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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욕쟁이 할머니 국밥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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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5-02-0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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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쟁이 할머니 국밥 4

 

 

 

곁을 나누며

하루를 비춰주는 햇살이 고맙기만 한 건 아닌가 봅니다

어김없이 오늘을 배웅하러 찾아 온 밤을 이고 앉아

 

지가 언제부터 반장이라꼬 새파란 놈이 아버지뻘인 형님한테 김씨 이거 해! 저거 해!“

 

집에 가면 지애미 애비도 없나

내말이 그말이라니께

그러려니 혀

뭐든 그러려니 그러려니...

그카이까네 반장이 형님을 몰캉하게 안봄미꺼?“

 

공사판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자들이 앉은뱅이 달빛 한 줌으로 빚어낸 창백한 시간을 앞에 두고서 목 끝에 걸린 아픔을 지우려고 내뱉고 있는 푸념에

 

"씨부를 놈들아..다 처먹었으면 퍼떡 안일나고 뭐하노

"또 할매 시작이다

내일 일 안 갈겨?

노가리 깔 시간 있으면 집에 가서

새끼랑 마누라랑 까봐라 얼매나 좋아하는지.."

 

그만 일어날 때가 됐는갑다

할매요 ..요 얼만미꺼?"

 

오늘 비가 와서 공쳤다며?

그냥 가

 

할메요..

그래도 그건 아인 것 같은데예

 

뭐라꼬 쳐 씨부리쌋노

공짜로 준다고 할 때 퍼뜩 안 가고?“

 

슬퍼도 시들지 않는 꽃처럼

바람에 밀려가 버린 삶의 흔적들을 지우며 멀어지는 남자들의

뒷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고 있던

할머니의 입가엔 이런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요

 

오늘도 살아낸다꼬 욕봤데이...”

 

할머니의 그 말이

하루를 견디는 힘이 되어줘서인지

어깨동무 한 채 어둠을 걷는 그들의

입에서는 콧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설레는 내일을 기다리던 할머니에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이 먼저 찾아왔는데요

 

영감님..추운데 들와서 국밥 한 그릇 무꼬 가이소

허공에 묻어있는 새벽이

할아버지에겐 아침이 되어버린

고단한 일상을 알고 있는 할머니에게

매번 그러기가 미안해서인지

거리에 앉아 상자만 추스르고 있는

할아버지 앞으로 쟁반에 담은 국그릇을 내밀어 준 할머니는

 

우야든동 우리 같은 사람들은

몸뚱어리가 재산임미데이.

옷 따습게 입고 다니이소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며

새벽을 따라나선 별과 함께

맛있게 먹은 게 고마워서인지

할아버지는 욕쟁이 할머니 가게 앞에 널브러진 것들을 치워준 뒤

 

낙엽이

낙엽이 된 슬픔을 말하지 않는

가을이 찾아온 거리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해님이 숨어버린 그날 저녁

 

다음에 또 오이소..”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남자의 그림자가 지워진 자리에

할매요..

저 사람 노숙자 같은데예?“

 

그래 맞다 노숙자

갚을 능력도 없는데 어느 세월에 받을 꺼라꼬 칠판에 적심미꺼?“

받을라꼬 적는거 아이다

그라면예?“

내가 칠판에 떡하니 외상값을 적어놔야 그 사람이 덜 미안 할 거 아이가

 

욕쟁이 할매가 이리 통 큰 분인 거 인자 알았심더

우야겠노 인자 알아가 ...“

 

밥 먹는 사람들의 얼굴에 행복이 한가득 피어나는 사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들을 할머니는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는데요

 

내 새끼들 어서 오니라

 

"할머니...안녕하셨어요"

 

주방 아주메야....여기 뜨끈한 국밥 여섯 그릇만 내 온나

 

"예 할매요

할아버지나 할머니 손에서 자라느라

고기 한번 먹기가 마른 하늘에 비 내리는 것만큼 힘든 아이들에게

한 달에 한 번 고기든 국밥을 먹는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는데요

 

““내 새끼들 마이무라..”

