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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칼럼 소강석 목사 5월 둘째 주일 목양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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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19-05-1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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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어머니를 가슴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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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정호승 시인께서 저에게 개인적으로 특강해 주시던 중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의 시의 근원은 어머니였습니다.” 정호승 선생님의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가지신 권사님이셨고, 정호승 선생님 역시 유아세례를 받고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입니다.

 

 내가 새벽기도 가려고 개울을 건너는데 보름달이 비취더라. 그런데 그 달빛이 너무 슬프더라.” 정선생님 보시기에 어머니의 그 한 말씀, 한 말씀이 모두 시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머니께서 아궁이에 군불을 때실 때 아궁이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이 시로 보일 정도였다는 것이죠. 시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모성을 통한 사랑과 인생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너무 연세가 많으셔서 곧 돌아가실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선생님, 혹시 어머님께서 돌아가시면 꼭 연락을 주셔야 합니다. 제가 해외를 나가지 않은 이상은 꼭 조문을 하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정호승 선생님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가족끼리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어느 누구에게도 연락 하지 않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조문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나중에야 알고 제가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연락을 주지 않으셔서 전혀 몰랐습니다. 늦게라도 조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목사님,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심지어 동창들에게까지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목사님께도 누가 될까 싶어 알리지 않았죠.” “계좌번호라도 알려주시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닙니다. 어머니가 천국 가신 것과, 목사님께서 지금까지 저희 어머니를 위해 기도해 주신 것만으로도 족합니다.”

 

그 후에 정호승 선생님께서 추천사를 써 주신 저의 시집 사막으로 간 꽃밭 여행자가 출간 되어서 이번에는 문자로 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 추천사를 써 주신 시집이 나왔습니다. 한 번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런 답문을 보내셨습니다. “바쁘신 목사님, 저는 저희 어머니가 얼마나 주의 종을 잘 모셨는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목사님께서 돌볼 양도 많으시고 하실 일도 많으실 텐데 왜 기어이 오시려고 하십니까? 그냥 제 작업실로 시집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한 이틀 후에 정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온 것입니다. “목사님, 저도 목사님을 왜 안 만나고 싶겠습니까? 저도 목사님을 만나면 영광이지요. 그러나 제가 목사님의 바쁜 시간을 안 뺏으려고 그랬던 것이죠.” “정선생님, 저 같이 한참 아래 있는 시인이 대기권 밖의 시인을 만나보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겠습까?”

 

 하하하.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몸 둘 바를 모르죠. 저도 목사님을 만나 뵈면 영광이지만 저희 어머니가 주의 종을 천사처럼 생각하며 얼마나 존중히 여기셨는 줄 아세요? 그러니까 저희 어머니를 봐서라도 제가 목사님을 편안하게 해 드리려는 마음뿐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정호승 시인을 뵈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모습과 어머니 장례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시는 것입니다. 과연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어머니를 가슴에 묻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한참 후 화제가 저의 시집으로 옮겨졌습니다. “선생님께서 추천사를 써 주시고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주어서 서점에서 저의 시집이 제법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출간된 지 일주일 밖에 안 되었는데 저 같은 사람의 시집도 벌써 재판을 찍는다고 합니다. 이것은 선생님께서 추천사를 써 주신 덕분이고, 선생님의 명성 값일 것입니다.” “아닙니다. 목사님께서 시를 사랑하고 시에 대한 애절함과 아픔을 가졌기 때문이죠. 목사님의 설교야말로 한편의 고통스러운 시가 아니겠습니까?”

 

정호승 선생님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고 가슴을 때렸습니다. “, 정호승 시인은 어머니를 가슴에 묻어왔기에 더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위대한 시를 쓸 수 있었던 것이구나. 그런데 나는 내 감성의 끝에 서서 나의 시심과 시성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봐 왔어. 내가 아직 정호승 시인 옆에도 가지 못하는 것은 시에 대한 열정과 고통, 비극적 황홀을 느끼는 경험이 부족한 것도 있겠지만, 어머니를 가슴에 묻지 못했기 때문이었구나. 그러나 나는 이제부터라도 어머니뿐만 아니라 주님을 가슴속에 더 깊이 모시고 시를 쓰리라. 아니, 사랑하는 성도들과 세상에서 아픔을 당하는 사람들을 가슴에 품고 시를 쓰리라. 그리고 꽃밭도 거닐지만 사막으로 가리라. 사막에 꽃밭의 향기를 날리고 사막의 침묵을 꽃밭으로 가져 오게 하는 시를 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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