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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걷는 한 절망이 없다”
9월 넷째 주일「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걷는 한 절망이 없다”
정말 올해만큼 더운 여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제 생에 몇 년 동안 흘려야 할 땀을 올여름에 다 쏟은 것 같습니다. 저는 열대야 기후를 지닌 나라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집회 때문에 가더라도 아예 에어컨을 틀어 놓고 호텔에서 방콕 하다가 돌아오죠. 그런데 올여름에는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정말이지 에어컨을 틀어 놓고 뭔 일을 해도 땀이 났습니다. 여름수련회 전후로 땀을 얼마나 많이 . . .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
작성일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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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
작가에세이
세 번째 눈물
세 번째 눈물
휴학을 내고
군대를 다녀온 나는
복학을 준비하기 위해 아버지 몰래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러
오늘도 노루 꼬리만 한 햇살이 남은 길을 걸어갔다 오는 길이었다
“다녀왔습니다”
“오늘도 늦었구나”
한 달 두 달 밤을 밝혀 일한 덕분에
이대로라면 입학 전까지 문제없을 거라는 희망에 들뜬 날들이 모여가던
어느 날
아버지가 일하다 쓰러졌다는 말에
한걸음에 내달려온 병원에서
“기력이 많이 떨어지셨더라고요
영양실조입니다“
. . .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
작성일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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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엄지 장갑○
○엄지 장갑○
선천적 청각장애 아빠와
열병을 앓고 난 뒤
후천적 청각장애 엄마를 둔
소리를 듣는 청인 아들의
가슴 시린 삶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하는 건
들을 수 없는 사람들만이 아는
아픔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말하지 못하는 농인 부부는
태어난 아들이 혹 같은 장애를
가지진 않을까 노심초사 했지만
다행히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엄마 아빠의 자랑이 되어 갔습 . . .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
작성일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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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멍멍멍
멍멍멍
외딴 바닷가
섬마을에 바위섬을 집을 삼아
파도치는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누렁이는
언제부터인가
말 없는 저 바다를 홀로 지키는
외로운 등대가 되었다는데요
지나다니는
동네 사람들도 마음이 아파
먹을 것도 줘보고
집을 지어 다른 곳으로 데려도
가봤지만
파도치는
갯바위가 내집이라는 듯
하루 이틀...
일 년.... 이년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곳을 떠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휴…. 저러다
누렁이가 . . .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
작성일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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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시든 꽃
시든 꽃
가을이 내리던 날
요양 병원문을 아들의 손을 잡고 들어서는 할머니 한 분이 있었다
"엄마…여기 한 달만 있으면 다시 데리러 올게"
"이 엄마 걱정은 말고 어여가"
"엄마 ,걱정하지 마
딱 한 달만 있으면 돼 알았지?."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욕심이 되어버린 현실 앞에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은
추락하는 눈 . . .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
작성일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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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명절 그리고 우리의 사명"
"명절 그리고 우리의 사명"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누리는
행복한 명절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예수 믿고 구원받은 자는
세 번의 삶을 살게 됩니다.
어머니 모태에서 10개월(사 44:2),
. . .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
작성일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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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내음을 맡으며
내음을 맡으며
햇살 한 바가지를 드신 듯
거리의 풍경을 보며 주고받던
노부부의 이야기가
어둠 사이로 덮어져 가고 있었는데요
"어르신….
이제 한 정거장만 더 가면 종점입니다"
함께하고 있다는 힘 하나만으로
밤 별들로 수놓아진 거리의
이곳저곳을 아쉬운 듯
바라보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이제 종점이에요 "
할아버지는 기사님의 말에
행복으로 가는 길은
아직은 멀었다는 얼굴을
먼 호흡 긴 한 . . .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
작성일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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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고향 (本鄕) 가는 길
고향 (本鄕) 가는 길
명절이 되면 누구나가 다
고향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갑니다.
인간에게는
세 가지 고향이 있습니다.
그 첫째 육신의 고향입니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곳입니다.
