠다며
도시락을 사달라는 아들이
급식 식판을 들고 서 있던 모습을
계속 떠올리며 집으로 온 저는
아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아들 왔어?"
"네 다녀왔습니다 "
아들은
인사하는 기계처럼 한마디
툭 내뱉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 뒤
들릴듯 말듯
아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고
문 손잡이를 잡고 망설이던 그날은
그렇게 넘어가 버리고 말았죠
달력 한 장이 바뀐 오늘이
학부모 급식당번 차례었기에
맑게 갠 아침을 걸어 나간 저는
또다시 학교를 찾아가게 되었죠
그런데
저번같이 아들이 식판을 들고
긴 줄 끝에 서 있는 걸 보고는
전 다른 엄마와 자리를 바꾸고
주방으로 가 설거지를 하고 있었죠
설거지하는 내내
도시락 두 개를 매일 사 가는 아들이
왜 식판을 들고 서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던 저는
그날
학교 앞 문구점에 앉아
아들의 행동을 끝까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땡 땡~ 땡~
학생들이
하나둘 무리 지어 나가는 속에
아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고
텅 빈 운동장을 바라보다
정문 옆 느티나무 밑 벤치에
등을 지고 앉은 아들이
친구랑 도시락을 나누어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며
꽃을 본 나비처럼 전 다가가고 있었죠
"민석아….
여기서 도시락 먹고 있니?"
그런데
아들 가까이 가서 보니
함께 도시락을 먹고 있는 사람은
친구가 아닌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아니겠어요
"누구???"
저를 보자
얼굴을 숙인 채 종종걸음으로
걸어 나가버린 할머니가 누구냐며
집에 와 아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눈물만 글썽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아들과
등 돌린 밤을 지새우다
떠올린 얼굴에 있어
아들의 방문을 열고 들어간 저는
"너 혹시 오늘 함께 식사하시던 분이
외할머니였니?"
그 말에
더 짙어진 눈물만 떨구는 아들을
감싸안으며
아들과
똑같은 눈물을 떨구던 저는
잠든 아들의 머리를 매만지며
대학 입학을 앞두고
술주정하는 아빠가 밉다며
집을 나가버린 엄마를 용서하지
못한 채 긴 세월을 흘려보낸 그때를
떠올리던 저는
마음이 허락한
눈물을 더 흘려야만 했었죠
이젠
아들의 행복을 위해 하렵니다
용서를요….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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