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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와칼럼

작가에세이 백수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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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07-1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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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탈출기

 

백수 탈출기.png

어촌마을 늦둥이 외동아들

나는 어촌마을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늦둥이라 부모님의 사랑을 저 푸른 바다보다 더 많이 받고 자라다 뜻하지 않는 사고로 왼쪽 다리를 절게 되었습니다어떤 사고였냐구요? 새벽바람 맞으며 배를 타러 나가는 아버지 자전거 뒤에 타고 가다 그만 발가락이,,, 그러다 보니 누구에게나 지기 싫어하는 알량한 자존심 하나로 버티며 아버지와는 멀어지는 수평선처럼 지나가던 날들만 모아진 어느날 내는 절대 이 쪼매한 어촌마을에서 엄마 아버지처럼 늙어 죽진 않을끼다

 

 

난 서울에 있는 대학 갈끼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그냥 아버지 고기 잡는 거 도와주면 안 되겠나?“ “난 서울에 있는 대학 갈끼다” “야가 저거 아버지 들으면 큰일 날 소리만 골라 하네성난 뿔처럼 시간을 향해 달려가던 나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고 아버지는 4년 동안 하숙비니, 학비니 해서 잠 못 자고 바다에서 번 돈을 묵묵히 내게 주셨습니다. 하늘 풍선처럼 커다란 꿈에 부풀어 지내던 나는 취업이라는 문턱에 걸려 3년이란 시간을 멈춰 세워놓고 있었고아버지가 구해준 조그만 전셋집에서 월셋집으로 옮겨 다녀야만 했습니다.

 

철이가? 아버지다

이따금 하는 알바로 입에 풀칠해 가면서 ... 철이가? 아버지다우짠일입니꺼?” 가을과 겨울 사이를 지나가듯 내뱉는 내 말에도 네가 하도 소식도 없고 해서 한번 해봤다아버지는 따뜻한 봄 처럼 말씀하고 계셨지만 지는 지금 취직해서 잘 먹고 잘살고 잇으니께는 걱정일랑 붙들어 매이소그래 그래... 울 아들 장하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서울에서 잘 버티는 것만 해도 용타.

굳은살처럼 박혀있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내보이는 아버지의 전화를 끊은 뒤 아버지의 슬픈 눈이 내 살 속에 박혀오는 아픔에 허우적거리다 잡힐 것 없는 텅 빈 시간을 풀어놓고는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을 게 하나 없는 놈이 알량한 자존심으로 버티는 게 끝이 보이는 살림살이를 보면서조금씩조금씩 수면제를 모으기로요....

 

한 알,,,, 두 알....

숱한 뒤틀린 낮과 밤을 건너다니며 모은 약들이 두 손으로 쥐어질 만큼 모아지던 날 28년을 버텨준 자신에게 수고 했다며 위안을 보낸 뒤 쫍다란 창문 틈 사이로 보이는 달에게 편지를 붙이고 있었습니다. “달아 달아... 이 편지를 내 없어도 고향에 있는 울 어머니 아버지에게 보내줄 거제?“

 

그렇게 움푹 패인 가슴 언저리에 와있는 절망을 안고서 별빛을 모아 쓴 편지를 달님 우체통에 넣고는존재의 흔적들만 남겨둔 책상 서랍에서 준비한 약봉지를 꺼낸 뒤 물병을 찾으려 냉장고를 열어본 순간 이게 뭐꼬?” 냉장고 안에는 배부른 쌀과 먹거리들이 널려져 있었고 순간 스치는 생각에 난 고향 집으로 전화를 걸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니가 웬일이고? 생전 전화도 안 하는 놈이"아버지는?" 니 아버지는 해무로 채워진 새벽녘에 그물 던지다 허리를 다쳐 며칠째 꼼짝도 못 하고 있다"맞나...." 말이 아픔이 되어 지나간 자리에 서서 난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 아버지가 올라오시지도 않았다면 저걸 누가?” 달을 깨워 부친 편지를 되돌려 받고는 누가 왔다 갔는지 잠든 별과 지나는 바람에게 밤새 물어보다 잠이 들고 있었습니다아침햇살이 창틈에 머물면 난 어김없이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 끼워 지하철을 타고선 발끝이 부서지는 아픔을 잊고 이력서를 넣고 다니다 지쳐 집으로 돌아 왔을 때내 방에서나오는 주인아주머니와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총각이 어려운 것 같았어..” 서울 인심 야박하다는 말도 거짓말이라며 이 고마움을 되돌려 드리기 위해 난 밤을 새워가며 이력서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습니다. “제 발부터 보지 말고 뭐든 열심히 할 수 있는 제 마음부터 봐 달라며....“ 석달째 월세가 밀려가도 아무런 독촉도 안 받고 요술 주머니 같은 냉장고 안에는 먹거리들이 떨어질 만하면 들어가 있는 날들이 계절을 넘어서던 날 철아……! 클났뿌다 너거 이버지가 쓰러지뿝다밤하늘이 보내준 바람을 타고 도착한 병원에서 이틀을 머무르는 동안 아버진 내게 이렇게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뭐 한다꼬 왔노 직장 일도 바쁠낀데

아픔도 삭히면 보석이 되는 걸까 해를 숨겨둔 바닷가에서 검게 타버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를 보며 난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휴가 내고 왔심더바람에 밀려 가버린 이틀이란 시간 동안 더 이상 토하지 못한 아픔으론 누워계신 아버지 얼굴을 볼 수가 없어 사랑의 껍질만 남겨둔 채 서울로 올라와 가방을 열어본 순간 이 아버지 아프다고 한걸음에 내려와 준 우리 아들 고맙데이.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니는 이 아버지의 자랑인 거 알제?“ 라고 비뚤빼뚤하게 쓰여진 아버지의 손편지와 봉투 속에 들어 있는 돈 한 장 한 장에 묻어나는 비린내를 맡으며 난 이별의 두께만큼 오열해야만 했습니다.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던 그 미소는 시리도록 아팠다는 표현이었기에.... 되씹을수록 더 깊어지는 아픔들을 내보이던 날을 뒤로하고 나는 그동안 신세 진 주인아주머니 집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 그동안 밀린 월세도 있고 했서예” “아니...그게....” 돌아서 오는 내 등 뒤에는 주인아주머니의 음성이 긴 여운을 남기며 매달려 오고 있었는데요

 

총각. 사실……. 말하지 말라 했는데..

일전에 아버지가 몇번 올라오셨어 총각 사는 것도 보고 집세도 대신 내주시고 먹거리들도 나보고 그때그때 조금씩 챙겨 주라며 부탁하고 간 거야녹녹할 리 없는 어부의 삶을 뒤로하고 아들에게만은 눈물 속에 담겨있는 아픔을 내보이시지 않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잊었던 소중한 것들을 찾으러 난지금 새벽바람을 가르는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아들이 지금 가고 있다고...)))))))

새벽바람을 타고 울려 퍼지는 전화 목소리에 놀라신 듯... 울 아들이 이 새벽에 어딜 간다꼬?” “아버지 엄마가 계시는 고향으로 예....“ (여보. 윤철이가 지금 온답미더) “사랑하는 울 아버지 어머니랑 천 년 만 년 행복하게 살꺼라예....“(참말이가?) 바람을 뚫고 달리는 기차 난간에 기대어 멀어지는 평행선 레일을 바라보며 난 약속을 하고 있었습니다.희망이 되어드리기 위해 부모님의 발이 되어 드리겠다구요 굽어진 발끝에 힘을 모아서...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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