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세이 엄마의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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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08-04 16:48본문
엄마의 소풍
“우리
어머니 좀 버려주세요”
“우리
자식놈 좀 살려 주셔요”
부모는 자식을 버려도
버려진 자식도 찾는 게 부모이거늘....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건만
자식들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손주들을 어루만지고도 싶고
쌈짓돈으로 양말 한 켤레 한 봉지
선물을 사 놓고 손꼽아 기다려도
찾아오는 이 없었기에
기약 없는 약속만 기다리며
적막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엄마는
지난 날
사업 실패로 술로 세상을 살다 먼저 간
남편을 대신하며
고된 한숨 내쉬면서 아들 둘을
악착같이 키워냈습니다
새벽녘부터
시장통에서 채소를 팔아 가면서
자식들 대학 보낸다고
그 흔한 운동화 한번 사 신기도 힘든
지난날을 더듬으며
남은 일생마저도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는 게 살아가는 이유였기에
비 온 하늘이든...
눈 온 하늘이든 ...
자식 위에서라면
못할 것이 없었다 말합니다
"엄마 제가 외국 여행 보내줄 게“
“난 큰 집 사줄 게“
말만 들어도 배부른 엄마는
여자로서 몇 번을 죽고 나야
엄마가 되는 거라며
행복해하던 시간 너머로
자식들이 이젠 결혼도 하구
이쁜 손녀들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다들
가정을 이루어 사는 것만 봐도
밥 먹은 것 같다며
땡볕 노점에 앉아서도 입가에
웃음을 매달고 있던 엄마가
평소처럼 새벽달 보고 나와
점심을 먹은 뒤 심한 복통에 시달려
119에 실려 응급실로 가 버립니다
“대장암“
세 번의 수술과 항암치료로
정든 집과 점포는 모두
병원비로 없어져 버렸지만
그래도
악착같이 버티며 완치 판정을 받고 나니
갈 때가 없어 우선 큰아들
집에서 거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르고 나니
방을 같이 쓰는 손녀가 불편하다며
투정을 부려대더니
일하고 들어 온 며느리까지
노인 냄새가 난다며 방향제를 들고
다니면서 뿌려대기도 하는 모습에
몸 둘 곳 없는 엄마는
술에 쩌려 밤늦게 들어온 아들과 며느리의
언성이 대문을 넘기기까지 하는
모습에
안절부절 몸둘 곳을 찾아 보지만
"당신만 아들이야?"
엄마의 마음은
가시방석이 따로 없는 것 같은데요
집 안 청소며
빨래에 손녀 밥 챙겨 먹이고
온갖 가사 일 다 하고도
늘 아들 내외의 눈치를 밥보다 더 많이
먹고 사는 엄마의 마음 밭에는
앙상한 빈 가지만 남았습니다
오늘은
학교에서 돌아온 손녀가 다락방에 있는
자전거를 한사코 내려달라 보챕니다
힘에 부친 자전거를 내리다
자전거와 함께 낙상사고를
당하고 만 엄마가 깁스한 후 향한 곳은
“요양병원“
당분간 집안일이며
손녀에게 기운 빼지 말고 푹 쉬면서
휴식을 취하하는 아들 내외는
병아리 눈물만큼 머물다
병실을 황급히 빠져나가 버리는데요
며칠간은 집안일에
몸도 덜 부대끼고 편한 날을
보내는 것 같아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싶었지만
한 달 두 달
몇 달이 되어가도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건만
자식들은 찾아오지 않는 시간 너머로
손주들도
어루만지고도 싶고
쌈짓돈으로
양말 한 켤레 사탕 한 봉지
손녀에게 줄 선물을 챙겨놓고
손꼽아 기다려도 오질 않는
하루를 내다보며
"새도 다람쥐도 앉았다가 가는데 ... "
기약 없는 약속을 기다리며
적막한 하루하루를 살아내기가
물 없이 먹는 고구마 보다
더 퍽퍽한 것 같은 엄마에겐
이젠 눈물도 말랐고
한숨도 멎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게 바로 고려장이구나“
옆에 있는 할머니 한 분이
단풍 진 가을이 사그라들 듯 말을 거듭니다
“현대판 황금 고려장이지 뭐유?“
해가 떴으니 져야 하고
낮이 있었으니
밤이 오는 게 당연하지만
산다는 게
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하더니
자식에게 받은 서러움을
마음의 빗장 열어 사랑으로 분칠하기가
부모라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 길거리로
터미널로 내몰린 부모들도 많은데
그래도 우린 복이 라우“
엄마는
애써 발뒤축 세워보려
‘우리 아들은 사업을 하구유
며느리는 얼마나 착하다고요"
묻지도 않는 말을 해대면서
그런 자식들마저도 자랑스러워하시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쓸쓸하기도
참 슬프기도 합니다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가
밥은 잘 먹는지,
학대라도 당하지 않나
부모들이 수시로 확인도 하더구먼. "
요양 시설에 입소한 부모는 잘 지내는지
자녀들은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다며
어느 노인의 푸념을 귓등으로 넘기며
한숨으로 지은 밥에
두 숨으로 반찬 얹어 먹고 나와
병원 옥상 공원 긴 의자에 앉았습니다
남의 집 자식들처럼
좋은 것으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했으면서
늙어서는 똥이나 싸고
헛소리나 하는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린 건 아닌지..
