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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밥 뭇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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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10-1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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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3419 복사.jpg

 

밥 뭇나 할머니

 

 

 

기울어진 쪽빛 하늘이 펼쳐진

골목골목을 기웃거리며 폐지를 줍고 있는 할머니를

 

밥뭇나 할머니

 

라고

동네 사람들은

다들 부르고 있었는데요

 

 

 

왜 그런지 물어봤더니

만나는 사람들마다

 

 

"밥뭇나?"

 

". 할머니..“

 

뭐 뭇노?”

 

라고 이어지는

보글보글 끓어 넘치는 된장 뚝배기 같은 경상도 사투리로 정겨운 아침을 열어주는 그런 할머니여서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또 하루와 이별하고 난

다음 날

 

바쁜 하룻길에

새벽을 열고 나온 시장 상인들을 보며

오늘도 변함없이

 

밥뭇나?”

 

라는

아침 인사를 건네고 있는 할머니는

노점에서 야채를 파는 젊은 새댁에게

다가가더니

 

니 밥 안뭇제?“

 

머뭇거리는 사이 리어카 손잡이에 매달린 검정 비닐봉지 안에서 우유 하나를 꺼내 손에 쥐여주며

 

우리 같은 사람은 건강이 밑천이데이

 

라고는

바쁜 걸음을 옮기고 계셨습니다

 

 

 

 

이런저런 날들이

하루라는 이름으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오늘도

 

밥뭇나 할머니는

리어카에 상자 더미를 가득 싣고서

버려진 것들의 종착역인 고물상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계셨는데요

 

버려진 아픔들로 채워진 새벽을

쓸어 담아온 값으로

고물상에서 받은

5,440원을 고이 담아 나온 할머니는

 

인근 슈퍼에 들러

검정 비닐봉지 안에 이것저것

먹을 것들을 담아 나오더니

 

리어카를

후미진 골목 앞에 세워놓고는

어디론가 걸어 들어가 종일 누구 하나 든 적 없는 문을 열고서는

 

밥뭇나?”

 

라며

서쪽 하늘로 숨어버린 슬픔을

불러내기라도 하려는 듯

묻고 있었습니다

 

빈곤과 외로움만

방안 가득 채워져 있는 방안에서

하루 곡기조차 넘겨보지 못한

힘겨움을 안고

얼굴 하나 보일 듯 내밀어 놓는 문틈으로 김밥 한 줄을 건네주더니

 

바라볼 수도 없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만 짊어진

홀몸 노인들이 모여 사는

골목 골목을 돌며

 

 

마이무라!

나이 들수록 뼈땅구 힘으로 사는기다

 

 

할머니의 생각 끝에는

나보다 못한 이들을 걱정하는 맘 하나로 하루를 퍼 나르고 계셨습니다

 

 

 

해가

꾸는 꿈을

 

달이

도와주듯

 

금 간 하루를 주워담아 번 돈으로

온기 가득한 우유와 곡기꺼리들로 말이죠

 

 

 

또 다른 다음 날

 

밤을 지새우던 별들이 유리창에 부딪혀 아침을 깨운 자리를 더듬어

사람들이 걸어 나오면

 

어둠을 친구삼아

밤하늘을 날아다니던 할머니의 리어카엔 햇살로 곱게 다려 펴주고 있는 해님의 수고로움 덕분인지

폐지들로 넘쳐나고 있었고

 

오늘도

할머닌 마음을 다 써버려 움직일 힘조차 없는 홀몸노인들의 지킴이가 되어

 

365일을

만나는 사람들의 가슴에

 

36.5도의

온기로 하루를 채워주고 있었는데요

 

 

오늘도

저기 저 달 뒤쪽에 숨어버린

자신의 아픔은

꺼내어 보지도 못하지만

 

조금씩 무너져 가는 세월이

희미해서 더 아름답다며

 

어둠을 따라

따뜻한 집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들이 남기고 간 빈 공간을

리어카를 끌고 걸어가는 할머니를 따라 이름 모를 개 한 마리만

헤어지는 저녁길 사이로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삶이 무겁기는

마찬가지일 할머니에게도

모아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지

 

같은 계절이 서너 번 비껴간

골목엔 낯선 햇살 한 줌만

바람을 따라 일렁거리고 있었을 뿐

 

밥뭇나

 

라고 소리치던

할머니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었지만

 

바람에도 풀잎에도 묻어있는

나눔의 향기가 햇빛 방울 되어

그 골목 어귀를 돌 때면

 

밥뭇나?“

 

라는 소리가

아직도 들려오고 있다고

보랏빛 아침노을이 말하고 있었습니다

 

해가 떠도 ,,,

꿈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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