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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와칼럼

작가에세이 세 번째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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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09-2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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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눈물

 

휴학을 내고

군대를 다녀온 나는

복학을 준비하기 위해 아버지 몰래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러

오늘도 노루 꼬리만 한 햇살이 남은 길을 걸어갔다 오는 길이었다

다녀왔습니다

오늘도 늦었구나

한 달 두 달 밤을 밝혀 일한 덕분에

이대로라면 입학 전까지 문제없을 거라는 희망에 들뜬 날들이 모여가던

어느 날

아버지가 일하다 쓰러졌다는 말에

한걸음에 내달려온 병원에서

기력이 많이 떨어지셨더라고요

영양실조입니다

아버지는

새벽불 밝혀 일터로 나가서

밤하늘을 헤엄쳐 가는 고래처럼

걸어 들어오는 생활을 33년 간을 해오시며

세상에서 단 한 사람을 위한

사랑의 구두를 만드시는 일로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셨고

한 달에 기껏해야

다섯 켤레도 못 만드는 일을 하면서도

자신이 만든 그 구두를 신고

아픔으로 그려진 세상을 내달려갈

장애인들을 위한 신발이었기에

돈보다

그들의 발이 되고 싶다는

아버지가 응급실에 누워

미안허다 짐이 돼서..."

라는 말에

첫 번째 눈물을 내보이고 있었다

나란히 앉은 버스 안에서

단잠을 주무시는 아버지의

손 마디 마디에 이끼처럼 붙어있는 삶의 흔적들을 몰래 지우다 내린 정류장 앞에서

아버지 먼저 들어가세요

저 앞 슈퍼에서 라면 사 갈게요

허리를 숙여야 들어가는

이층집 계단 밑에 살았던 아버지가

먼저 들어간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낡고 헤어진 뒷굽이 달아

한쪽으로 기울여진

아버지의 구두를 보면서....

두 번째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드디어 입학하던 날

자고 일어난 내 머리맡에는

아버지가 준비한 입학금이 놓여져 있었고 생각 없이 둥둥 떠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이 그려진 거리를 지나

학교로 달려가 정문 앞만 얼쩡거리다

한의원에서 보약만 지어 아버지가 일하는 구둣방에 도착했을 때

한사코

안 받으려는 아버지와

미안해서라도 줘야 한다는

아주머니의 실랑이를 보고 말았다

사고로

다친 그가 휠체어에 앉아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갈 것을 비관하는 모습을 보며

"자네 발을 보지 말고 자네 꿈을 보게나..."

“,,,,,,,,,”

젊은이...

어머니 봐서라도 힘을 내게

이 신발은 자네가 다시 세상을 향해

걷겠다는 약속에 대한 내 선물일세...“

빈 주머니 밖에 없는 분이

어렵고 힘든 이들 앞에선 끝없이 나누어도 줄지 않는 아버지의 사랑을

내보이고 있는 모습에

누가 울음을 권한 사람처럼

세 번째 눈물을 내보이고 있었다

햇살 속에 만나

어둠 속에서 헤어지는 하루를 살아가면서

어쩌면 오지 않았을 내일을

이겨내게 해 준 아버지

(장애인은 불쌍한 타인이 아니라

먼저 겪고 있는 이웃)

이라는

액자가 결려진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하루 24시간..

일 년 365....

그런 날들을 33년 동안

약자의 낮은 발이 되어

받는 것보다

먼저 주는 기쁨만으로 걸어오신

아버지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사랑의 구두를 만들러

나란히 출근을 하는 아침

어릴 적

내 손을 잡아주던 아버지의 그 손을

이젠 내가 잡고서

함께 걸어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내게 주신 사랑보다

더 높고 깊은 사랑으로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나아 가겠다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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