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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칼럼 소강석 목사 6월 첫째 주일 목양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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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19-06-0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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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든   꽃은   가슴에서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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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린 시절부터 경조증이나 강박증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왜냐면 소풍 가는 날이나 운동회 하는 날을 앞두고는 너무 좋아서 전날 저녁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린 시절 글짓기대회나 웅변대회를 나가기 전날은 잠을 못 이뤘어요. 글짓기대회에서 어떤 제목을 줄 것인가, 내가 웅변을 하면 청중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너무 설레서 잠을 못 이뤘습니다.

 

 또한 예수님을 영접하고 교회에 처음 나간 날부터 모든 하루하루가 새로웠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처음으로 교회에 가서 토요 2부 순서 때 유행가를 부른 후 노래를 잘한다는 목사님의 칭찬을 듣고 당장 찬양대 연습을 하고 다음 날 주일에 찬양대를 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날 밤, 기숙사에서 잠을 못 이루고 거의 뜬 눈으로 새웠습니다.

 

 내가 자발적으로 교회를 간다는게 도대체 꿈인가, 생시인가. 더구나 내가 찬양대에 서게 되다니...’ 그때부터 하루하루가 새로웠고 눈이 부셨습니다. 그러다가 예수 믿는다고 쫓겨난 후 가슴 설레는 날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생전 처음 주일날 양복을 입고 교회를 간다든지, 생전 처음으로 주일학교에서 설교하는 일을 앞두고 설레서 잠을 못 이뤘습니다. 특별히 교회를 개척할 때도 토요일만 되면 입이 타오르고 쉽게 잠이 들지 않았습니다. ‘교인이 몇 명이나 올까, 아무개 아무개 성도가 꼭 교회에 와야 할 텐데, 내일 설교를 어떻게 할까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잠을 못 이루는 것입니다.

 

 지금도 이런 강박증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회가 이 정도 부흥했으면 자유함도 있을 수 있고 내 삶도 얼마든지 누릴 수 있을 텐데 우리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를 염려하고 목회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으로 시달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위로가 되는 것은 예수님도 겟세마네 동산에서 십자가 사건을 앞두고 잠 못 이루며 기도하셨지요. 사도 바울도 고린도후서 11장에서 그 많은 핍박을 받으면서도 교회 걱정을 하는 것을 봅니다.

 

 그런데 5월부터 9월까지는 교단의 선거법 때문에 저의 손과 발이 묶여 버렸습니다. 물론 사적인 만남을 많이 갖기는 하지만요. 그래서 요즘 더 설교에 신경을 쓰고 일찌감치 장년여름수련회 말씀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미리 준비해놔야 7월부터 총회를 위한 지방 순례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간 못 보던 책들을 보면서 주제도 짜고 메모도 하며 연구를 하였습니다. 정말 온 몸과 마음을 다해 기도하고 묵상하며 집중하였습니다.

 

 며칠 동안 그렇게 했더니 또 옛날에 느꼈던 탈진 현상이 오는 것입니다. 일종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장과 폐장을 약하게 했는지 가슴이 답답하고 구역질이 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잠시 중단을 하고 교회 뒷산에 갔습니다. 산에 가서 맑은 공기를 쐬면서 머리를 식히니까 그 증세가 다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산에 가서 보니 이미 진달래는 다 져 버렸고 꽃은 한 송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꽃잎대신 잎사귀가 무성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저 그늘진 응달 구석에 다 시들어버린 철쭉꽃이 몇 송이 보였습니다. 그 시든 꽃을 보면서 저의 젊은 날의 초상이 생각났습니다. 젊을 때는 며칠 밤을 새워도 끄떡없었던 심장과 폐장이 이제는 조금만 무리해도 조여드는 것을 보며 마치 시든 꽃이 나의 모습처럼 보인 것입니다. 그 순간 사도 바울의 고백이 생각났습니다.

 

사망은 우리 안에서 역사하고 생명은 너희 안에서 역사하느니라”(고후4:12) 저뿐만 아니라 이 땅의 지도자라면 다 이런 강박증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강박은 많은 사람을 살려내고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젊을 때의 경조증이 목회에 더 열심을 내게 하였고, 그 경조증은 강박증으로 이어져서 더 사명에 홀릭하게 된 것입니다. 요즘 저는 장년여름수련회 말씀을 생각하고 묵상하고 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스트레스가 제 마음을 누릅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잘해야 하고 더 은혜가 넘치고 생명이 넘쳐야 하는데...” 저는 산에 오를 때마다 시든 꽃 대신 푸른 잎사귀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젊은 날 제 가슴에 피었던 청춘의 꽃과 열정들은 강박에 의해서 시들어졌지만, 그 꽃들은 성도들의 가슴에서 다시 피어나리라.” 이번 수련회는 제가 더 강박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은 만큼 성도들 가슴 속에서 더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고 눈이 부시도록 푸른 나뭇잎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주의 종의 꽃이 시들수록 성도들의 가슴 속에는 더 아름답고 눈부신 꽃들이 피어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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