둘째 마음의  . . .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
작성일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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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참된 쉼은 하나님 품에서만”
9월 셋째 주일「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참된 쉼은 하나님 품에서만”
제 인생 처음으로 휴식 기간을 가져보려 했습니다. 물론 사역적으로야 해외를 많이 왔다갔다 했고, 부모님을 전도하기 위해 고향을 왔다갔다 한 적은 있지만 진정한 휴식과 쉼을 위해 휴가를 가져본 적은, 성지순례를 제외하고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부교역자들이 다 휴가를 갔을 때도 저 혼자 남아서 교회를 지켰고 모든 사역을 다 감당했습니다. 그런데 여름수련회 이후 지친 몸이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체력이 번아웃되니 마음도 지 . . .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
작성일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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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친정 아버지
친정 아버지
저는
9살 때 엄마를 잃고 편부 슬하에서
자라 시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늘 공사장 일로 평생을 사셨지만
따뜻한 미소로 하루를 살아내시는
그런 아버지였고
딸은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마음 한편으로 고마움과 아련함은
늘 따라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불 꺼진 썰렁한 빈집에 와서
혼자 찬밥 데워 드실 친정아버지를
생각하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 . .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
작성일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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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
작가에세이
짐
짐
청록빛 하늘이
지우진 자리에 찾아온 어둠과 함께
아들로 보이는 남자의 손을 잡고
작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 할머닌
한눈에 보아도
팔순이 족히 넘어 보였다
남자의
하얀 수염이 돋아난 입술에서
국밥 두 그릇과
소주 한 병이란 소리가 터져 나온
얼마 후
탁자에 놓인 국밥만
말없이 훌쩍거리고 있는 할머니와는 달리
아들로 보이는 남자는
소주만 연거푸 들이키고 있는 모습을
말없이 . . .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
작성일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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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
작가에세이
국밥 한 그릇
국밥 한 그릇
이 이야기는
시장 안 어느 국밥집에서
할머니가
휴대전화기를 잃어버리는 데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좀 전에 혼자 식사하시던
그 할머니 핸드폰 같은데..?."
"다시 오시겠죠"
주인 부부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국밥만 바라보다 나간 할머니를
떠올리는 시간이 한 달이 넘어가도
그 휴대전화기는
여전히 국밥집 금고 속에 있었고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기억을 못 하시나 해서
연락처라도 찾으려
핸드폰을 열어 본
순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란 . . .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
작성일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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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
작가에세이
도시락 두 개 2
도시락 두 개 2
"엄마 나 도시락 하나만 더 사줘"
"학교에서 급식 나오잖아?"
"맛이없어….
엄마가 해주는 게 더 맛있단 말야"
점심은
학교에서 나오는 급식을 먹고
보충수업 때 먹을 도시락 하나만
사줬는데 이젠 점심마저도
엄마의 도시락을 먹겠다는 아들
"자기 엄마의 음식이 더 맛있다는데
안 해줄 엄마가 어딨겠어요"
다음 날
떠오르려는 해님을 붙들어 놓고
거침없이 새벽을 달려
뚝딱 차려놓은 도시락을
행복한 미소 지으며 들고 가는
. . .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
작성일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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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
작가에세이
행복 부부
행복 부부
가을이 열린 틈으로
울긋불긋한 물감들로
색칠해 놓은 한적한 공원에
휠체어 한 대가
한가로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영감…. 힘들지 않아요?”
“힘들긴….
나무들이 반겨주니까
너무 좋은 걸..”
“그럼 됐슈...”
머무는 바람에게 인사를 건네며
지나온 이야기 하나 마음첩에서 꺼내어
숨 한 조각
내쉬듯 속삭이며 걸어가는
노부부의 하루는
참 행복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영감!
우리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갑시다“
가을 나무들이
깔아준 낙엽들이 뒹 . . .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
작성일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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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
작가에세이
외상장부
외상장부
하늘의 사랑을 품은
초록 같은 세상을 함께 맞으며
40년을 함께 걸어왔던 아내를 암으로
먼저 보낸 아버지는
살아야겠다는 의지조차
떠나는 아내에게 줘버린 것인지
봄을 놓아버린 꽃처럼 시들어가는
나날들을 보내던 중
"아버지 이게 무슨 일이래요?"
"건강하셨잖아요"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틀린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려는듯
서열없는 말들만내뱉으며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던
자식들의 발걸음이 점점 멀어지더니
"손자들도 보고 싶고 한번 다녀가렴"
"저 . . .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
작성일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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