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세이 한 컬레의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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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10-02 21:48본문
한 컬레의 신발
아침이 지나가면서
멋진 오후를 선물하고 가서인지
푸른 하늘에 하얀 햇살이
어우러져 참 멋진 오후가 되었네요
“너무 늦지는 마세요.. “
친정엄마 병원에 들렀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정류장에 멈춘 버스 건너편
비가 오는 거리에서
우산을 쓰고 전단을 돌리고 있는
남자에게 저는 시선이 가 있었습니다
참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며
바라보고 있을 때 바닥에 버리고 간 비 젖은 전단을 주우려는남자의 모습이
어디선가 낯익은 얼굴이라 생각하는
순간
그 남자는 남편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에
밀려 더는 인파에 하나라도 더 돌리려고 애를 쓰는 남편에게
길바닥에 버려지는 전단을 보고
미화원 아저씨가 다가가더니
역정을 내시는 듯 보였습니다
연신 고개를 숙여 보이는
남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저는 고개를 돌려야만 했지만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의 회사가
어려워 해고를 당한 거를요
저녁에
집으로 온 남편의 옷은 비에 젖어
엉망진창이었고
그런 모습을 아내에게 보이기 싫은
남편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전 내색할 수 없었습니다
“ 옷이 왜 이리 젖었어..?‘”
차마 남편 얼굴을 마주 보진 못한 채
설것이를 하며 묻는 나의 말에
“응. 오늘 외근 다녔어 “
그 말에 저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물소리를 더 크게 틀어 놓아야만 했습니다
오늘도
남편은 도시락 하나를
가방에 싸서 출근합니다
“여보 다녀올 게
일이 많아 좀 늦을지 몰라.. “
“너무 늦지는 마세요.. “
월급봉투라며
내밀어 놓고는 뒤돌아서 나가는 남편
그 봉투에 돈이 얼마가 들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남편의 그 마음 하나면
빈 봉투라도 전 괜찮으니까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 남편에게서
문자가 들어왔습니다
“오늘 당신에게 꼭 할 말이 있어..‘
저는 답장을 했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당신과 술 한잔하고 싶었어요”
남편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기를 내려놓으려는데
낯선 번호로 문자가 들어왔고
문자를 보고선
저는 그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야만 했습니다
빗소리 들으며
남편과 저는 모처럼만에
마주 앉았습니다
“당신도 나한테 할 말 있다며
당신 먼저 얘기해 “
“아네요. 당신 먼저 하세요.”
“나 사실 해고당했어...
미안해 여보“
“고마워요 사실대로 말해주어서
만약 다음에라도 당신에게 힘든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제게 말해주세요
난 당신 아내잖아요.. “
“아직 막내 대학도 보내야 하는데....
미안하오.. “
“당신 30년간 애썼잖아요
그동안 열심히 가족을 위해 일했
잖아요 당신이 쉬어도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어요 이제 당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그만 쉬어요.. “
“아냐 아직 놀 나이 인가
뭐라도 해서 돈 벌어야지.
이력서 이곳저곳 넣어놓았는데. “
더 일하고 싶다는 남편에게
저는 낮에 왔던 문자를 보여주었고
그 번호로 통화를 하면서
남편의 얼굴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습니다
“여보...
퇴직당한 직원들끼리
자그마한 회사를 만들었데
나보고 와서 일해 달라지 뭐야"
“야,,, 호“
어린아이가 된 남편은
고된 하루를 술 한잔으로 마감하고선
지금 제 옆에서 곤 한잠을
자고 있습니다
남편의 집이 마치 아내인 것처럼요
"부부"란
그 뜻을
늙어보면 안다더니만
한 켤레의 신발처럼
나란히 마주 보고 위해주면서
이쁘게 살아가자고
약속을 하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당신 편에
내가 있을거라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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