 

..할머니

아동복지센터에서 모여 공부하다 온

아이들의 머리를 하나하나 쓰다듬으며

 

박사가 되든... 거지가 되든...

일단 내가 먼저 되어야하는기데이

 

"네 할머니"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합창 소리에 힘든 하루를

견뎌낼 희망을 얻었다는 듯 달처럼 곱게 핀 할머니의

얼굴은 한송이 꽃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할매예

국밥 한 그릇 퍼떡 말아주이소

 

천천히 먹고 가제

맨날 뭐가 그리 급하다고

 

하루 번 돈은 고스란히 아픈 딸의 병원비로 들어간다는 걸 알고

있던 할머니는

 

밤에는 퀵기사 할라

밤에는 야식배달 할라 힘들낀데

하루 한끼 먹어가꼬 되것나?“

 

“........"

 

입을 꼭 다문 하늘처럼

국밥만 먹고 있는 남자에게

할머니는 시키지도 않은 삶은 고기

한 접시를 내밀어주며

 

힘든 일이 생겼을 땐 지나 간 일을 곱씹지 말고

지금부터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 해야 되는기다"

 

네 할머니...”

그래야 퍼떡 털고 일어설 수 있는기다

 

삶은 고기만 쳐다볼 뿐 젓가락을 들고만 있는

남자의 맘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병원에 있는 딸내미 줄건 따로 챙겨놨으니까네 퍼떡 무라

 

그 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매달고 있던 눈물을 허물어지듯 떨어뜨리고 있는

남자의 등을 두드리며

 

이럴 때일수록 내가 나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안 있나?”

그게 뭔데예?”

내가 행복하다 하고 생각하는 거

 

남이 주는 것도 아니고

오직 내가 나에게만 줄 수 있는

귀한 선물 이라는 할머니 말에

 

할매는 꼭 철학자 같네예

 

니 몰랐나 보내

소크라테스가 우리 옆집에 안 살았나

 

오래 살다 보면

누구나 다 터득하는 거라며

싱긋이 웃어 보일 때마다

덜거덕 거리는 틀니를 고쳐 넣던

할머니는

 

오토바이에 올라 멀어지는 남자를 보며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강한 이빨보다 오래가는

혀처럼 살아야한데이라며...

 

 

가게 문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을

한참이나 올려다보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에 식당 안에 밥을 먹던 사람들은

일제히 수저질을 멈추고 할머니를 따라 가게

문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는데요

 

"할매예 ...뭐 봅미꺼?"

 

오늘부터 행복해지는 법 한 가지 가르쳐 주까?“

 

진짠미꺼?“

 

하늘 맨 구석 자리에 희미하게 보이는

저 별 하나 보이제?“

 

저 별이 할매한테 뭐라 캐십미꺼?”

 

“”거기 양보라는 별이데이

 

양보라는 길잡이 별 하나를 만들어

늘 머리 위에 놓고 다닌다면 언제나

세상은 나를 향해 행복을 가져다줄 거라고 말하고 있는

할머니를 보며

 

저 멀리서

예쁜 꼬마 별 하나가

반짝반짝 응원을 보내주고 있었는데요

 

사람이 언제 제일 행복한 줄 아나?”

돈이 많을 때 아임미꺼?”

아이다...내가 당당할 땐 기라..“

 

한 알의 밀알이 땅속에서

자신을 죽여서 열매를 열게 하듯

이기려는 세상 속에서 꼭 이기는 것만이

잘사는 게 아니라는 말을 들으며

고개만 끄덕이고 있는 손님들을 보며

 

너거만 처먹고 들어가지 말고

집에 있는 사람 생각해서 붕어빵 한 봉지라도 사 들고 가거라

 

네 그럴게요 할머니...“

 

언제 내렸는지

수북이 쌓인 하얀 눈을 밟으며

쉼이 필요한 그곳으로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귀엔 욕쟁이 할머니의 목소리가 메아리쳐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흰 머리 보면서 같이 늙어갈 사람

그 사람 한테 잘해래이.....“라는...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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