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세이 얌체중의 얌체, 악당중의 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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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18-05-25 10:18본문
얌체중의 얌체, 악당중의 악당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요즈음에 흔히 들을 수 있는 새소리가 바로 뻐꾸기 소리다. 모습은 잘 보이지도 않는데도 목청은 엄청나게 큰 새가 또한 뻐꾸기이기도 하다. 어려서 부터 뻐꾸기 소리를 들으면서 자라난 나는 뻐꾸기 소리를 들으면 고향 생각이 나고 고향이 그리워진다.
그런데 내가 이 새를 미워하게 된 것은 이녀석의 탁란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부터이다. TV에서 뻐꾸기의 생태적 습성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영하는 것을 본적도 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세상에 이런 얌체같은 녀석이 있다니... 남의 둥지에, 그것도 자기보다 훨씬 작은 오목눈이 같은 새의 둥지에다 뻐뻔스럽게 알을 낳아 놓고 날아가버린다. 그것도 모르는 오목눈이는 자기 알들과 함께 정성스럽게 품어서 부화를 시킨다.
남보다 먼저 부화한 이녀석은 미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상태에서도 발로 다른 오목눈이 알들을 밀어서 떨어 뜨리고, 부화가 된 새끼가 있으면 그 새끼마저도 떨어뜨려서 죽게 만든다. 그리고 염치없이 오목눈이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열심히 먹고 자란다. 얼마 안가서 뻐꾸기는 오목눈이 어미보다도 훨씬 덩치가 커진다. 그런데 뻐꾸기의 얌체짓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남의 둥지에 맡겨놓은 새끼가 어느정도 자라면 주변에 와서 큰 소리로 새끼를 불러낸다. 그리고 오목눈이가 키운 자기 새끼를 데리고 유유히 떠나간다. 아무리 생태적 습성이라고는 하지만 세상에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얌체에다 비겁한녀석이고 사기꾼이고 불한당 같은 이 악당녀석에게 속에서 부터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러다가 문득 나 자신을 바라보고 인간을 생각 해 본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우리 인간은 뻐꾸기 보다 낫다고 장담 할 수 있을까? 인간 중에는 뻐꾸기 보다 더 심한 얌체와 악당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남을 짓 밟고 조금이라도 더 올라서 보려고 기를 쓰는 사람, 남의 불행을 이용해서 자신의 행복과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돈이나 권력을 이용해서 인권을 유린하고 성을 유린하는 인간들이 뻐꾸기 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얼마전에 찍은 뻐꾸기 사진을 바라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뻐꾸기를 욕하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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