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세이 (남을 움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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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11-09 21:06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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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움직이다)
하늘에서 뿌려준 물감으로
나뭇잎들은 색동옷으로 색칠을 한
산과 들로 차들은 뽐을 내며 달려가고 있습니다
거리에 늘어선
자동차들은 생생 거리며 달려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부렁부렁 거친 숨을 품어대며 거리에 멈춰 서고 말았어요
저마다
먼저 가려고만 하다 보니
오히려 차들끼리 엉켜
앞으로도 뒤로도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게 돼버리고 말았고
차에서 내린 사람들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아니 대체
운전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이렇게 막 밀어붙이면 어떡해요”
다들 남 탓들을 하며
나무에 매달린 단풍잎들처럼
노랗고 빨갛게 얼굴들은 변해가고 있었어요
“그쪽에서
앞으로 먼저 빼주면 되겠네요”
“나보다
그쪽이 뒤로 조금만 빼주는 게
빠를 것 같은데요...”
“경찰 불러야지 이러다
해 넘어가겠구먼”
녹슨 시계의
분침처럼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선인장이 내어준 가시처럼
목소리는 서로에 마음에 박히고만 있었고
어디로든 타협하지 못한
바람만 오고 갈 뿐 한 뼘도 양보하지 않는 교차로엔 넉살 좋은 구름만
굽어보고 서 있었답니다
이러쿵저러쿵 말들만 오고 갈 뿐
엉킨 차들은 한 뼘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그때
어른들이 모여 있는 틈 사이로
만추에 햇살 같은 꼬마 여자아이가
별을 밟은 듯 사뿐히 걸어오더니
“아저씨들 싸우지들 마세요
조금씩 양보하면 되잖아요 “
뜨거운 쇠가 찬물에 닿듯
“난 못해”
“그럼 나도 못 해”
사람들의 말을 튕긴 자리는
찬바람만 와서 채우고 있었고
할 말 잃은 차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때
여자 꼬마 아이는
달빛을 빌려 온 햇살처럼
퍼내어도 넉넉하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귀를 기울이던 어른들을 보며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운전을 잘하시는
아저씨부터 빼주시면 될 것 같아요”
아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신의 차로 돌아간 뒤
부지런한 불빛들로 오고 가더니
막혔던 교차로는 금방 운동장처럼 넓어져 있었답니다
무엇을
선택하게 만드는 마음 상태
그 동기는
“칭찬”
이라며
저녁놀 진 자리에
해님이 빵끗 웃으며
말하고 있었습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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