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세이 생각하는 순서대로
페이지 정보
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5-02-09 20:00본문
노자규 작가의 오늘의 추천 글
생각하는 순서대로
한줄기 소나기가
푸른 나뭇잎 위에서 미끄럼을 타고
놀고 있는 거리에
어느새
해님이 놓아준 무지개 다리를 타고
달리던 유치원 버스에서 내려선
꼬마아이는
파란 하늘이 심심해할까 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구름 뒤에 숨은 해님과
까궁놀이를 하다
햇살을 등지고 뒤돌아서있는
모습을 보며 저 멀리서
뛰어온 아이의 엄마는
“민규야..
미안해 엄마가 늦었지?“
평소 같으면 아이가 엄마의 품에
안겨왔을 텐데
오늘은
손가락을 펴 입가에 갖다대며
“엄마…. 쉿,,”
“왜?”
“엄마...
조금만 있다가 가요“
아이의 눈길을 따라
땅바닥을 쳐다본 엄마의 눈에
엉금엉금 기어가는 지렁이 한 마리가 보였는데요
“우리 민규 ,
지렁이가 신기해서 쳐다보고 있는거구나?“
“아니에요 엄마..
햇살이 너무 눈부셔 집에 들어갈 때까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는 거예요“
아이의 존재만으로 빛이 되는
엄마는
하늘이 준
선물 같은 아이의 마음씀에
함께 서서 더 짙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답니다
행복은
소중하게 생각하는 순서대로
내게 오는 거라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