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소강석 목사, 9월 셋째 주일 목양칼럼! 『낯설고 어색한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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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19-09-16 00:02본문
『낯설고 어색한 은혜』
맨 먼저 총회장 후보께서 정견발표를 하시는 것입니다. 사실 형식이죠. 작년에 이미 부총회장 당선이 되어 올해는 자동적으로 총회장이 되지만 법적 과정과 절차에 의해서 정견발표를 하는 것입니다. 총회장 후보께서도 작년에 정견발표 하실 때는 간절함과 열정이 가득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작년 정견발표의 내용을 조금 정리하거나 보완해 발표를 하신 것 같았습니다.
총회장이 되실 분이 평범한 어조로 발표하시니까 저도 오버 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저도 평범한 어조로 발표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에 하는 부서기나 부회계 등 경쟁 상대가 있는 분들은 얼마나 준비를 많이 해 오고 간절하게 발표하는지 몸에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영상준비까지 다 해 와 가지고 정견발표를 돋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다음번에는 영상준비를 잘 해올까 하는데 몇몇 목사님들이 절대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총회장 후보도 그렇게 하지 않는데, 단독 부총회장이 너무 앞서가서도 안 된다고 말입니다.
다음날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내용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대구에서는 유창하게 잘 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버벅 거려지는 것입니다. 그만큼 아직도 그 자리가 낯설고 어색한 자리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다른 임원 후보들은 다 총회 내부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정견발표를 하는데 저의 정견발표는 우리 교단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를 세우기 위한 정견발표였습니다. 그만큼 우리 교단과 한국교회를 보는 저의 시야와 마인드가 넓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곧 총회장이 되실 목사님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대전에서 마지막으로 발표하실 때는 목사님도 열변을 토하시죠. 그러면 저도 한 번 실력 발휘 좀 해 보겠습니다.” 저는 이 정견발표 때문에 북유럽 교회 그랜드 투어도 하루 늦게 가야 했습니다. 대신 이번 마지막 정견발표는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어색하고 불편한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제는 저의 간절함과 진정성을 스피치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마지막 정견발표를 하는 대전중앙교회는 15년 전 개혁측과 합동측이 하나가 되었던 장소입니다. 저는 원래는 합동을 반대 했습니다. 여러 가지 정치적인 유언비어를 듣고 말입니다. 그러나 마침내 정권사님이 합동을 하라는 응답을 받았고, 저도 이를 놓고 금식하며 기도하다 성령님의 강렬한 감동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합동의 기치를 들고 왔을 때 중부권의 머뭇거렸던 1500교회가 다 함께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그때 합동 총대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의 박수를 받으며 총회 현장으로 들어갈 때 “아, 이제야 우리가 하나가 되는구나”하는 감격에 눈물을 흘러내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의 감격과 눈물을 회상하며 그 자리에 섰습니다. 그랬을 때 비교적 어색하지 않고 저의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에토스가 담긴 정견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합동 교단에 들어오고 나서 한 번도 정치 노선에 서 본 적도 없고 정치현장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상비부 가운데도 정치부, 고시부 등에 가 본적이 없습니다. 오로지 총회를 섬겼고 한국교회를 섬겼습니다. 그러자 안팎에서 “합동교단은 소목사를 써 먹고 버릴 것이다. 그러니 너무 희생하지 말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말과는 달리 우리 교단은 저를 수용해 주고 품어주셨습니다. 아니 저를 단독 부총회장 후보의 자리에 세워 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시 생각해보니 그 자리가 낯설고 어색한 자리였지만 우리 교단 목사님과 장로님들이 만들어주신 포근한 자리요 하나님이 섭리해주신 은혜의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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