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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칼럼 소강석 목사 6월 넷째 주일 목양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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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19-06-23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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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안에 피어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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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에는 미 전 연방하원의원들과 함께 5사단에 있는 DMZ에 갔습니다. DMZ는 정전 협약을 맺을 때 남북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과 북의 각 2km를 비무장지대로 조약을 한 곳인데요, 그곳에 남쪽과 북쪽이 각자 GP(경계초소)를 세우고 서로의 동향을 관측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생전 처음 5사단 내에 있는 GP에 갔습니다. 그곳은 얼마 전에 민간인에게 공개 되었지만 그곳을 가려면 수십 대 일의 추첨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안민석 국회의원께서 주선하고 직접 동행해 주셔서 예정된 날짜에 바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GP에 들어갈 때는 만에 하나를 우려해 8kg무게의 방탄복을 걸치고, 2kg이 넘는 헬멧을 쓰고 갔습니다. 저도 생전 처음으로 방탄조끼를 입어 보았습니다. 물론 사성장군 출신인 이철휘 장로님도 이 무거운 방탄조끼는 처음 입어 보았다는 것입니다. GP에 가니 북한 땅이 바로 눈앞에 보이고 북한의 GP도 볼 수 있었습니다. 거기서는 6.25 전사자들의 유해 발굴 작업도 하고 있었는데 미군으로 추정되는 유해를 1구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17구가 묻혀 있는 곳이 코앞에 있는데 북한의 GP가 있는 곳이라 아직 발굴작업을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협조만 있으면 발굴작업을 바로 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미 전직 의원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미군 전사자 유해 발굴을 위해 노력하는 한국군에 경의를 표한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또한 미 전직 의원들이 남북한에 평화가 얼마나 절실한가를 깨닫는 것입니다.

 

소강석 목사 6월 넷째주 목양칼럼3.jpg

    

그런데 사실 최전방 군사분계선 바로 앞에까지 갔으니 긴장감이 돌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만 제 마음은 고향에 온 것처럼 참으로 편안했고 심지어는 그곳에서 살고 싶어졌습니다. 65년이 넘도록 전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으니 야생동물의 천국이요, 원시림 그 자체였습니다. 순간, 제가 쓴 원시림이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오늘에야 다시 원시림을 찾았다 / 그냥 너 자체만으로도 좋았던 때 / 욕망을 버린 사랑, 예술, 만남... / 선악이 없는 이곳에서의 모든 행위는 죄가 아니다 / 그냥 너를 사랑할 뿐이다 / 비록 나이 먹고 오래되었을지라도.” 자세히 보니 거기에도 하얀색, 노란색의 크고 작은 들꽃들이 피어 있었습니다.

 

소강석 목사 6월 넷째주 목양칼럼-2.jpg

 

그런데 GP에서 내려오는 길 오른쪽 언덕에 주황색 원추리나 나리꽃 같은 것들이 활짝 피어 있는 것입니다. 그걸 보고 저도 모르게 , , ...” 하고 외쳤습니다. 당장 차에서 내려서 그 꽃을 자세히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군사법상 차에서 내려 사사롭게 시적인 감상을 할 수가 없잖아요. 이름 없는 들꽃들이야 여기저기서 피어난다 하지만, 어떻게 그곳에 제 고향에 피었던 원추리 혹은 나리꽃이 피었는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직접 차에서 내려서 보지 못하고 차창 밖으로만 보는 것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문득 아가서 2장에 나오는 샤론의 수선화, 골짜기의 백합화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이틀 후 목요일에 전직 미 연방 의원들과 함께 삼청동 총리 공관에 갔을 때 정원에 DMZ에서 본 꽃과 비슷한 꽃이 있어서 가까이서 보니까 나리꽃이었습니다. DMZ 언덕에 핀 꽃이 원추리인지 나리인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만 하다면 내년 봄에 그곳에다가 꽃씨를 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리나 원추리, 백합, 튤립 등의 꽃씨들을 말이죠. 그런 꽃씨가 싹이 나고 꽃이 피면 우리 군인들이 그 꽃을 바라보며 마음의 뜨락에 꽃밭을 이룰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할 수만 있다면 북풍이 세차게 부는 날, 북녘 쪽으로 꽃씨를 흩날리고 싶었습니다. 그 꽃씨가 싹이 나고 꽃이 피면 북한군의 마음의 뜨락에도 꽃밭을 일구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냥 시인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꽃씨 시인으로 각인 되어 있습니다. ‘꽃씨라는 시집을 냈고 꽃씨 심는 남자라는 에세이 책도 썼거든요. 그리고 남북평화를 이야기할 때도 항상 평화의 꽃씨를 뿌린다거나 평화의 꽃길을 만든다는 표현을 많이 했습니다. 작년에는 봄이 와서 꽃이 핀 것이 아니라 꽃송이 하나로도 봄이 오게 한다는 시적인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DMZ 언덕을 내려오면서 이곳에 직접 와서 꽃씨는 못 뿌리더라도 저의 시와 글과 다양한 사역을 통해서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의 꽃씨를 뿌리는 사역을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DMZ 안에 피어난 꽃처럼 민족의 광야에 평화의 꽃이 만발하도록 하기 위하여 기도해야 할 사명을 더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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