반쪽짜리 달이 어둠에 누워서
어딜 가던 눈치를 보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엄마를
애달프게 비추어 주고 있는 밤을 지나
차가워진
세상의 어느 저녁을 따라
병실로 자러 가는 엄마의 뒷모습이
하얗게 지워진 아침
멀쑥한 걸음으로 병원을 찾아온
아들은
사업이 힘들어 못 왔다며
먼 산 보듯 엄마를 보며 말하더니
이것저것 짐들을 챙겨 가방에 담습니다
"엄마 여기만 있으니 갑갑하지 ?
집으로 가자"
엄마도
이 병원에만 있는 게 창살 없는 감옥이었기에
식구들 얼굴 보며 도란도란 사는 게
행복이지 싶어 따라 나서지만
아들은
집으로 가질 않고
낯선 공원으로 고삐를 끌고 가듯
엄마를 모시고 왔습니다
“여긴 왜 왔어?
우리 이쁜 공주 학교에서
올 시간인데 집으로 가지”
"응... 그게...
엄마랑 모처럼 소풍 나오니 좋네
김밥이라도 싸 올 걸 그랬나..."
녹색
푸르름에 도취한 엄마도
“그려 나도 오랜만에 우리
아들이랑 오니깐 좋긴 하다”
아들을 잡은 엄마의 손에
물컹한 눈물이 잡힙니다
「가서 엄마 좋아하는 식혜 사 올 게
구경하고 있어 금방 올 게」
.......
시간이 흘러 저녁이 다 되어가도
아들은 오질 않습니다
금방 온다며
기다리고 있으라는 아들의 말이
엄마의 폐부에 파고듭니다
사업이 힘들다더니...
오죽해서 아들이 날 이런 곳에 ...
자식 팔자가 부모 팔자 라더니
아들이 어려워지니
엄마도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추수려 보지만
엄마에게는 돌아갈 곳은 없습니다
달이 적신
차가운 향기에 주저앉아 있는 엄마에게
경찰이 다가옵니다
“할머니 집이 어디예요?
집 전화 아세요?"
"........"
"자녀분 핸드폰 번호는요?"
여러 차례 묻는 말에
"놀러 나왔는데 이제 집에 갈 걸유"
자신보다 큰 가방을 들고
바람 속으로 눈물을 감추듯 걸어나온
엄마의 눈에 도로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있습니다
들것에 실려 응급차에 오르는
땅 바닥에 댕동댕이 쳐져 있는 식혜를 보며
"아들“
틀림없는
아들이 분명했습니다
"영규 아이가...?
우리 아들 영규야..... "
응급차가 가는 그 길을
신발이 벗겨진 것도 잊은 채
허공에 눈물 뿌리며 달려가는 엄마는
자식의 죽음 앞에 모든 걸 내던져도
아프지 않은 게 엄마인 것 같습니다
나무가 죽어도
나이테를 버리지 않듯
아픈 기억들이 걸어 나온 세월을 뒤로하고
검으나 희나
그래도 내 새끼라고...
버리고 갔다
다시 엄마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 가다
생긴 사고에 병마에 지친 며느리는
어린 손녀를 데리고 집을 나가버렸어도
엄마는
하루 낮과 밤을 팽개치며
아들의 수족이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자식이란 바늘에
만 번을 찔려도 찔린 줄을 모르는 게
엄마이기에...
출처「노자규 웹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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