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7월 셋째 주일「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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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20-07-26 10:40본문
“봄과 여름 사이를 지나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부르는 노래”
저는 지난주 9월에 있을 총회 준비를 위한 지역별 순회를 했습니다. 마지막 날 오후는 서울에서 서북지역협의회 리더들과의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간담회만 한 후 식사도 못한 채 자리를 떠야 했습니다. 왜냐면 63빌딩에서 있는 남진 장로님 55주년 헌정 앨범 콘서트에 가서 축사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헌정 앨범 콘서트 자리에 본인이 새에덴교회 장로라고 소개하고,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담임목사님으로부터 유일하게 축사를 받고 싶다고 하는 남진 장로님의 신앙이 그날따라 더 별처럼 빛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무대에 올라가서 “불멸의 전설, 영원한 오빠, 노래하고 또 노래하는 남진의 55주년을 함께 축하합시다”고 하자 축사가 끝나기도 전에 청중석에서 “오빠”하는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헌정 콘서트가 시작되자 남진 장로님의 젊은 시절부터 영상이 나오며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후배 가수들이 남진 장로님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조항조씨가 ‘울려고 내가 왔나’를 부르자, 제 옆에 있던 미연방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 장로님이 옛날 사귀던 여자가 생각나서 눈물이 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가수협회 회장 이자연씨와 알리, 서문탁, 육종완 밴드 등이 남진 장로님의 노래를 재해석하여 각양각색의 느낌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어찌 트로트의 제왕, 남진을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순간적으로 저는 남진 장로님의 노래를 가장 근사치의 감성으로 부르고 싶은 주책없는 욕구가 솟아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설운도씨가 나와서 ‘모르리’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역시 트로트의 레전드답게 정말 잘 부르는 것입니다. 정말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헌정 콘서트의 주제는 ‘당신을 노래합니다’입니다. 후배들이 선배에게 헌정 앨범을 헌정해 드리는 것은 우리나라 가요계 역사상 최초의 일입니다.
그런데 저의 가슴을 더 찡하게 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팬들의 축하 영상 시간에 한 중년의 여인이 축하를 하는 것입니다. 그분은 젊은 시절부터 남진 장로님의 광팬이 되어 좋아하자 남편분이 무던히도 시샘하고 싸웠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남편이 그녀를 인정해주고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헌정 콘서트에 남편과 같이 오고 싶었는데 얼마 전 남편이 하늘나라에 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늘나라에 있는 당신도 마음으로 함께 축하해 주기를 바란다”고 하는데 가슴이 찡한 것입니다. “음악에는 이처럼 아름다운 힘이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마지막 순서에 남진 장로님이 후배 가수들과 함께 ‘나에게 여러분이 있다면’ 노래를 부르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교회 안수집사님들이 ‘나에게 새에덴이 있으니’, ‘나에게 목사님이 있으니’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그 순간 가수 이선희씨가 부른 ‘청춘’이라는 노래의 가사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또 봄과 여름 사이 어디쯤에 있을 그 시절 노래 부른다 / 청춘 노랠 불러본다”
저도 봄과 여름 사이의 시절,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질주를 하던 청춘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그런 시절을 지나 지금은 여름과 가을 사이에 있고, 또 언젠가 가을과 겨울 사이에 서 있을 것입니다. 과연, 그때에도 교인들과 후배들이 나를 이렇게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존경해줄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저도 지금,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인생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마음껏 사랑하며 섬기는 삶의 노래를 불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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