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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칼럼 9월 첫째 주일「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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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1-09-06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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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도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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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집사님, 요즘 잘 계신가요.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주 오래전, 저에게 상담을 받으러 온 적이 있잖아요. “삶이 너무 힘들어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그때 저는 목회 초년병 시절이라 어떻게 상담할 줄도 몰랐고 위로해 줄 주도 몰랐습니다. 그저 믿음으로 인내하라고 권면한 후 기도만 해 드리고 보내드렸죠. 어쩌면 제가 상담심리학 공부를 하게 된 동기도 집사님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저도 어렸을 때 가끔 불면증이 있었더라구요. 아버지가 장날에 사탕 사 가지고 오신다고 하셔놓고 빈 손으로 오셔서 사탕장수가 다 죽어서 그 집 아이들이 울고 있더라고 하셨을 때 그날 저녁 그 아이들이 얼마나 불쌍하게 느껴졌는지 잠을 못 이루었지요. 아니, 글짓기대회나 웅변대회를 앞두고도 잠을 설쳤지요. 그런데 요즘 따라집사님 생각이 많이 떠오릅니다. 지금의 저라면 당신의 아픔을 보듬고 눈물을 닦아줄 수 있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난날 집사님을 대했던 모습이 어설프고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때 저도 토요일이면 잠 못 이루는 밤을 허다하게 보냈는데 왜 그때 솔직하게 그런 말을 못했는지 모르겠네요. 개척교회 시절 토요일이 되면 강단에서 설교 연습을 하고 빈 의자에 사람 좀 앉혀달라고 기도를 하였지요. 그리고 나면 주일날 교회 온다던 사람들이 올까 안 올까하는 가슴 조아림 때문에 잠을 많이 못 잤어요. 또 제 마음을 뒤집어놓고 떠난 성도가 있으면 그때는 며칠이고 잠을 못 이루었지요. 그때 제가 그런 이야기라도 했으면 서로 삶의 아픔을 공감이라도 했을텐데요.

 

물론 제가 보통 때는 한 번 잠에 골아 떨어지면 깨워도 못 일어난 것도 사실입니다. 혹여 잠이 안 오더라도 재미 없는 책을 읽다보면 언제 골아 떨어졌는지 몰랐죠. 비행기를 타도 도착지에 착륙할 떄까지 잠에 취해 잔 사람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제가 집사님 입장이 되어 버렸어요. 요즘 제가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거든요. 개척교회 때부터 있었던 토요일 밤의 긴장은 더 증폭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특별히 코로나로 예배가 초토화 되면서 더 그럴테지요. 그리고 한국교회 공적 사역과 연합기관을 하나로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불면의 밤과의 전쟁이 평일까지 확대 되곤합니다.

 

집사님, 그날 밤을 기억하시는지요. 제가 양이 안 차서 집사님이 교회를 떠난다고 할 때 집사람과 제가 집사님 집에 심방을 갔었지요. 그리고 집사님 부부 앞에 무릎 꿇고 눈물 흘려 기도하다가 이런 노래를 부른 게 기억나시나요. “가지 마오. 가지 마오. 나를 두고 가지를 마오.” 그래서 그때 집사님은 차마 교회를 떠나지는 못하셨지요. 우리 교회가 분당으로 올 때 자연스럽게 가락동에 남긴 하였지만요. 그런데 훗날 집사님 부부가 결국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늘 왜 그런지 내 머릿속에 K집사님 생각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물론 K집사님과 저 말고도 코로나가 깊어지는 오늘 같은 밤일수록 더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K집사님과 잠 못 이루는 많은 분들에게 연서를 보내고 싶습니다.

 

당연히 밤이 되면 자야 하지만 여러 가지 일로 인하여서 잠들지 못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하긴 예수님도 밤을 새워 기도하셨고, 성경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밤에 씨름을 하였습니까? 누군가를 사랑하여, 무엇인가 해야 할 사명 때문에, 아니, 우리가 꼭 걸어가야 할 가파른 길이 있어 마음 아파 잠 못 이룬다면, 서로 초연결적 위로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살아 있기 때문에,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파하는 것이고,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고뇌의 밤을 겪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집사님, 밤하늘을 쳐다보세요. 하늘에도 잠 못 드는 별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우리 가슴 속에도 별들이 반짝이고 있음을요. 아브라함도 그 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희망도 가졌지만, 수많은 고통스런 밤도 경험하였을 것입니다. 하갈, 이스마엘, 사라와 얽히고 설킨 일 때문이었겠죠. 그러나 결국은 그 수많은 별들은 아브라함이 가슴으로 품게 되었고 이삭을 통해서 별처럼 수많은 후손을 이루게 된 것이 아닙니까?

 

오늘 이 밤도 잠 못 이루는 당신들이여, 별을 바라보세요. 별이 되어 보세요. 우리 모두가 불면의 밤에 별이 된다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더 아름다운 은하수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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