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소강석 목사 9월 넷째 주일 목양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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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19-09-23 20:55본문
『가을에 쓰는 편지』
“코스모스 향기가 코끝을 스치면 / 어느새 들녘엔 갈대꽃들이 피네 / 석양 노을빛 비추는 가을 길을 걷노라면 / 문득 곁에 있어 준 그대 생각 / 사랑은 가을처럼 그리움은 갈대처럼 / 아무리 흔들어도 꺾이지 않으리 / 비바람에 어쩔 수 없이 꺾인다 해도 / 그대 향한 촛불은 끄지 않으리” 이는 제가 작사, 작곡한 ‘가을 연가’라는 노래의 가사입니다. 가을이 오면 습관처럼 이 노래가 흥얼거려집니다.
저는 목사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저의 절대존재요, 가치이며 모든 것이 되십니다. 그래서 성경의 진리수호와 하나님의 킹덤을 위해서는 목숨까지 내 놓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님의 성호(聖號)를 위해서라면 광장의 검투사가 되어 언어의 검을 휘두르기도 합니다. 그런 일로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으며 이미지 소모를 하는 것도 괘념치 않습니다. 이럴 때 저의 모습은 남자 중의 남자요, 사나이 대장부이죠. 또한 제가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할 때는 절대로 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져 본 적도 없고요. 거기에 모든 것을 걸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이지만 또 다른 모습을 보일 때가 있지요. 저에게는 시적, 문학적, 예술적 감성이 있거든요. 그래서 시를 쓰거나 노래를 작곡할 때는 소년같은 감수성을 발휘합니다. 특별히 혼자 산행을 할 때는 언제 그런 야성이 있었느냐는 듯이 시적, 문학적, 예술적 감성에 젖어듭니다. 바람의 소리를 들으며 나뭇잎들과도 교감합니다. 얼마 전 태풍이 지나간 후, 산길을 걸어가다 뿌리가 땅 위까지 올라와 넓게 뻗친 나무들에게 마음속으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무야, 너는 이미 알았구나. 뿌리를 땅속 깊이만 박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뿌리를 수직으로 1미터 내리는 것보다 옆으로 10미터를 뻗는 것이 쉽기도 하고 태풍을 잘 견딜 수 있다지. 너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나봐. 그래서 너는 태풍에도 끄떡없었구나. 길을 걷다가 가로수가 넘어진 것을 봤어. 그 가수로는 옆으로는 뿌리를 내리지 않고 수직으로만 내렸더구나. 그런데 너는 수직으로뿐만 아니라 옆으로도 뿌리를 뻗쳤으니 대단하구나.”
제가 이렇게 나무들과, 아니 풀잎들과도 교감하며 산길을 걷다가 핸드폰으로 좋은 노래를 듣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찬양을 듣기도 하고 직접 제가 찬양을 부릅니다. 그런 후에 책상으로 돌아와 숲속에서의 상념을 시로 쓰기도 하고 글로 정리하기도 합니다.
LG자이 뒷산을 가다보면 한성CC에서 골프 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저는 아직 골프 치는 맛을 못 보았지만 그 분들과 저를 비교해 봅니다. “저분들은 산행을 하고 있는 나보다 더 즐거울까? 나보다 더 행복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가을편지를 씁니다. “골프를 치고 있는 그대들이여, 그대들은 저만큼 행복해 하시나요? 아니, 저 광화문과 충무로에서 아니, 저 강남역과 서현역에서 어디론가 바삐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그대들이여,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요? 무엇 때문에 그리도 분주하십니까? 그런데도 당신의 얼굴은 어찌 창백한가요? 또 회색빛 콘크리트 아파트 속에 계신 당신의 마음도 텅 빈 공허와 공백뿐인가요”
저는 갑바도기아의 닛사의 그레고리처럼 산행을 하면서도 나무와 대화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행복을 누립니다. 그러면서 신비로운 자연의 숲길 속에서 청결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만나며 초월적 명상과 영성의 길을 걷습니다. 그러니 이런 만족이 어디가 있을까요? 이런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요. 그래서 저는 이 시대를 사는 모든 분들에게 가을 사랑의 연서를 써 봅니다.
“같은 가을하늘 아래에 사는 사람들이여, 그대의 영혼은 하나님을 향한 갈망이 없나요? 가을이 오는 문턱에서 삶의 근원과 원형을 향한 노스탤지어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아니, 진리에 대한 목마름과 영혼의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고 있나요? 가을이 오면 우울한 이들이여, 꽃이 피지 않는 길 위를 걸으며 어디론가 방황하고 싶은 사람들이여, 예수 믿으시면 안 되겠습니까? 교회로 돌아오세요. 은혜로운 교회는 아름다운 숲과 같고 신비로운 원시림 같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런 아름다운 숲과 같은 삶을 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모두가 주님과 함께 신비로운 숲길을 걸으며 행복하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을을 사랑하는 이들이여, 가을꽃과 가을숲, 낙엽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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